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프로야구 심판들이 본 명감독

	▲ 김재박 감독

현대 유니콘스의 우승으로 정규리그를 마감한 2004프로야구는 이제 본격적으로 가을의 축제에 돌입했다. 현대가 2년 연속 정규리그를 우승으로 이끌자 김재박 감독의 야구에 대한 분석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시즌 막판 져주기 의혹을 제기한 김응용(삼성) 감독에 대한 재평가도 잇따랐다. <일요신문>에선 정규리그를 마친 프로야구 심판들을 대상으로 경기장에서 직접 마주친 감독들의 스타일에 대해 물었다. 심판들로부터 덕장(德將), 용장(勇將), 지장(智將)으로 평가받는 감독은 누구인가. 그 내용을 정리한다.

심판들이 꼽는 인기 ‘짱’ 감독은?

바로 팀을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현대 김재박 감독이 그 주인공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다양한 의견이 나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심판들의 의견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는 사실.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은 그의 실력도 실력이겠지만 김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모습들이 심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있었다.

강광회 심판은 김재박 감독에 대해 “결코 흐트러짐이 없는 포커 페이스”라며 “모든 면에서 무난한 지도 스타일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전일수 심판을 비롯한 여러 심판들도 “선수관리, 경기를 풀어 가는 요령, 심판에게 항의하는 매너 등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는 말로 가장 인상적인 감독이라고 치켜세웠다.

	▲ 김응용 감독, 이순철 감독, 김경문 감독

심판들은 또한 김 감독을 최고의 지장으로 꼽았다. 이영재 심판에 따르면 “선수 교체 시기를 보면 기막힐 정도로 때를 잘 맞춘다. 승부처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 과감한 선수 기용은 놀라울 정도”라고. 이런 지장 이미지에 ‘용장’의 모습도 자주 발견된다고 하는데 문승훈 심판은 “작전을 많이 걸어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승부욕과 끈기가 그 근거”라고 설명했다.

김재박 감독과 함께 장수 감독의 대명사인 김응용 감독에 대한 평가는 ‘용장’의 이미지보다도 오히려 ‘지장’ 스타일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영재 심판은 “김 감독이 더그아웃에 있고 없고는 천지차이인 것 같다”며 “무서운 카리스마도 있겠지만 뛰어난 용병술도 느껴진다”면서 무게감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평가했다. 김락기 심판 역시 “덩치가 있어 겉으로는 와일드해 보이지만 의외로 섬세한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며 김 감독을 ‘생각하는 감독’으로 묘사했다.

한편, 김응용 감독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장 달라진 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심판들에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항의를 불사하던 이전 모습에서 언제부터인가 유머러스한 스타일로 전격 변신했다는 것.

	▲ 양상문 감독, 유승안 전 감독, 김성한 전 감독

올 시즌에는 두산 김경문, 롯데 양상문, LG 이순철 감독 등 신세대 감독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심판들은 “예전의 감독들에 비해 색깔과 스타일이 시원시원하고 격의없이 지낼 정도로 인간미가 느껴져 좋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감독이 ‘덕장’에 가깝다면 이순철 감독은 ‘지장’ 스타일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심판들은 어떤 감독들을 가장 까다롭게 여기고 있을까.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감독들의 이유 없는 항의는 사라졌다지만 역시(?) 사소한 것까지 물고 늘어지는 감독들이 기피대상 1호로 거론됐다. 장본인들은 공교롭게도 올 시즌을 끝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난 한화 유승안 전 감독과 기아 김성한 전 감독이 1, 2위를 다퉜다.

심판들은 “의욕이 앞서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심판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항의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해에는 ‘대단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해 유 감독의 경우, 심판들 사이에서는 ‘지극 정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1백33경기 가운데 1백20경기에 항의하러 나왔다는 비공식(?) 한시즌 최다 항의 기록을 갖고 있을 정도라고.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