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고단 사무국과 감독의 갈등이 표면화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프로선수들이 경기 도중 태클을 거는 모습. | ||
선수단은 사무국 아래?
얼마 전 전남의 이장수 감독은 코치들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전남 구단의 고위관계자가 코치들에게 “너희들은 우리에게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말을 잘 들어라”하는 반 협박성 폭언이었다. 이런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8월에도 입에 담기 힘든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면도칼로 눈을 그어 버리겠다”는 마치 조폭영화에서나 들음직한 말이었다. 또 12월이 되면 대거 인사조치를 시키겠다는 협박도 덧붙여졌다.
보통 사람들이 들으면 어이없다 못해 기가 막힌 말들이 나온 배경에는 선수단을 사무국의 하부조직으로 생각하는 구단 관계자들의 인식에서 비롯됐다. 전남은 올해 용병비리를 자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프로축구계 전반에 개혁바람을 일으킨 진원지이다. 하지만 일부 고위 관계자의 돌출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개혁 성공이란 성과물은 사라지고 선수단을 괴롭히는 골칫덩어리 구단으로 축구계에 남게 됐다.
그러나 전남 고위층은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남에 대한 개혁에는 과감해도 자신들의 개혁에는 인색하다는 비난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권력 변화 따라 ‘흥망’
대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A구단은 과감한 투자로 주목을 받는 팀이다. 특히 유소년 축구에 대한 꾸준한 관심으로 프로축구단 중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감독과 단장간 알력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감독이 구단의 최고위층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 단장이 한직으로 물러나고 권력구조가 바뀌면 감독이 힘을 쓰지 못하는 판이다.
서로 협조해야할 두 사람의 관계가 흐트러진 가장 큰 이유는 서로 권력에 대한 욕망이 크기 때문이란 게 주위의 분석이다. 사자와 호랑이가 한 우리에 살지 못하듯 으르렁 대던 두 사람 중 최후의 승자는 단장이 될 듯하다. A구단이 2004 K리그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자 감독에 우호적이던 구단 최고위층도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구단이라 하더라도 감독과 사무국의 실질책임자인 단장이 손발이 맞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A구단의 추락은 그래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감독 자리 쥐락펴락
B구단의 C감독이 사임한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내년 시즌까지 계약이 돼 있는 이 감독의 사퇴 소문은 프로축구계에 심심찮게 나돌았다. 악의성 소문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제대로 된 성적을 내겠다고 약속한 시점이 올해였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C감독은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용퇴가 얘기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구단 사무국 고위관계자의 ‘작업’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C감독은 “내가 이 구단으로 취임해 오기 전 다른 지도자가 내정됐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번에도 그 지도자가 우리 구단에 오길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단 고위관계자가 그 지도자와 친분이 있어 밀고 있다”고 폭로했다.
C감독의 해석대로라면 구단 고위관계자가 개인적인 친분에 급급해 다른 지도자를 새로운 감독으로 앉히려 한다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가 사적 감정에 연연해 감독까지 교체한다면 프로 감독들의 하소연처럼 ‘감독은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