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깊이 파다 흙탕물 뒤집어쓴 꼴
이번에 촉발된 장동민 논란의 시작은 한부모 가정으로 이뤄진 시민단체의 고소로 비롯됐다. ‘차별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대표 이병철·차가연)은 지난 7일 서울서부지검에 장동민 등을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케이블채널 tvN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장동민이 한 부모 가정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내용을 꾸몄다는 이유였다. 차가연은 장동민 조현민 등 개그맨과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및 작가, 해당 방송사인 tvN의 김성수 대표까지 무더기로 고소했다.
차가연의 입장은 해당 방송 내용이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모욕행위”였다는 지적이다. 소장에서 차가연은 “부모의 이혼으로 깊은 상처를 받은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과 이혼 당사자인 부모들을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조롱해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모욕행위를 직접 실행하거나 이를 조장 내지는 방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이혼율이 40%에 육박하고, 2000만 명에 가까운 숫자의 국민들이 이혼과 직간접으로 관여돼 있다”며 “이혼자와 그 자녀들을 문제 있는 사람들로 지적하고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 놀림감으로 만드는 행위는, 부모의 이혼선택으로 깊은 상처를 받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어 그들이 맑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반사회적인 엄중한 범죄 행위”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프로그램 제작진과 장동민은 잇따라 “반성한다”는 뜻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tvN은 해당 코너를 폐지했다. 이에 차가연은 고소를 취하하면서 “당초 법적인 처벌보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과 인식 개선을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소 취하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에 있는 장동민을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특정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의 방송으로 연이어 논란에 휘말린 사실이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 한부모 가정 비하에 ‘아동 성추행’ 논란까지
문제가 된 방송 내용은 3일 처음으로 방송된 <충청도의 힘>에서 장동민이 꾸민 상황과 여러 대사들이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등장한 장동민은 한부모 가정의 친구가 비싼 장난감을 자랑하자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으면서 “쟤 아버지가 양육비를 보냈나 보다”고 했다. 이혼한 가정 자녀가 생일에 양쪽 부모에게 선물을 받는 일을 두고 “재테크”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이날 방송은 동시에 ‘아동성추행 논란’까지 함께 일으켰다. 장동민은 원하는 장난감을 얻으려고 할머니 앞에서 “고추를 까겠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꺼냈고, 할머니의 마음을 풀어주는 과정에서는 성기를 만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코미디 빅리그>는 케이블채널이라는 매체 특성으로 인해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비해 선정적인 표현을 많이 써왔지만 이번처럼 한 편의 코너가 여러 논란에 휘말린 적은 드물다.
한부모 가정 비하 개그로 논란이 된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 방송 화면.
특히 무더기 피소 사실이 알려진 바로 전날 공교롭게도 장동민은 지상파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기’를 선언했다. 그와 가장 절친한 동료이자 개그팀 ‘옹달샘’으로 함께 활동하는 유세윤, 유상무와 함께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장동민은 과거 경솔했던 행동을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각오를 여러 차례 밝힌 터였다.
더욱이 이날 방송에는 장동민의 실제 연인인 가수 나비도 출연했다. 공개 연인이자 곧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은 서로의 내밀한 관계까지 털어놓는 등 적극적으로 임했고, 그렇게 화제를 모았지만 바로 다음 날 피소 사실이 공개되면서 더욱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가장 먼저 사태 진화에 나선 곳은 tvN이다. <코미디 빅리그> 제작진은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에게 사과했다. “모든 잘못은 제작진에게 있다”며 문제의 코너 <충청도의 힘>을 폐지한다고 알렸다. 장동민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10일 자신의 SNS에 “책임을 지고 <코미디 빅리그>에서 하차한다”며 “많은 분의 상처를 모두 씻을 수 없지만 뉘우치는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불과 1년 전 사과 기자회견 했음에도…
장동민은 이번 논란으로 출연하고 있던 몇몇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사실상 제작진에 의한 ‘해고’에 가깝다. 장동민이 연인 나비와 함께 출연하던 KBS 2TV <나를 돌아봐>가 대표적이다. KBS는 장동민의 하차는 물론 앞서 촬영해 놓았던 분량까지 전부 편집했다.
대중은 물론 방송 제작진마저 장동민에게 냉정한 잣대를 가하는 이유는 비슷한 문제가 연이어 반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매번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내용의 개그로 논란을 빚는 사실도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을 키운다.
사실 장동민은 지난해 4월 유세윤, 유상무와 진행했던 온라인 라디오 프로그램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과거 상품백화점 붕괴 사고 때 생존한 여성 피해자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발언으로 거센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 비난이 커지면서 장동민은 출연하고 있던 MBC <무한도전>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장동민 레이디제인의 2시!> 등에서 하차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당시 장동민은 사과 기자회견까지 열고 “웃음만 생각하다보니 발언이 세졌고 자극적인 소재나 격한 단어를 쓰게 됐다”며 “웃음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눈물까지 보였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재발되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