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영 쿼터백 투자자문 부대표 인터뷰 “로봇과 사람이 공존할 것”
장두영 쿼터백투자자문 부대표는 미래금융에서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양신형 대표와 1982년생 동갑내기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나.
“삼성증권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 홍콩으로 발령받아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주식 세일즈 업무를 맡았다. 귀국후 양 대표와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투자와 관련해 국내 주식 외에 다른 것들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일치했다. 국내 주식 투자에서 우량주를 골라내는 것이 점점 어렵게 됐고, 해외 자산 투자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일하게 됐다.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서도 둘 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에 차이점이 있다는데.
“로보어드바이저를 의미하는 범주가 다르다.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는 로봇을 활용한 자산관리·자산배분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그런 회사뿐 아니라 로봇을 활용한 헤지펀드운용사도 포함한다. 시스템을 활용한 모든 것을 로보어드바이저라고 일컫고 있는 것 같다. 즉 한국에서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활용한 운용 기법을 모두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통칭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가.
“어떤 면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수단·도구 또는 하나의 자산운용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질문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직접 보고 가입까지 할 수 있다면, 그러한 것들이 하나의 도구이자 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식과 선물‧옵션 운용에 활용되는 시스템트레이딩과 다른 것인가.
“시스템트레이딩은 기술적 분석을 통한 단타매매를 가장 많이 활용한다. 또 선물 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즉 시장 방향성을 맞추려고 하는 상품이다. 반면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 또 투자 대상으로 ETF(Exchange Traded Funds, 지수연동형펀드) 등을 활용하는데,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국가의 주식·채권뿐 아니라 금·은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어느 특정 자산이 수익률이 하락할 경우에도 다른 자산에서 방어되면서 변동성과 손실폭을 최대한 낮춰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자연스레 헤지(위험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 비해 한국에 로보어드바이저가 늦게 도입된 까닭은.
“미국 투자자들은 신기술에 대한 개방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고, 장기투자에 대한 이해도 높은 편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연령층도 20~30대 신세대부터 노년까지 넓다. 또 미국은 ETF 시장이 가장 빠르게 발전한 나라이다. ETF를 활용함으로써 자산배분이 수월해졌다. 다시 말해 미국의 경우는 이미 자산배분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로보어드바이저도 발전했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 그보다 늦게 뮤추얼펀드 시장은 하락세고, ETF 시장은 계속 규모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자산배분의 효율성과 낮은 변동성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즉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필요성이 생겨난 것 같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한국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나.
“효율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 국가는 해외 변수에 매우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여러 국가에 다양한 자산 분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겨난 로보어드바이저가 경기 변동이 심할 때 취약할 것이라는데.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부족해 생기는 우려다. 예컨대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회사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당연히 절반은 큰 손실을 또 다른 절반은 수익을 냈을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금·은·달러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인데, 단순히 주식시장이 붕괴됐다고 해서 전체 자산의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로봇이 운용하는 것이기에 분명히 어떤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2008년의 경우처럼 극단적인 경우를 로봇이 예측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로봇이 금융위기 같은 갑작스럽고 극단적인 경우를 예상하지는 못한다. 다만 다양한 시그널을 통해서 시장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읽어낼 수 있다.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로봇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임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인가.
“사실 알파고도 엄밀히 말하면 인공지능은 아니다. 인공지능이란 정말로 사람처럼 사고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알파고는 바둑을 두기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바둑 관련된 전략이 녹아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알파고는 가상대결을 통해 스스로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소위 딥러닝이라고 일컫는데, 딥러닝이 모든 분야에 알맞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둑과 같은 특정 대상에는 딥러닝이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로보어드바이저도 기계학습을 통해 예측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의 영역에서 알파고와 같이 가상대결 즉, 가상투자를 통해 단순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떤 경제지표가 가장 중요한지 등을 예측해 최적의 대응을 하는 것이 목적이란 차이점이 있다.”
―먼 미래에는 진짜 인공지능이 등장해 금융투자를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나.
“아주 먼 미래에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로봇이 완벽히 스스로 판단해 투자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사람과 로봇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즉 인간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반대로 인간이 완전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인간과 로봇이 공존해야 한다는 의미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권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좋은 주식을 골라내는 전문가는 계속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자산배분 측면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은퇴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인수했다. 한국에서도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이 분야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가 큰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궁극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사람을 대체한다기보다 프라이빗뱅커가 고객을 관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결국 사람과 로보어드바이저가 공존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