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중견기업에 대부업체까지 몰려들어 ‘특혜제공설’ 수군수군
시장성이 검증된 사업군에 자본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인프라 공룡’ 맥쿼리자산운용은 2013년 행담도휴게소 사업권을 따낸 뒤 다음해엔 코오롱그룹으로부터 국내 매출 1위인 덕평휴게소를 인수했다. 덕평휴게소 전경과 내부 시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4년 하이플렉스 연매출은 257억 9000만여 원으로 나타났다. 하이플렉스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마장휴게소 사업권을 위탁받아 2013년부터 이 휴게소를 운영 중이다. 영업권 만료는 25년 뒤인 2037년이다. 이때 하이플렉스는 휴게소 시설을 도로공사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물론 그 전까지 휴게소에서 난 수익은 모두 하이플렉스가 가져간다.
또 SK에너지, 파리크라상, 이씨엠디는 각각 마장휴게소를 통해 자사 제품인 유류, 식음료 등을 판매할 수 있다. 이들은 ‘임대인’인 동시에 ‘임차인’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5일 “식품이나 유통기업 쪽에서 (휴게소를) 갖고 있으면 유리하다”며 “실제 수익성이 10%에 달할 정도로 높고 상품을 테스트하거나 재고를 털어내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재벌인 CJ푸드빌은 2014년 7월 서해안고속도로 내 행담도휴게소 운영권을 따냈다. 행담도휴게소는 영동고속도로 내 덕평휴게소, 마장휴게소와 함께 휴게소 ‘빅3’로 불린다. 이들 휴게소는 모두 민자 방식으로 개발된 뒤 운영권이 ‘대자본’에 넘어갔다.
또 SPC그룹 계열인 삼립식품은 김천휴게소, 속리산휴게소, 진주휴게소 등 6개 휴게소를 운영 중이다. 주유소 6곳까지 합하면 모두 12곳의 운영권을 도로공사로부터 따낸 것이다. 아울러 풀무원은 이씨엠디 명의로 5개, 풀무원식품 명의로 2개 휴게소를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게소 사업을 가리켜 ‘가두리 양식장’에 비유했다. 그는 “휴게소로 들어왔다가 (시설 나쁘다고) 나가는 사람은 없다”며 “고객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관리자 입장에서 편하다. 어느 정도 트래픽(인구 이동)만 유지되면 운영이 된다”고 밝혔다. 도로공사 측도 지난 25일 “정확한 업체 수익은 알 수 없지만 적자 나는 구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도로공사가 발표한 연간 고속도로 교통량을 보면 지난 5년 사이 운행 차량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2009년 연간 12억 1391만 대가 집계된 교통량은 2011년 13억 대를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14억 9082만 대를 기록했다. 교통량이 증가함에 따라 하루 휴게소를 이용하는 차량은 2010년 47만 7918대에서 2013년 54만 1328대로 늘었다. 2015년 기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는 180곳으로 전년과 비교해 4곳 더 늘었다.
도로공사 ICT센터가 지난해 5월 작성한 보고서 ‘휴게소 매출증대 방안 연구’를 보면 전체 휴게소 매출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8268억 원이던 연매출은 2011년 1조 147억 원, 2013년 1조 1342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매출은 6.53%의 증가율을 보여 한국 경제성장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마장휴게소는 덕평휴게소, 행담도휴게소와 함께 휴게소 ‘빅3’로 불린다. 스타벅스, 맥도날드는 물론 롯데마트까지 입점한 초대형 휴게소로 ㈜하이플렉스가 운영하고 있다. 마장휴게소 페이스북 캡쳐.
시장성이 검증된 사업군에 자본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한화호텔리조트는 전북 익산, 충남 공주 등에 휴게소와 주유소 12곳을 운영 중이다. ‘인프라 공룡’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 2013년 행담도휴게소 사업권을 따낸 뒤 다음 해엔 코오롱그룹으로부터 국내 매출 1위인 덕평휴게소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도로공사로부터 평창휴게소를 사들이면서 일약 휴게소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자 단체 (사)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협회)는 홈페이지에 회원사 90곳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30대 대기업 영풍, 구 쌍용그룹과 특수 관계에 있는 태아산업, 대부업체 리드코프 등이 휴게소 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향군인회와 경찰공제회도 각각 휴게소를 운영 중이며, 군인공제회는 대양산업을 통해 휴게소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이밖에 ‘휴게소 재벌’로 유명한 대보그룹은 대보D&S, 대보건설, 대보유통, 보령물산 등 명의로 30개에 가까운 휴게시설(주유소 포함)을 운영 중이다. 대보그룹처럼 한 그룹사 내 여러 계열사가 입찰을 따낸 사례는 8곳이 넘었다.
㈜유성티엔에스는 계열사 서희건설과 함께 휴게시설 운영권을 수주했고, 쓰리원은 대현유통, 대현하이웨이, 고신통상 등 명의로 휴게시설 입찰에 참여했다. 특히 연매출 5000억 원대 중견기업인 송원그룹은 태경산업, 백광소재, 남영전구 등 명의로 휴게소 10곳과 주유소 7곳의 영업권을 받았다.
이와 관련, 도로공사 안팎에서는 ‘특정 기업들에게만 특혜를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공사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던 대보그룹, 도로공사가 122억여 원을 투자한 바 있는 KR산업, 도성회(도로공사 퇴직자 모임)가 지분 100%를 소유한 H&DE 등이 매년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강동원 무소속 의원실 김현목 보좌관은 지난 24일 “국정감사 때마다 도성회 문제, 도로공사의 휴게소 입찰 등과 관련한 시정을 요구했지만 기득권을 끊어내기 어려웠다”며 “이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 않느냐. 기업들의 투자가 많아진 것은 해당 구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마장휴게소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사업권을 반환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계약대로라면 롯데마트는 25년 뒤 영업장을 비워야 한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측은 “마장은 입지 조건이 좋아 사업을 제안 받은 것”이라며 “나중에 도로공사 소유로 시설물이 귀속되는 것은 분명하다. 단 그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때 가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