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못해도 괜찮아”…연습생 이탈자·오디션 탈락자 등 ‘이삭’ 줍기도 치열
대만인이 대만기를 흔드는 것이 무엇인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이 이에 크게 반발했고, 총통선거를 앞뒀던 대만은 쯔위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해 활용했다.
쯔위 사태는 잠잠해졌지만 이런 문제는 외국인 멤버를 보유한 그룹이 갖고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을 만들며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는 것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트와이스만 보더라도 쯔위 외에 일본인 멤버 3명이 더 있다. 8인조 걸그룹의 절반이 외국인 멤버로 채워진 셈이다.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들은 과연 독도나 위안부와 관련돼 어떤 입장을 말할 수 있을까? 일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한국 내 활동에 제동이 걸릴 것이고, 한국의 입장을 옹호했다가는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8인조 걸그룹 트와이스는 최근 논란이 인 쯔위 외 일본인 3명 등 절반이 외국인 멤버다.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하지만 대다수 가요 기획사 관계자들은 “외국인 멤버는 적극 영입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K-팝 시장이 커지며 해외가 주요 공략지가 됐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 김윤진과 이병헌의 행보가 국내 팬들의 전폭적 지지와 관심을 얻듯,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에 속한 외국인 멤버들은 자국으로 돌아갔을 때 절대적 응원을 받는다. 한 명의 멤버를 통해 그룹 전체를 알릴 수 있으니 더 없이 좋은 홍보 수단이 아닐 수 없다.
트와이스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특히 외국인 멤버 활용에 능하다. 2PM의 멤버 닉쿤은 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연예인 중 한 명이다. 한국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그는 태국 영화 <세븐 썸씽>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2PM의 동생 격인 아이돌 그룹 갓세븐에도 태국인 멤버 뱀뱀과 홍콩 출신 잭슨이 있다. 최근 방송된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는 태국을 찾은 뱀뱀의 모습이 그려졌다. 수많은 팬들의 성원을 받으며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뱀뱀과 출연진은 태국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현지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2012년 데뷔한 5년차 걸그룹 피에스타 역시 요즘 중국 묘족 출신 멤버 차오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독특한 캐릭터를 앞세워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한 차오루는 최근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합류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덩달아 피에스타까지 널리 알려져 새 앨범으로 활동을 앞두고 있다.
새롭게 준비 중인 걸그룹들도 외국인 멤버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걸그룹 씨스타를 보유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이는 12인조 우주소녀의 멤버 중 3명이 중국인으로, 한중 합작 글로벌 그룹을 표방한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리쥔 호텔에서 열린 우주소녀의 데뷔 쇼케이스는 시나닷컴, 소후뮤직, 텐센트, 봉황뮤직, PPTV 12. Ku6, 환구뉴스, 오락신문망, 중국청년망 등 10여 개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외국인 멤버가 포함됐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였다.
12인조 우주소녀는 멤버 4명이 중국인이다. 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비스트, 포미닛을 보유한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신인 걸그룹 CLC 역시 5인조에서 7인조로 탈바꿈하며 외국인 멤버를 보강했다. 기존 멤버인 태국인 쏜에 이어 중국인 엘키를 새로 영입하며 다국적 걸그룹으로서 활동망을 넓히게 됐다.
국내 가요계에 외국인 아이돌 멤버를 처음 선보인 곳은 SM엔터테인먼트다. 중국인 멤버 한경이 포함된 슈퍼주니어가 2005년 데뷔한 데 이어 2008년에는 또 다른 중국인인 조미와 헨리가 속한 슈퍼주니어-M을 만들어 중국어권 전문 그룹으로 육성했다. 슈퍼주니어가 대만에서 1년 넘게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린 저변에는 이런 현지화 전략이 깔려 있었다.
SM은 이어 걸그룹 에프엑스를 만들며 중국인 빅토리아와 중국계 미국인 엠버를 영입했고, 현재 가장 큰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엑소에는 크리스, 루한, 레이, 타오 등 중국인 4명을 포진했다. 하지만 이 중 크리스, 루한, 타오 등이 중국으로 돌아가며 S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외국인 멤버 이탈 현상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외국인 멤버들은 해외 활동시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자국민이 포함된 K-팝 그룹에 대한 이질감을 없애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각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괜찮은 외국인 멤버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SM, YG, JYP, FNC 등 대형 기획사들은 이를 위해 해외에서 현지 오디션을 진행한다. 이 회사들은 이미 외국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믿고 오디션에 지원하는 양질의 자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오디션을 통과했다고 해서 곧바로 데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고향을 떠나 낯선 한국에서 평균 3~4년 연습생 기간을 거쳐야 한다. 노래와 춤 등 기본적인 기술 외에 언어까지 습득해야 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이탈하는 이들도 꽤 생긴다. 글로벌 오디션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중소 기획사는 이들을 영입해 데뷔시키기도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실력이 뛰어난 연습생이 많은 기획사에서는 조건 없이 연습생 계약을 풀어주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 타 기획사에서 양해를 구한 후 데려와 데뷔시킨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의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떨어진 외국인들도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눈여겨보는 인물들이다. 실력이 부족해 우승권에 다가가지 못해도 ‘키워 쓰면’ 된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가요계 인사는 “상위권에 속할수록 이미지 노출이 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예선에서 탈락한 멤버들을 더 챙겨 본다”며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는 것만으로도 연예계 데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룹의 일원으로 활용하기 더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