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T 뿌리는 한국계...광고주들 ‘불똥 튈라’
검찰은 KT&G 비자금 의혹 관련 ‘윗선’ 수사를 잠정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별건 수사로 광고업계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비자금은) 대표님이 하신 일이라 저희는 잘 모릅니다. 직원 3명 있는 회사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KT&G와는 1년에 4번 신문 광고를 계약한 게 전부입니다. 대표님이랑 면회도 안 돼 그 이상은 모릅니다.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광고업체 A 사 대표 권 아무개 씨는 위장 회사를 이용, 3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KT&G 고위층에게 상납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지난 17일 A 사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권 씨의 비자금 조성 여부를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A 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KT&G 및 자회사 영진약품의 광고 업무를 ‘전면대행’했다. 이 과정에서 A 사는 KT&G 광고 알선 명목으로 외국계 광고업체 JWT로부터 수수료를 챙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석우)는 권 씨를 구속하면서 JWT 전·현직 대표 박 아무개 씨와, 김 아무개 씨, 전직 임원 또 다른 김 아무개 씨에 대해서도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대표 등은 KT&G, KGC인삼공사가 지급한 홍보비 가운데 10억 원을 빼돌려 A 사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KT&G 팀장급 직원 김 아무개 씨는 J 사로부터 1억 원대 현금과 3000만 원 상당의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됐다. 지난주만 해도 검찰의 칼날은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KT&G 전·현직 경영진을 겨눈 것처럼 보였다.
앞서 검찰은 민영진 전 KT&G 사장과 관련한 첩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인사 청탁 의혹, 청와대 출신 관료가 연루된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팀장 김 씨를 구속하면서 KT&G ‘윗선’과 관련한 수사를 잠정 종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지난 17일 “수사가 정치권까지 갈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현재 의외의 ‘별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 로비 수사의 ‘출구 전략’으로 의심되는 광고업계 금품 로비 의혹이다. 지난 17일 검찰은 ‘광고 일감을 알아봐 주겠다’며 JWT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한 카드사 홍보실장 이 아무개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JWT의 광고주 가운데 하나인 축산단체 임원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중심이 KT&G에서 JWT로 넘어간 것이다.
KT&G 비자금 수사로 시작된 광고 상납 파문이 재계를 강타하고 있다. 사진은 KT&G 본사 전경. 일요신문DB
JWT는 2001년 11월 다국적 광고그룹 WPP 계열사인 JWT가 국내 광고업체 ㈜애드벤처월드와이드(애드벤처)를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애드벤처는 1997년 설립된 토종 광고업체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JWT의 뿌리가 한국인 셈이다. 특히 애드벤처는 국내 재벌인 A 기업과 B 그룹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등기부 등에 따르면 2001년까지 애드벤처 임원진 대부분은 두 기업의 오너 혹은 그 일가였다. 회사가 합병된 후에도 상당기간 JWT 사내이사를 역임한 이들은 2013년 3월 18일부터 임기 3년의 JWT 사내이사를 중임 중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재계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는다. 두 회사는 JWT의 광고주이기도 했다.
하지만 A 기업과 B 그룹 측은 나란히 수사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B 그룹 측은 JWT에 대해 “우리와는 몇 년 전부터 거래가 없는 회사인 데다 마지막 심사 때는 프리젠테이션에서 떨어진 것으로 안다”며 “우리 회사 자체의 광고 물량이 많지 않아 ‘몰아주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A 기업 측 역시 “2012년이 마지막 계약이고 그 후로 일감을 준 적이 없다”며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등기 여부도 처음 듣는다. 그 회사와는 공식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수사가 어디까지 진전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사가 JWT 임원들의 ‘입’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JWT와 광고 계약을 맺은 다수 광고주가 부담을 떠안은 모습이다. 이와 관련, 유명 대부업체가 곧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흘러 나온다. 광고주들은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한 항공사 측은 “처음 듣는다”고 했고, 카드사 측 역시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부업체 관계자도 “그 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수사 협조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