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실력 떨어져 공부로 전향한 형은 서울대 진학 ‘화제’
비금도에 살던 이세돌 가족. 아랫줄은 세돌, 모친, 부친, 차돌이고 윗줄은 세나, 상훈.
1998년 암으로 작고한 아버지 이수오 씨에게 바둑을 배웠다. 목포에서 초등학교 교직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홀연히 식솔들을 이끌고 고향인 비금도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평범한 시골농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서울교대를 나왔고 대학 시절 바둑을 배웠는데 기재도 상당했던 모양이다. 아들들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하며 낯을 익힌 프로기사들과 바둑을 두었는데 두 점으로 버틸 정도였다고 한다.
세돌(世乭)이란 이름은 ‘바둑으로 세상을 지배하라’는 뜻이다. 새삼 그의 혜안이 놀랍다. 아버지는 섬에서 자식 5남매에게 모두 바둑을 가르쳤다. 그중 둘째 상훈과 막내 세돌이 프로기사가 됐고, 셋째 세나 씨는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해 현재 <월간바둑> 편집장을 하고 있다. 세돌의 바로 위 넷째 차돌 씨도 바둑을 배워 아마5단 수준이지만 막내 세돌에 좌절감을 느끼고 공부로 전향,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집을 일찍 떠난 첫째 상희 씨 실력이 제일 못해서 아마2단. 상희 씨 역시 이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나중 서울에서 형제들의 뒷바라지를 한다.
아버지는 아침이면 막내에게 사활 문제를 내준 뒤 농사일 보러 나갔고, 일을 마치고 저녁에 돌아와 숙제를 점검했다. “글자도 깨우치지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바둑문제만은 곧잘 맞췄다”는 이세돌. 여덟 살 아래 동생보다 먼저 서울로 올라와 프로기사가 된 형 상훈은 어느 날 인터뷰에서 묘한 말을 한다. “사실 나보다 내 동생이 더 잘 둔다” “동생이 누군데?” “고향에 있다. 이제 열 살 됐다” 그렇게 해서 세돌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 세돌은 형을 따라 서울 권갑룡 도장에 입문, 95년 12세의 나이에 프로에 입문하게 된다.
최근 인터넷에서 이세돌 집안의 ‘우월한 DNA’가 화제다. 그중 세돌의 형 차돌 씨의 바둑 실력이 동생만 못하자 아버지가 ‘넌 기재가 없으니 공부나 하라’고 해서 차돌 씨가 공부로 전향,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했다는 말이 회자됐는데 사실이 아니란다. 누나 세나 씨는 “어디서 그런 얘기가 처음 나왔는지 모르겠다. 사실이 아니다”며 웃었다.
5남매의 비금도 고향집은 현재 어머니 박양례 여사(71)가 홀로 지키고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