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관전포인트] 손민한, 박명환, 배영수 빅3 투수대결

노련미 손, 스피드 박, 테크닉 배 투수지존 나야 나!

	▲ 다승 1위를 달리며 마운드 운영면에서 노련미를 앞세우는 롯데 자이언츠의 손민한.

신 트로이카 체제의 마지막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올스타전을 끝내고 2/3를 소화해 낸 프로야구에서는 손민한(롯데) 박명환(두산) 배영수(삼성) 등 이른바 ‘에이스 빅3’가 펼치는 최고투수 대결이 여전히 흥미롭다. 이들 빅3는 다승, 방어율, 승률 등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을 펼치며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7월15일 현재 손민한이 14승3패로 다승 선두를 달린다면 배영수는 2.45라는 방어율을 자랑하고 있다. 양배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던 박명환은 최근 1패를 당했지만 10승 1패로 0.909라는 놀라운 승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직 빅3는 올 시즌 단 1차례도 선발 맞대결을 펼치지 않았다. 빅3가 보는 빅3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들의 모든 것을 전격 비교해 봤다.

손민한(롯데) 박명환(두산) 배영수(삼성)가 펼치는 최고투수 대결이 각 팀의 순위 경쟁만큼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빅3는 다승, 방어율, 승률, 삼진 등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자타가 공인하는 에이스라는 것이겠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각자의 개성이 강하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

#구질과 승부구
박명환과 배영수가 젊은 패기로 파워 피칭을 구사한다면 손민한은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여유 있는 노련미로 승부한다. 스피드에 자신 있는 박명환이 올 시즌 승부구로 선택한 구질은 슬라이더다. 박명환은 “슬라이더 감이 좋은데 타자 몸쪽으로 바싹 붙는 백도어 슬라이더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민한과 배영수 역시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를 활용하지만 승부구로는 공통적으로 포크볼을 활용하고 있다. 배영수는 포크볼에 대해서 “자신 있게 던질 수 있고 변화구로서 각이 크기 때문에 잘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까칠 혹은 만만 타자
에이스라고 해서 어떻게 상대하기 껄끄러운 타자가 없겠는가. 모두 배짱 두둑한 선수들이다 보니 정면 승부를 피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궁합(?)이 안 맞는 타자도 분명 있다. 손민한에게 가장 답답함을 주는 타자는 ‘돌부처’ 스타일이다. 손민한은 “여간해서 배트가 나오지 않는 경우 자기 볼을 기다리는 것인지 요행(?)을 바라는 것인지 피곤해진다”며 고개를 저었다. 박명환은 “힘보다는 정확성으로 승부하는 타자들이 나오면 승부하기가 쉽지 않다”며 김한수(삼성), 조원우(한화)를 대표적인 선수로 꼽았다. 배영수의 경우는 “선구안이 좋아서 ‘초이스’를 잘 하는 선수와 ‘파울’ 타구를 많이 날리는 선수는 사양하고 싶다”며 끈질긴 타자를 언급했다.

	▲ 10승1패로 승률 0.909를 기록하며 파워피칭으로 유명한 두산 베어스의 박명환. 사진제공=두산베어스

반면, 세 선수 모두 한 방 있는 타자에 대해서는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명환은 클린업 트리오가 오히려 상대하기 편하고 손민한과 배영수는 공격적으로 나오면 공 던지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인구’에 잘 속아주기 때문이라고.

#선발 등판 전날엔
매 경기 시합에 나서는 야수들과는 달리 투수는 보통 5일 간격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이렇다 보니 등판을 하루 앞둔 날에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세 선수 모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푹 쉰다’는 공통분모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보니 이들 선발투수, 특히 에이스들에게는 그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안정’이 최고라는 것. 손민한은 “더 많이 자고 더 많이 먹는다”를 외쳤고 박명환은 한술 더떠 “푹 쉬는데 하루 동안 다음날 시합에 집중하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지도 않는다”고 소개했다. 배영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잠을 더 많이 자는데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지기도 한다”며 심적 부담을 언급했다.

