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영광? 이노션의 승리!
슈퍼볼 광고 선호도 1위를 차지한 현대차 제네시스 광고. 스마트폰위치추적 기능을 코믹한 설정으로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계방송사 CBS에서 책정한 슈퍼볼 하프타임 광고는 30초 기준 500만 달러(약 60억 원)에 달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지만 기업들은 줄을 선다. 해당 기업이 1분기 혹은 상반기에 TV를 통해 보낼 광고가 최초로 공개되며, 이런 광고들의 시사회를 겸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발한 광고가 많아 광고를 보기 위해서라도 텔레비전을 켜놓는 시청자들이 많다.
선호도 조사에서 전체 브랜드 1위를 차지한 광고는 경기 시작 직전 프리킥에 방영된 60초짜리 현대차 제네시스 광고(First Date)다. 인기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출연해 차량 추적 기능으로 딸의 첫 데이트를 감시한다는 줄거리로, 익살스런 연기와 코믹한 스토리를 통해 최첨단 기능을 돋보이게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광고가 기존의 현대차 광고와 다른 점은, 2014년 광고까지는 자동차의 ‘기능’을 내세웠던 반면(현대차는 2015년 슈퍼볼에는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다), 이번 광고에서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딸을 염려하는 아버지가 자신의 차를 빌려준 뒤 스마트워치로 위치를 파악해 이들을 따라다니는 설정이다. 극장, 놀이공원, 으슥한 언덕 등에서 딸 몰래 남자친구에게 무언의 경고를 날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주요 구매층인 중년들에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광고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실제의 구매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광고의 주요 모티브가 된 위치 추적 기능은 자동차 오너들이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광고 하단의 깨알 같은 글자들을 자세히 보면, 이 위치추적 기능마저도 반경 1마일(1.6㎞) 이내에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나온다. 데이트하려는 딸에게 차를 빌려주고 이를 따라다닌다는 설정도 다소 억지스럽다. 광고는 아버지가 헬리콥터를 타고 추적하는 등 코믹스런 설정이었기에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선호도 5, 6위를 차지한 것은 현대차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 광고다. 5위를 기록한 ‘라이언빌(Ryanville)’ 편은 2쿼터 경기 중 공개된 것으로, 한 마을에 사는 모든 남성이 캐나다 영화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처럼 생긴 동네를 배경으로 한다. 여성 운전자가 레이놀즈의 외모에 넋을 잃고 한눈을 파는 순간 자동차가 스스로 정지하는데, 놀라서 앞을 보니 또 다른 레이놀즈가 길을 건너고 있었다는 설정이다.
이는 현대차에서 최초로 선보인 보행자 보호 기능을 어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출시되는 현대차의 모든 모델들은 AEB(Automatic Emergency Braking·자동긴급정지) 기능이 제공된다. 그중에서도 아반떼는 현대차 중 유일하게 보행자 감지 기능(AEB with Pedestrian Detection)까지 추가된다. 보행자와 충돌이 우려될 경우 시속 약 68㎞(43마일) 이내의 속도에서 풀 브레이킹이 자동으로 가해지는 기능이다. 신형 아반떼가 가장 최근에 개발됐기에 현대차 최초로 이 기술이 들어가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능이지만, 국내 모델에서도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대신 최고 사양에서만 별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1.6 GDi(가솔린) 모델에서는 2125만 원(부가세 포함)인 ‘프리미엄’ 사양에서 ‘하이테크 패키지(157만 원)’를 선택해야 한다. 1.6 VGT(디젤) 모델에서는 2371만 원인 ‘프리미엄’ 사양에서 ‘하이테크 패키지+슈퍼비전 클러스터(합계 172만 원)’ 옵션을 선택해야 보행자 보호 기능을 장착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고급 사양인 ‘리미티드(2만 2350달러, 부가세 제외 가격)’ 급에서 1900달러짜리 옵션을 선택해야만 한다.
슈퍼볼 광고 선호도 5위의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 광고. 보행자 보호 기능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었다.
선호도 6위를 기록한 ‘추격전(The Chase)’ 편은 1쿼터 중 선보인 것으로, 야생 곰에게 쫓기던 운전자가 스마트워치로 원격 시동 및 도어 잠금 해제를 통해 신속하게 도망갈 수 있음을 잘 표현했다. 이 기능 역시 실제 운전자들이 많이 사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이를 사용하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Blue Link 2.0)을 설치하고, 월 1만 1000원(부가세 포함)의 사용료를 내야만 가능하다(신차 구입 후 2년간 무료).
추운 겨울 외부에 주차된 차에 미리 시동을 걸고 난방을 하거나, 더운 여름 미리 냉방을 할 수 있어 편리한 기능이지만, 실제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을 고려하면 큰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5분 이상 공회전 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국내법과도 상충된다.
과연 현대차가 슈퍼볼 광고에서 강조한 위치 추적 기능, 보행자 보호 기능, 원격 시동 기능 때문에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도가 올라가게 될까. 이번 슈퍼볼 광고 퍼레이드에서 1위를 차지하고 6위권에 3개나 들었다는 사실은 현대차의 영광이 아니라, 광고를 만든 이노션의 승리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종국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