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 판매량 쏘나타 턱밑 추격…말리부도 출시 대기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국내 5개 자동차 메이커는 일제히 전달 판매량 자료를 발표한다. 4월이 시작되면서 전달 판매량을 까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국내 메이커 중에서 가장 존재감이 떨어져 있던 르노삼성의 중형차 SM6가 3월 월간 판매 순위 8위에 들며 쏘나타를 턱 밑까지 추격한 것이다(이하 국산차 판매량). 7위를 차지한 쏘나타는 7053대, SM6는 6751대였다. 중형차 판매 3위인 기아자동차 K5는 4255대가 판매돼 전체 17위에 올랐다.
르노삼성 SM6가 현대차 쏘나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쏘나타는 전월 5위보다 2단계 내려왔지만 SM6는 무려 33단계나 상승했다. 일부에서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판매량 536대를 제외한 수치(6517대)와 비교해 ‘SM6가 쏘나타를 앞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M6의 공식 판매 개시일은 3월 2일이었지만 2월에 비공식적으로 287대를 팔아 41위에 올랐다. 쏘나타는 2월에 5916대로 5위였다. 2월은 달이 짧고 설 연휴로 판매량이 다른 달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를 감안한다 해도 쏘나타는 전년 동월 대비 17.3% 감소해 신차 효과가 감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은 2월 차량 공개 때 연간 판매 2만 대를 목표로 했지만 4월 11일 이미 누적계약 2만 1000여 대를 기록했다.
#3월 판매 쏘나타 7위, SM6는 8위
현대차는 무이자 할부 카드를 내세우며 방어에 나섰지만 르노삼성은 SM6의 대규모 전국 시승 이벤트와 신세계백화점 특별 라운지 운영에 나서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SM6 인기 비결을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첫째, 마케팅 성공이다. 르노삼성은 가격 공개 전 SM6를 공개하며 경쟁 대상으로 기아차 K7을 지목했다. 마침 K7도 신차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때였다. SM5보다 윗급인 SM6는 현대·기아차 차종으로 치면 i40(아이포티)급이지만 자연스럽게 한 단계 높은 K7급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됐다.
둘째, 기존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헤드램프에서 전면 범퍼까지 이어지는 주간주행등과 센터페시아를 차지하는 8.7인치 풀터치 디스플레이 등 진보적인 디자인은 그동안 한국에서 보던 일반적인 세단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또 고급차에만 쓰이는 랙 구동형 전동파워스티어링(R-EPS)으로 고급스런 조작감을 추구했다.
셋째, 사전 프리미엄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중형차급으로 매기면서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 2.0ℓ 자연흡기 엔진 사양을 기준으로 쏘나타 가격(옵션 제외)은 2204만~2901만 원, SM6는 2376만~2940만 원이다. 현대자동차의 i40는 쏘나타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태다.
르노삼성의 약진 배경에는 박동훈 사장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때 쌍용자동차보다 판매량이 뒤지며 국내 5개사 중 5위로 추락했던 르노삼성이 현대·기아차에 맞불을 놓을 정도로 부활한 배경에는 박동훈 사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박 사장은 1989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장을 맡은 이후 2001년 폭스바겐코리아의 전신인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을 맡았고,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대표로 국내 디젤차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2013년 8월 르노삼성 국내영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영입돼 SM시리즈(SM3, SM5, SM7)의 페이스리프트(소규모 외관 변경)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QM3를 수입해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4월 르노삼성의 첫 한국인 CEO로 취임했다.
#‘박동훈-제임스 김’ 맞수 대결 흥미진진
쏘나타에겐 또 하나의 부담스런 상대가 대기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미국 판매 개시 후 인기를 모으고 있는 9세대 말리부를 5월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말리부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24.1%, 2월에는 53.3% 급증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비슷한 디자인 콘셉트를 지닌 상위 모델인 임팔라가 국내에서 출시 6개월 만에 1만 대가 팔린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가격대가 낮은 말리부는 더 많은 판매가 점쳐진다.
온라인 SNS에서는 말리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신형 말리부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해 구형 모델에 비해 중량이 130㎏이나 줄었고, 250마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2.0ℓ 터보엔진까지 장착해 주행성능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CEO 출신으로 지난 1월 1일 취임한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2월 찻값을 100만 원 깎아주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기아차 모닝을 제치고 스파크를 2, 3월 경차 시장 1위에 올려놓은 바 있다. 이는 올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파크는 지난 3월 9175대가 팔리며 전년 동월 4889대에 비해 2배 가까이 팔렸다. 출시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차를 대폭 할인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가격을 인하하는 꼴이어서 양날의 칼과 같다. 기아차 모닝은 올해 말 풀 체인지 모델이 나오므로 할인 판매를 한다고 해서 상품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올해 초 나란히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과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의 맞수 대결 또한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둘 다 스파크와 SM6로 현대·기아차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제임스 김 사장은 올해 초 중형차 말리부, 전기차 볼트 등 신차 7종을 쏟아내며 ‘마의 점유율’ 10%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박동훈 사장 또한 그간 보여준 마케팅 능력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에서는 QM3 롱보디 버전이 회자되는 등 또 다른 신차에 대한 기대가 모아진다.
한편 전통의 강자 현대·기아차의 대응 또한 주요 관심사다. 현대·기아차는 모든 차종에서 골고루 잘 팔리는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형차와 경차는 가장 많이 팔리는 세그먼트이자 캐시카우다. 핵심 마켓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어떤 카드를 내밀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