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도 아름다운 400년 식민역사 고스란히
말라카의 명소인 크라이스트 처치. 1753년 네덜란드 벽돌로 지어졌다. 카메룬 하이랜드는 폭포와 아름드리 나무들로 우거진 정글이다.
현재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기차를 타고 옛 수도 말라카로 갑니다. 1402년 수마트라 섬에서 온 한 왕자가 왕국을 설립하면서 최초의 왕조가 탄생합니다. 이 도시는 수백 년간 아시아 최고의 무역항이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가톨릭의 세례를 받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라카 해협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인도양을 향하고 있는 주요 거점인 말라카 해협. 유럽의 정복자들은 말레이 반도와 수마트라 섬 사이에 있는 이 해협을 통과해야만 동양의 깊숙한 곳까지 진출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처음 발을 디딘 땅이 이곳입니다. 식민지 시대에 말라카 항구의 무역량은 수에즈 운하와 비교가 될 정도로 주요했기에 거점을 쟁탈하는 전투는 치열했습니다.
1511년. 말레이 최초 왕조는 포르투갈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포르투갈은 당시 황금보다 더 귀한 향료를 얻기 위해 동남아로 왔다고 전해집니다.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발견한 지 9년만입니다. 하지만 1641년. 네덜란드가 말라카를 장악하고 지배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네덜란드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1795년부터는 영국이 말레이 전역을 통치하면서 이 도시는 영국의 손에 넘어갑니다. 그러다 1957년 말레이시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합니다. 이 도시에서도 독립기념일인 8월31일에는 성대하고 화려한 축제가 열립니다.
이 도시는 말레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가장 오래된 가톨릭 성당, 개신교 교회와 옛 왕조의 흔적. 유럽풍 건물들과 포르투갈 보물선을 복원한 현대적인 해양박물관. 동양과 서양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합니다. 인종도 다양합니다. 인도, 중국, 페라나칸(중국인과 말레이인의 혼혈) 등. 이곳을 더 낭만적으로 만드는 것은 트라이쇼(Trishaw)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크루즈, 그리고 아기자기한 골목들입니다. 트라이쇼는 거리를 누비는 인력거인데 지붕과 좌석을 갖가지 꽃으로 장식하고 음악과 함께 골목을 누빕니다. 9㎞에 이르는 크루즈는 강을 따라 도시 중앙으로 올라가는 여행코스로 베니스를 연상케 합니다.
강줄기를 따라 노천 카페들은 불을 밝히고 재즈의 선율이 흐르고 강물은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입니다. 강변에는 맹그로브 나무가 울창합니다. 존커 거리(Jonker Street)와 히런 거리(Heeren Street)는 골동품과 갤러리,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골목입니다. 네덜란드어로 존커는 ‘하인’ 히런은 ‘주인’이란 뜻이라고 하니 주인과 하인이 따로 살았나봅니다.
옛 역사의 숨결을 지닌 채 서있는 세인트폴 성당과 크라이스트 처치. 언덕 위에 벽채만 남은 이 성당은 포르투갈의 흔적이 남은 고딕 양식의 건축물입니다. ‘동방의 사도’로 알려진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습니다. 성 자비에르는 동남아에 가톨릭을 전교한 사도로 1552년 중국 광저우에서 사망하자 그 시신이 이곳 말라카에 안치된 후, 나중 인도 고아로 옮겨지게 됩니다. 1753년 건립된 크라이스트 처치는 네덜란드식 건축기법이 오롯이 담긴 교회로 말라카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카메룬 하이랜드로 향합니다. 이곳은 영국인 측량가 윌리엄 카메룬이 1885년 이곳 지도를 작성하면서 개발되고 농장경영과 휴양지로 자리 잡게 됩니다. 폭포, 호수, 가파른 산악지대, 어마어마하게 긴 정글로 유명합니다. 미국 출신의 실크무역재벌 짐 톰슨이 1967년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다 실종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안개를 뚫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다보면 곳곳에 아담한 호텔들이 보입니다.
이 고원지대 카메룬 하이랜드에 3가지 명소가 있습니다. 이 지역을 한눈에 보기 위한 바투 브린창 산(Mount. Batu Brinchang) 전망대입니다. 해발 2301m로 안개와 함께 우거진 나무들과 드넓은 차밭이 아스라히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서 말레이 차 소비량의 70%나 되는 차가 생산됩니다. 말레이 최대 홍차 회사 ‘보 컴퍼니’의 농장도 여기 있습니다.
카메룬 하이랜드에는 유명 하이킹 코스와 산책로가 있습니다. 구눙 멘티기와 타나 라타입니다. 희귀한 식물들과 형형색색의 새와 원숭이, 아름드리 나무들과 덩굴로 우거져 하늘이 가려진 정글 속으로의 여행입니다. 길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유럽의 젊은이들이 도전하고 도전하는 넓은 탐험장이 되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