#타자와 승부하는 배짱
세 선수 모두 기본적인 배짱을 갖고 있겠지만 가장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인 선수는 박명환이었다. 박명환은 “위기 상황에서도 자기 볼을 믿고 던질 수 있는 마음이 바로 배짱이 아니겠냐”면서 “볼카운트 투쓰리, 만루 상황에서도 슬라이더를 과감하게 던질 수 있다”는 말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반면 배영수는 “그때 그때 다르다”는 솔직한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배영수는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힘으로 밀어붙이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강한 타자와는 직접적인 승부를 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손민한의 경우는 “수치로 나타내기는 어렵겠지만 50~60% 정도가 아니겠냐”면서 “아주 적극적이지도, 아주 소극적이지도 않고 적당한 것 같다”는 말로 대신했다.

#필살기와 아킬레스건
빅3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겠지만 과연 자신들은 투수로서 자신들의 장단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먼저 손민한이 말하는 자신의 장점은 크게 기복이 없다는 것. 하지만 터프한 스타일이 아닌 것이 가장 불만사항이라고 한다. “투구폼이 너무 자연스럽다 보니 투구폼에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는 게 불만”이라는 것. 박명환의 경우는 역시 ‘닥터K’로 불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빠른 볼’을 자신의 최대무기로 꼽았다. 하지만 구질이 단조로운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 방어율 2.45를 자랑하며 파워와 기교를 겸비했다는 평을 듣는 삼성 라이온즈의 배영수.

한편, 배영수는 “‘무모함’이 보는 시각에 따라서 장단점이 다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승부욕 때문에 먼저 타자와 붙어보겠다는 의욕이 앞서지만 가끔 욕심인 경우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기억에 남는 심판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 어쩌면 투수와 심판이 아닐까. ‘스트라이크’를 외치는 한마디와 ‘삼진’일 경우 펼쳐지는 현란한 제스처를 보면 심판들의 다양한 개성을 알 수 있다. 혹시 이런 심판의 콜과 제스처 중에는 투수의 기를 살려주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손민한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치는 심판의 목소리와 제스처가 크면 아무래도 투수는 기분이 좋다”며 상관관계를 부인하지 않았다. 덧붙여 손민한은 “아주 시원시원하게 콜과 액션을 취하는 이민호 심판이 가장 다이내믹해 보인다”고 소개했다.

배영수는 목소리가 가장 큰 심판은 이민호 심판이지만 최근 이영재 심판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처럼 보인다고. 배영수는 “화려한 액션이라고 하면 임채섭 심판이 단연 눈길을 끌지만 가장 짧은 콜과 거의 움직임이 없는 심플한 액션의 박기택 심판도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빅3 에이스의 신상 비교

	손민한(롯데)	박명환(두산)	배영수(삼성)
나이	30	28	24
입단	97년(8년차	96년(9년차)	2000년(5년차)
연봉	1억8천만원	2억6천만원	2억2천만원
신장/몸무게	179/85	186/92	184/84
혈액형	A	B	A
별명	손교주	철옹성, 로켓맨	아톰
취미	낚시	여행	독서(무협지)
주량	소주 1병	소주 3잔	소주 3잔(맥주 1병)
흡연	?	하루 반갑	X
친한 선수	이용훈	김동주, 이재우	권오준, 임창용
존경하는 선수	윤학길	로저 클레멘스	이강철, 김기태
좌우명	후회 없이 살자	최선을 다하는 것 만큼 반드시 돌아온다	후회 없이 던지자
보물1호	딸	생각해 본 적 없음	차
좋아하는 음식	‘탕’ 들어가는 모든 음식	냉면	고기

2005 성적 비교 (7월 15일 기준)

	이닝	승	패	탈삼진	승률	방어율	피홈런	볼넷
손민한	117.1	14	3	79	0.824	2.53	9	24
박명환	92.1	10	1	92	0.909	2.73	1	46
배영수	117.1	9	6	95	0.600	2.45	4	32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