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동에 2500만 원 지원...올 10월말까지 사업 진행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쉼터가 부족한 우리동네에 마을쉼터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모임에 참여한 단체 대표님들이 대상지를 전수조사하고 연차적으로 사업지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이 시흥1동 마을총회에 참여해 주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 25일(월) 오후 4시 금천구 시흥1동 주민센터에서는 2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주민과의 대화가 열렸다. 구청이 구민의 민원을 주로 청취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직접 ‘우리동네사업’을 발표하고 토의하는 ‘마을총회’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금천구(구청장 차성수)는 시흥1동을 시작으로 5월 12일(목)까지 10개 동을 순회하며 ‘마을총회’를 개최한다고 27일(수) 밝혔다. 마을총회는 동 주민센터와 주민들의 모임인 주민 네트워크가 함께 기획한 우리동네 맞춤 사업을 발표하는 자리다.
기존 주민과의 대화는 ‘범죄 예방을 위해 우리 집 앞에 CCTV를 설치해 달라’는 단순 민원 청원의 장이었다. 반면 마을총회는 ‘우리 동네 골목길은 어두워 사건사고가 많다. 골목 주민들끼리 방범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동네 순찰을 돌고, 골목을 밝고 아름답게 꾸미면 범죄가 줄 거 같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있었다. 동주민센터에서 골목 꾸밀 재료비 등 우리가 운영할 모임의 활동비를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한다.
구청에서 일방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대신 주민들이 모임을 만들어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사업을 제안하는 것이 마을총회의 핵심이다.
마을총회에서 모아진 주민들의 제안은 실제 사업으로 추진한다. 구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동 특성화 사업 예산으로 2억5천만 원의 구비를 확보했다. 10개 동에 각각 2천5백만 원씩 예산을 지원해 주민들이 직접 마을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금천구 관계자는 “이번 제안사업 중 주민 네트워크가 실행하기 어려운 사업은 주민참여예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화할 방법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민총회에서 제안된 사업은 6월중 심사를 진행하고 10월말까지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마을총회의 첫 테이프를 끊은 시흥1동은 이번 총회에서 안전한 보행로 확보를 위한 ‘우리마을 런웨이’, 동네 쉼터를 확대하기 위한 ‘마을쉼터 투기 지역’, 병원·양로원 등 공연봉사, 우리마을 동아리 모둠축제 등을 제안했다. 특히 노인, 다문화 가정의 지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멘토링, 어울림캠프, 홀몸어르신 릴레이소통 등 다양한 사업도 계획했다.
동네 문제해결에 대한 접근방식을 달리하니, 주민들을 태도도 변했다. 시흥1동 현대시장 활성화에 대한 문제에 대해 전에는 주민들이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 “아케이드 시설을 설치해 달라” 등 시설 현대화 위주의 재정적 지원을 구청에 요청했다. 이제는 “상인들이 물건 진열하는 선을 잘 지켜서 핸드카를 통행할 수 있게 해주면 꼭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겠다”고 말하는 등 총회에 참여한 주민들과 상인들 간 직접 문제해결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마을총회는 우리 마을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지와 함께 조력자인 동장의 역할이 컸다. 동네 곳곳을 누비며 주민 모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사업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하루에 수십 잔의 차를 마신 동장이 있을 정도이다.
주민 총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새롭게 바뀐 주민과의 대화에 대해 “주민 네트워크를 위해 발로 뛴 열정적인 동장과 특성화 사업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예산 확보부터 기획까지 직접 맡은 차성수 구청장의 역할이 컸다”며 “오늘 제안된 사업으로 인해 변화될 우리동네의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흥1동에서 개최한 마을총회에서 주민들이 제안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금천구 관계자는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어울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매일 같이 동네를 살피고 매월 계획된 동네사업을 추진해 올해 말에는 그 성과를 자랑할 것”이라며 “바쁜 도시생활에서 잊고 지낸 우리 이웃이 마을총회에서 제안된 사업들로 인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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