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송·구원 얼마면 돼”…면세점도 태후앓이
<태양의 후예>의 본방송 앞뒤로 붙는 광고는 방송 전 일찌감치 완판됐다. 심지어 재방송 광고를 사겠다는 이들도 몰렸다. 이 드라마의 광고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당연히 주연을 맡은 배우 송중기, 송혜교, 김지원 등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됐다.
특히 송중기, 송혜교를 잡기 위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면세점이다. 기존 롯데와 신라 외에 신세계, 한화, 두산 등 대기업들이 대거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지명도 높은 연예인들을 잡으려는 다툼 또한 격화됐다.
<태양의 후예>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송중기, 송혜교, 김지원, 진구. 사진제공=NEW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거나 고국으로 돌아갈 때 반드시 거치는 곳이다. 방문한 나라에서 기념품을 사가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스타를 전면에 배치한다.
이미 <꽃보다 남자>와 <상속자들>의 이민호,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과 원조 한류스타 최지우 등을 모델로 선점하고 있는 롯데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반면 롯데, 신라 등을 상대해야 하는 후발 주자들은 보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태양의 후예>의 주역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두산 면세점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송중기의 몸값은 60억 원까지 치솟았다는 것이 업계 내 도는 소문이다. 중국에서 ‘국민 남편’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그를 모델로 내세운다면 한국 관광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송혜교는 신라 면세점 쪽과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라 면세점은 롯데와 같은 스타 마케팅을 지양해왔다. 하지만 최근 동방신기, 샤이니, 이종석 등과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송혜교까지 영입하려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규 사업자들이 속속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업체들이 입지를 확보하려는 자구책인 것으로 풀이된다.
라네즈 모델 송혜교가 극중 바르던 립스틱은 일명 ‘송혜교 립스틱’이라 불리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여기에 신라가 동방신기, 샤이니, 이종석 등을 입도선매하면서 해외 관광객들이 얼굴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한류스타가 몇 명 남지 않았다. 게다가 신세계는 ‘CF퀸’인 전지현에 이어 빅뱅의 지드래곤을 모델로 세울 계획이다. 동종업계 CF는 한 곳에만 출연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스타 중에서 면세점의 간판으로 쓸 연예인을 섭외해야 한다. 결국 송중기를 잡기 위해 두산이 강력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한 광고 에이전트 관계자는 “송중기와 송혜교는 현재 면세점 CF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태양의 후예>가 전세계 30개국에 육박하는 곳에 수출됐기 때문에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모델 개런티가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각종 한류 콘텐츠를 통해 인기를 얻은 한류스타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면서 한국 화장품 산업 역시 크게 성장했다. 특히 <태양의 후예>의 전쟁 상황 속에서도 유난히 빛난 송혜교와 김지원의 외모 덕에 그들을 모델로 쓰고 있는 화장품 업체들은 반사 이익을 누렸다. 송혜교와 수차례 모델 계약을 갱신하며 장수 모델로 활용 중인 라네즈가 그렇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가 쓴 립스틱이 일명 ‘송혜교 립스틱’이라 불리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김지원이 모델인 기능성화장품(더마) 브랜드 ‘닥터지’(Dr.G)를 운영하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지난달 매출액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50%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김지원 선크림’으로 알려진 제품의 경우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부터 김지원과 손잡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김지원과 모델 계약을 갱신하며 고마움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송중기 역시 최근 화장품 브랜드 포렌코즈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며 <태양의 후예> 열풍이 ‘K-뷰티’ 시장까지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항공사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해외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실어 나르는 항공사 역시 한류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업체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최근 송중기와 전속 모델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그동안 중국발 한류를 이끈 이민호와 김수현 등을 잇달아 모델로 쓰며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찌감치 송중기를 새로운 얼굴로 영입하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유명 한류스타를 기용한다고 해서 해당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기업들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얼굴이 익숙한 한류스타가 권하는 제품은 일종의 신뢰를 얻는다”며 “때문에 각 업체들은 엄청난 개런티를 지불하면서도 한류스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