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 14명 ‘1위’ 서울고·경남고 8명 ‘2위’ 경북사대부고 6명 ‘4위’ 광주제일고 5명 ‘5위’
조사대상 기업집단은 지난 4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발표한 ‘2016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현황’을 기준으로 삼았다. 공기업을 제외하고 자산총액 순으로 상위 10개 그룹의 주요 상장사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부사장 이상으로 했으며 각 계열사마다 규모와 직위체제에 차이가 큰 점을 최대한 반영했다. 또 오너가 있는 그룹의 경우, 오너와 그 일가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러한 기준으로 148명의 CEO의 출신 고교를 살펴봤다.
올해 조사 결과를 두 단어로 요약하자면 ‘경기고’와 ‘서울’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고등학교는 지난해 조사에 이어 올해도 14명을 기록한 경기고가 차지했다. 서울고(8명), 경남고(8명), 경북대사대부고(6명), 광주제일고(5명)가 그 뒤를 이었다. 또 조사 대상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는 71명이 서울지역 고교 출신이었다.
부산과 대구 지역 고교 출신이 각각 18명, 광주 지역 고교 출신은 8명으로 조사됐다. 대도시 지역 고교 출신이 많은 것은 지역 인재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의 명문고교로 ‘유학’을 떠나는 일이 많았던 탓으로 해석된다.
챔피언 방어에 성공한 경기고 출신 CEO들은 10대 그룹에 고르게 포진해 있다. 그중 지난해에 이어 올해 조사에서도 재계 2위 현대차그룹에 경기고 출신 CEO가 가장 많았다.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안건희 이노션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경기고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서울대가 생각난다. 정계·법조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 중에 이른바 KS라인(경기고-서울대)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재계의 KS라인도 만만치 않음을 엿볼 수 있었다. 14명의 경기고 출신 중 11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KS라인 경영대 동문이다. 김정환 현대중공업 사장, 백이현 삼성SDI 사장 등 KS라인 공대 동문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 이어 2위를 수성한 서울고 출신 CEO는 재계 1위 삼성그룹에 가장 많았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정유성 삼성SDS 사장이 서울고 출신이다. 또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여승동 현대자동차 사장, 박상순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박재홍 한화 부사장,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 역시 서울고 동문이다.
올해 조사에서는 경남고의 약진이 돋보인다. 서울고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한 경남고 출신 CEO들 역시 10대 그룹에 고르게 포진해 있다. 정철길 SK 부회장, 임형규 SK텔레콤 부회장을 비롯해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정택근 GS 사장 등이 경남고 출신이다.
4위를 기록한 경북대사대부고 출신 CEO 중에는 롯데그룹 CEO가 제일 많았다.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이사가 경북대사대부고 출신이다. 그밖에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최상규 LG전자 사장도 경북대사대부고 출신이다.
서울과 영남 고교 출신 CEO들이 절대 다수인 가운데 호남 지역 고교로 이번 조사에서 5위를 차지한 광주제일고가 눈에 띈다. 고교 야구 명가로 불리는 광주제일고 출신으로는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정일재 LG생명과학 사장, 안승권 LG전자 사장, 부윤경 삼성물산 부사장, 김청환 호텔신라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출신 고교별 지역분포를 살펴보면 서울·부산·대구 3곳 고교 출신이 107명으로 전체 조사대상 CEO 148명의 70%를 넘었다. 또 영남(부산·대구·경남·경북) 지역과 호남(광주·전남·전북) 지역 출신 고교 CEO 수를 비교해 보면 각각 47명, 10명으로 5배가량 차이가 났다. 영남 인구가 호남 인구의 2배 정도 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재계에서 영남 지역 고교 출신 CEO들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남 패권(?)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 기업은 롯데다. 이번 롯데그룹의 조사대상 CEO 12명 중 청주상고를 졸업한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과 신일고 출신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제외한 10명의 CEO가 모두 대구·경남·부산 지역 고교 출신이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
상업고·공고 출신도 10명 중 1명 ‘포진’ 상업고등학교와 공업고등학교 중에도 명문고가 많다. 명문상‧공고 출신 인사들은 지금도 재계뿐 아니라 학계와 정계 등에 두루 포진해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상자 148명 중 상고 출신은 10명, 공고 출신은 4명으로 나타났다. 권문식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재화 롯데쇼핑 사장,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는 대구상고 동문이다.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과 임충희 GS건설 부사장은 청주상고 출신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교로 알려진 동지상고 출신이다. 그밖에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은 대구중앙상고, 이상균 대한항공 대표는 덕수상고,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은 성의상고, 이완경 GS글로벌 사장은 선린상고 출신이다. 공고 출신 CEO도 있는데, 조성진 LG전자 사장과 박종석 LG이노텍 사장은 용산공고 동문이다. LG전자의 노환용 사장과 김종식 사장은 각각 마산공고와 포항공고를 졸업했다. 그러나 이들 학교 중 지금까지 상‧공고로 남아 있는 학교는 용산공고와 마산공고뿐이다. 포항공고는 포항제철공고에 인수됐다. 동지상고, 대구상고 등은 모두 일반계 고교로 바뀌었다. 선린상고는 선린인터넷고로 개명해 특성화 고교로 운영 중이다. [정]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유일한 해외 고교 출신 요즘은 조기 해외유학이 흔해졌지만 예전에는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유일하게 해외 고등학교 출신 CEO가 있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최 사장은 미국 조지타운 프렙스쿨(Georgetown Preparatory School)을 졸업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사진=삼성물산 홈페이지 최치훈 사장이 졸업한 조지타운 프렙스쿨은 1789년 존 케롤 주교가 설립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남자 사립기숙학교로 알려져 있다. 매우 우수한 대학 진학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