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냄새 나면 일단 가짜, 아마추어 작품은 진위 판별 어려워
가인과 주지훈의 성관계 동영상이라는 괴자료들이 SNS를 휩쓸기 시작할 무렵 이를 입수해 사실 여부 확인에 돌입했다. 그렇지만 캡처한 사진과 짧게 편집된 동영상 클립만 가지고 사실을 확인하기에는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성인 콘텐츠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문제의 동영상 속 여성은 가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성인콘텐츠 전문가는 전화를 받자마자 왜 전화했는지 알겠다며 가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지난해 여름 소라넷에 올라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성인콘텐츠 전문가는 일반인으로 그쪽에선 ‘스냅백녀’라고 알려져 있는 여성이라고 부연설명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 동영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인과 주지훈의 동영상이 아닌 정황이 포착된다고도 설명했다. 성인콘텐츠 전문가 ‘망치’의 설명이다.
가인과 주지훈은 ‘FxxK U’ 뮤직비디오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촬영이 전문적으로 이뤄졌다. 화면 구도도 그렇고 카메라 각도 등도 그렇다. 일반 연인들이 성관계를 가지며 추억 삼아 찍는 아마추어 동영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해당 동영상 풀버전을 보면 단 한 장면도 여성이나 남성의 얼굴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의도적으로 얼굴이 나오지 않게 찍은 것이다. 애초부터 출연 남녀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로 하고 그런 의도에 따라 촬영된 영상이다. 결과적으로 뭔가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촬영된 프로의 냄새가 짙게 나는 동영상이다. 가인과 주지훈이 그런 상업적인 동영상을 몰래 찍고 유출당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또 다른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이 나돌지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첫 기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연예인 닮은 일반인이 등장하는 성관계 동영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L양 비디오’라고 알려진 성관계 동영상이 그 시초였다. 당시 절정의 인기를 끌던 여자 연예인을 닮은 여성이 나오는 동영상으로 그의 성인 ‘이’의 이니셜을 붙여 ‘L양 비디오’라고 불렸다. 그렇지만 이는 일본 AV였다. 이처럼 2000년대에는 한국 연예인을 닮은 여성이 나오는 일본 AV가 마치 한국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인 양 잘못 알려지곤 했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유명했던 유사 사례의 피해자로는 솔비, 이시영, 개리 등이 있다. 솔비의 경우 중국 포르노가 둔갑한 것이었다. 애초 동영상은 여성의 얼굴이 솔비와 비슷해 보이는 일부 장면만을 묵음 처리해서 편집한 것이었다. 실제 풀버전을 보면 전혀 솔비를 닮지 않은 인물이었으며 목소리와 배경음악 등을 통해 중국에서 촬영된 것임이 쉽게 확인된다. 누군가 이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마치 솔비인 양 속인 것이다.
문제는 개리 동영상이었다. 이는 전형적인 아마추어의 촬영이었다. 연인이 성관계를 가지며 개인적으로 촬영한 동영상이었던 것. 이번 가인 닮은 여성의 성관계 동영상과 달리 개인적으로 촬영한 동영상임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만큼 동영상만으로 사실 확인에 다소 어려움이 따랐다. 화질 역시 얼굴을 명확히 구분하긴 힘들 정도였다. 실제로 당시에는 개리가 맞다는 주장도 제기됐었지만 문신의 모양이 다른 점이 결국 진위를 가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동영상 속 실제 주인공인 여성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리가 아님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일반인 커플의 성관계 동영상이 기본 소스가 된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은 사실 여부 확인이 매우 어렵다. 이런 현상을 성인콘텐츠 전문가 ‘망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과거에는 한국 연예인을 닮은 에로 배우가 나오는 일본 AV나 중국 AV가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으로 둔갑하곤 했다. 그렇지만 상업적으로 촬영된 영상이라 일반인의 그것과 구분이 쉽고 원소스 AV 동영상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반인 커플의 성관계 동영상이 엄청나게 유출되고 있다. 매달 수십 건 이상 이런 동영상이 유출되고 있다. 만약 이런 동영상에 연예인을 닮은 여성이 나오고 이것이 연예인 성매매 동영상으로 둔갑하면 진위 여부 판별이 매우 어렵다. 개리와 이시영 모두 이런 사례라 가인처럼 논란이 초기에 진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그렇게 유출돼 온라인에서 떠도는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 가운데에는 ‘연예인 아무개를 닮은 여성’ 등의 제목이 붙은 경우도 흔하다.”
연예인 닮은꼴 성관계 동영상 논란이 반복되는 까닭은 대부분 누군가의 장난 때문이다. 연예인과 닮은 사람이 나오는 성관계 동영상을 누군가 재미 삼아 편집해서 공개하는 게 그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장난이 너무 심해 악의적으로 보이는 편집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장난은 대부분 사법 처벌로 이어진다. 과거와 달리 연예인들도 그런 논란이 불거지면 속으로 끙끙 앓지 않고 수사를 의뢰하기 때문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