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스타들의 부부생활 훔쳐보기

	▲ 비제이 싱 로이터/뉴시스

지금 한국 골프팬들의 눈과 귀는 온통 제주도로 쏠려있다. 오는 14일 제주도에서 ‘세기의 스킨스 게임’이 열리기 때문이다. 제주 라온골프장(파 72)에서 열리는 라온 MBC인비테이셔널이 그 무대로 특히 타이거 우즈가 국내 팬들에게 처음으로 직접 경기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참가 선수는 우즈와 최경주, 박세리, 콜린 몽고메리지만 단연 우즈의 일거수 일투족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즈는 이번 대회를 위해 얼마 전 결혼한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 하룻밤 숙박료만 5백80만원에 달하는 스위트룸에 짐을 풀 예정이다. 우즈야 이런 ‘황제 대접’이 익숙하겠지만 엘린은 말 그대로 남편 잘 만나 ‘신데렐라’가 된 셈. 그렇다고 모든 유명 골프선수들의 부인들이 엘린처럼 호화판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의 ‘부부관계’를 살짝 들여다본다.

PGA 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은 선수들은 대개 자신의 부인에게 제일 먼저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다. 1년 내내 미국 전역을 떠돌며 투어를 한다는 게 본인도 쉽지 않지만 부인들 역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최경주 역시 과거 “하루 종일 연습을 마친 뒤 집에 들어가면 집 사람과 또다시 골프 얘기를 나눈다. 집 사람은 골프경기를 보는 눈이 웬만한 프로를 뺨 친다”며 부인의 내조에 고마움을 표시한 적이 있다.

	▲ 타이거 우즈

올해 4월 마스터스 대회를 제패한 필 미켈슨. 유난히 외국 출신 선수들이 많은 PGA에서도 ‘정통 미국인’으로 꼽히는 미켈슨은 마스터스 우승 후 받은 ‘그린 재킷’을 부인과 함께 입고 잤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샌디에이고가 고향인 미켈슨은 지난해 프로야구 디트로이트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투수로 입단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 그러나 골프에서만큼은 타이거 우즈에 눌려서 만년 2인자 신세를 면치 못해왔다. 끊임없이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은 미켈슨에게 용기를 북돋워준 것은 부인 에이미. 미켈슨은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마스터스 우승 후 에이미와 함께 그린 재킷을 입고 잤다는 것이다.

PGA최고의 문제아 존 댈리. ‘괴력의 장타자’라는 수식어 뒤에는 늘 “알코올 중독자, 괴벽, 불성실, 기행”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따라다니는 선수다. 부창부수였을까? 댈리의 부인 셰리 밀러도 문제를 일으키기는 남편 못지않다. 댈리의 네 번째 부인 셰리는 지난해 8월 셰리는 도박 및 마약거래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PGA팬들의 눈총을 샀다. 셰리는 90년대 중반부터 마약을 사들여 이를 다시 판매한 혐의를 받았는데, 셰리의 마약판매를 도와준 인물은 다름 아닌 셰리의 아버지. 결국 댈리는 ‘마약 가족’과 결혼했던 것.

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상금 1천만달러라는 대위업을 달성한 ‘신 골프황제’ 비제이 싱. 그가 오늘날 전 세계 골프계의 최고봉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장가를 잘 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골프장 근처에서 날아오는 공을 주워 관광객들에게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싱에게 인생의 일대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한때 다른 사람의 아내였던 아데나 세스를 만나면서부터.

	▲ (왼쪽부터)존 댈리, 필 미켈슨, 벤 커디스

연상의 귀족 출신인 아데나와 사랑에 빠진 싱은 피지를 떠나 아시안 투어에 참가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자 아데나가 택한 방법은 ‘공포의 외인구단식 훈련’. 어린 신랑 싱을 말레이시아의 깊은 정글로 데려가 골프채가 부러지도록 맹훈련을 시켜 오늘날의 싱을 키워냈다.

지난해 세계랭킹 3백96위로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을 차지해 골프팬들을 경악시킨 벤 커티스. 철저한 무명에서 일약 PGA톱스타로 발돋움한 커티스는 지난해 8월 PGA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PGA투어가 열리는 대회도중 골프경기장 바로 옆에서 결혼식을 치른 것. 커티스의 결혼식은 8월23일. 무명이었던 커티스로서는 별다른 대회가 없었던 이때를 이미 오래 전부터 결혼식 날짜로 택일한 것.

그러나 7월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대회 여기저기서 참가해달라는 초청장이 날아왔고, 커티스는 그중 NEC인비테이셔널 출전을 결정했다. 문제는 NEC대회가 하필 결혼식이 열리는 시기인 8월21일~24일까지 열린다는 것. 결국 커티스는 대회 참가 도중 약혼녀 캔디스 베티와 결혼식을 올렸다. PGA역사상 전무후무한 ‘총각으로 출발해 유부남으로 대회를 마친’ 기록 아닌 기록을 세웠다.

이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