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문 닫힌 명문학교, 한국 기술 전수 교육현장 됐으면…
이 교수는 식품가공에 대한 강의와 실습을 하는데, 특히 미얀마 식품의 국산화를 주요 연구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충남대학교 식품생명공학 박사를 거쳐 캄보디아 국립기술대 교수, 백석문화대학 외식산업학부 교수로 일했습니다. 오늘은 실습실에서 치즈를 만들어 한국식 피자를 만드는 과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지업체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대학에 와 공부 중입니다. 치즈는 이 나라에서 전량 수입하는 품목입니다. 그래서 이 교수는 목장유 가공법에 대해 교재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치즈는 마을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답니다.
아웅산묘 마을에 있는 기술고등학교. 오랜 세월 문이 닫혀 있었다.
미얀마 아웅산 수지 새 정부는 환경, 교육, 건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된 공약도 구체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이병찬 교수가 제안한 ‘기술고등학교 살리기’가 눈길을 끕니다. 그의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양곤 인근 인세인 타운쉽에는 아웅산묘(Aung San Myo)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에 기술고등학교(Technical High School)가 있습니다. 바로 맞붙어 아웅산 공원도 넓게 가꿔져 있습니다. ‘독립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을 기리기 위해 아웅산 공원과 함께 세워진 고등학교입니다. 아웅산 동상과 함께 유서깊은 학교지만 25년이 넘도록 문을 닫은 채 서있습니다.
교정을 들어서니 학교를 지키는 관리인만 한 사람 있을 뿐입니다. 긴 복도와 세월의 흔적을 안은 빛 바랜 교실들. 교사 사택과 실습실이 넓게 자리잡고 있어 당시에는 좋은 학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민주화 혁명시절인 1988년 폐쇄되고 말았습니다. 그 전에는 미얀마 산업을 이끌 인재를 키워낸 산실이었습니다. 군부는 학교와 맞붙은 아웅산 공원에도 일반인 출입을 금지시켰습니다. 그후 이 나라 기술학교가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현장에 취업하여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습니다. 기초지식도 배우지 못한 까닭에 기술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겁니다.
이병찬 교수는 YTU에서 식품가공에 관한 강의와 실습을 맡고 있다. 아웅산 공원의 아웅산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 교수.
이 학교는 인세인 타운쉽 지역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우 트린 씨는 이 지역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부 4명의 대표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이 학교가 문이 열리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수지 정부가 마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할 일이 너무 많으므로 주민들이 힘을 합쳐 해내고 싶다고 합니다. 한국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되면 좋겠다고 합니다. 한국의 교육기관이나 정부차원의 원조가 아쉬운 대목입니다.
때가 타고 얼룩이 진 긴 교실복도와 교정을 이 교수와 함께 걷습니다. 이 기술고등학교에서 공부해 직업전선에 가거나 명문 YTU로 갔던 학생들. 한국에서 와서 YTU에서 한국국제협력단으로 일하는 이병찬 교수. 그의 꿈은 이 기술학교가 다시 문을 여는 일입니다. 이 나라 산업의 근간이 될 농업기술, 수산양식, 축산가공, 식품가공 기술 등을 배우는 산실. 한국의 뛰어난 기술을 접목해줄 교육 현장. 우리가 인도차이나를 ‘마지막 시장’으로 키우기 위해선 인재를 키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