초중반 느린 흐름 예상 땐 ‘추입마’ 주목!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선행마 없는 편성 만난 추입마
베팅 메리트가 가장 큰 유형의 찬스마다. 서울과 부경 할 것 없이 요즘 경마는 스피드 위주의 흐름이라 선행이나 선입권에서 득세하는 경우가 많아 발이 느린 추입마에겐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끔 편성에 따라선 절대 호기를 맞는 추입마가 나오곤 하는데 이런 경우는 주저없이 베팅을 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너무 많은 고민을 하면 베팅 기회는 오지 않기 때문이다.
동영상 복기를 하다보면 후미 안쪽에 붙어서 모래를 맞고 따라오다 코너를 돌면서 외곽으로 치고나와 거리를 좁혀봤지만 시간과 거리가 아쉬웠던 말을 보게 된다. 이런 말은 다음 경주에서도 비슷한 편성이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좀더 서두르면 결과가 더 못하고 직전과 같은 전개를 하면 또 아쉬움이 남는다. 매번 가능성은 보여주지만 결과가 안좋아 속칭 ‘영원한 복병’으로 분류되곤 한다. 매 경주마다 어느 정도의 관심을 모아 복병권으론 팔리지만 뚜렷한 인기몰이를 못하고, 결과도 그럭저럭 순위권 안팎에 그치곤 한다.
이런 말이 초중반에 느린 흐름을 만나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능력을 보이곤 한다. 우선 다른 때와 달리 조금 앞에서 뛰거나 출발이 좋아 경주가 잘 풀리면 선두권에 자연스레 가세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에는 최단거리로 경제적인 레이스를 할 수 있다. 그 전 경주에선 빠른 흐름을 쫓아가려고 초반부터 힘을 내야 했고, 중간에 앞선과 거리를 좁히려고 외곽으로 나가 거리를 손해보면서 힘으로 몰아붙이는 작전이 불가피했다면, 이번 전개는 힘 소모를 최대한 줄이면서 경주를 전개하기 때문에 막판 한발이 더 가능한 것이다. 이런 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월하게 입상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배당도 짭짤하게 나오기 때문에 베팅 메리트도 높은 편이다.
이 과정에서 경주마가 자신감을 갖게 돼 다음 출전 때도 연속 입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이렇게 변화를 보인 말도 다음에 또 빠른 편성을 만나면 과거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경계를 해야 한다.
# 외곽으로 나간 모래 거부형 선입마
나이 어린 말들은 실전에 투입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래를 맞는 걸 대부분 싫어한다. 실전경험이 적을수록 이런 경우가 많은데, 어떤 말은 앞에서 모래가 튀면 고개를 돌리면서 불안한 주행을 보이거나 스스로 페이스를 늦춰 뒤로 처진다. 심한 말은 아예 투지를 잃고 맨 후미에서 농땡이를 부리곤 한다. 모래 때문에 능력발휘를 못하는 말로 분류할 수 있는데, 능력이 좋은 데도 이런 이유로 심한 기복을 보이는 말을 우리는 ‘귀족마’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런 말이 외곽에 포진하면 어떨까. 실전의 경우를 한 번 보자. 42조 이관호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머스탱선이란 말을 한 번 보자. 이 말은 압도적인 인기마로 팔렸을 때도 여러 차례 졸전을 벌여 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부진의 이유는 바로 모래 때문이었다. 실전경주 동영상을 보면 모래를 거부하는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다. 문세영 기수가 이 말의 특징을 잘 알고 외곽에서 모래를 피하면서 운영을 했고, 인코스로 뛸 때는 앞선의 말과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하면서 모래 맞는 걸 최소화해 능력을 잘 이끌어내곤 했다. 올해 퀸즈투어를 노리는 말인데, 아직도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 숙제로 남아있다.
13조 이희영 조교사가 관리하고 있는 쏜살같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이 말은 모두 선행이나 외곽선입으로만 입상을 했다. 안쪽에서 선입이나 중간 추입으로 따라갔던 경주는 모두 결과가 안좋았다. 최근 들어 모래를 거부하는 모습이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의욕적으로 뛰는 모습은 아니어서 보강해야 할 여지가 적지 않다.
이렇게 모래를 거부하는 유형의 말에게 가장 좋은 작전은 선행이다. 단독선행이 어려우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선에서 같이 선행을 가는 작전도 좋다. 외곽에서 모래를 최소화하면서 선입으로 따라가는 것은 차선책이다. 이 때문에 이런 유형의 말은 안쪽보다는 외곽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말의 모래적응 훈련을 실전에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새벽조교 시간에 충분히 연습해서 검증된 후에 실전에서 시도하는 것이 베팅하는 팬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어찌되든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실전에서 모래를 계속 맞히며 따라가는 연습을 하는 걸 보면 분통이 터진다.
# 외곽에서 뛰다 안쪽으로 온 선행마
필자가 가장 좋아하기도 하지만 성공률이 가장 높은 마필이기도 하다. 선행마가 외곽에서 뛰면 대개 경합할 수밖에 없고 결국 오버페이스로 연결된다. 자기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물론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도 입상하는 말이 더러 있는데, 그런 말은 진짜 능력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경우는 그런 전개를 하고 입상에 실패한 말들 중에서 큰 착차없이 순위권에 든 말이다. 전문가들은 ‘외곽에서 끈기를 보였다’ ‘외곽에서 나름 선전했다’는 등의 표현을 하는데, 능력평가에 대한 잣대는 다들 다르지만 ‘안쪽에서 경쟁했던 말과 게이트가 바뀌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온다.
출발지가 바뀌었다면 순위도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다음 출전 때 단독선행 혹은 안쪽선행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선행이 예상된다면 당연히 베팅찬스다. 편성에 따라선 베팅 강도를 올릴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선행마에겐 가장 중요한 것은 선행 여부이고, 그 다음이 선행을 나서면서 ‘오버’하지 않는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