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기도 전 ‘책임론’ 모락모락
▲ 7월 5일 평창의 꿈이 이뤄질까. 일각에선 지나친 낙관론이 후유증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다짐 간담회 모습. | ||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 특성, 그리고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잇달아 유치한 분위기 등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은 낙관론에 젖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확실한 것은 평창이 현재 유력 후보도시 3개 중 결코 1위는 아니며 유치 성공 가능성이 50%를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치위원회 내부에서 유치 실패에 따른 책임전가론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 평창의 ‘드림 프로젝트’를 미리 진단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4동계올림픽 개최지는 현재 신(神)만이 안다고 할 수 있다. 제119차 IOC총회의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투표는 후보 도시들의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끝낸 후 IOC위원들의 무기명 전자투표로 실시된다. 총 111명이지만 후보 도시가 속한 국가 출신인 한국의 이건희 박용성 위원과 오스트리아 1명, 러시아 3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평창유치위원회 측도 “아직도 부동표가 40%”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도 문재인 청와대비서실장이 공식 인터뷰를 통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평창에 대한 국내의 지나친 낙관론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낙관론은 지난 6월 4일 극에 달했다. 이날 IOC가 개최지 결정을 한 달 앞두고 IOC위원들의 현장실사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평창은 잘츠부르크와 함께 ‘엑셀런트’를 받아 ‘베리 굿’에 그친 소치를 제쳤다. 또 같은 ‘엑셀런트’도 주민지지도에 앞서 사실상 1위라는 점이 크게 보도됐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다. 현장실사보고서는 IOC위원들의 참고자료로 일부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또 실제로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이나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등 실사보고서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후보 도시가 최종 투표에서 역전을 이룬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이 평창이 1위를 했다고 대서특필한 반면 외국의 주요 언론은 ‘잘츠부르크와 평창이 공동 1위로 소치에 앞섰다’라고 보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소치의 인프라 부족, 오스트리아 선수들의 약물사건 등을 호재로 활용하며 상대적으로 평창에 유리한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활동도 크게 부각됐다. 하지만 ▲오일달러를 앞세운 러시아가 12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내놓아 판도를 흔들고 여기에 푸틴 대통령과 세계적인 갑부 아브라모비치(첼시 구단주) 등이 전면에 나선 사실 ▲잘츠부르크가 객관적으로 1위로 평가받고 있는 많은 사례, 그리고 독일의 축구영웅 베켄바워가 유럽 동계올림픽을 돕는다는 등의 내용은 소홀히 다뤄졌다. 또 2014인천아시안게임 유치와 평창의 수해피해 복구 미비 등이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는 약점도 간과되곤 했다.
실제로 IOC와 관련해 공신력 있는 보도로 유명한 ‘어라운드링스’는 2014년 동계올림픽 파워인덱스를 통해 잘츠부르크를 1위(82점)에 올려놨고 평창(77점)과 소치(75점)를 근소한 차이의 2, 3위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6월 22일 “잘츠부르크가 가장 앞서 있고 평창과 소치가 뒤를 따르고 있다(Salzburg is the most likely to be chosen, followed by Pyeongchang and Sochi)”라고 보도했다. 또 이에 앞서 주요 외신들은 4년 전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육상 스타 세바스티안 코와 함께 런던의 역전승을 일궈냈듯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소치 유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최대 변수’라고 수차례 주목한 바 있다.
평창의 유치 가능성과 관련해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성공 가능성에 비해 국내에서 기대치가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수치화를 한다 해도 평창은 현재 절대 1위는 아니며 객관적으로 공동 2위, 따라서 확률은 33%라고 하는 것이 옳다.
평창유치위원회의 사무총장으로 스포츠 외교 전문가인 윤강로 씨는 “현재 가능성이 70%니 30%니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과테말라에서 막판 활동과 프리젠테이션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익명을 요구한 한 스포츠 외교 전문가는 <일요신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보했다.
“유치위원회에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요새 그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만약 유치가 실패로 끝날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기대가 부풀대로 부풀려져 있는데 만약 실패하면 그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다. 희생양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2003년 체코 IOC 총회에서 평창이 아쉽게 진후 김운용 IOC위원이 마녀사냥식 여론재판과 정치적 테러를 당한 것과 비슷하다. 벌써부터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에 대한 책임전가는 물론이고 유치위원장과 강원도지사, 대한체육회장 등 누가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까지 과테말라에 간다고 하니 정치권까지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
한국 사람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성공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국민적 실망감은 물론이고, 4년 전을 능가하는 큰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평창 유치위원회 내부 사정에 밝은 A 씨도 “최근 강원도와 유치위원회 내부에서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현실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한다. 걱정들이 많다고 한다. 남은 기간 필요한 것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과 함께 패배에 대한 대비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이미 평창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병철 스포츠 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