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왕따 작전’ 벌써부터 견제구 슝~
▲ (왼쪽부터)김성근 sK 감독, 김경문 두산 감독, 김인식 한화 감독, 선동열 삼성 감독. | ||
포스트시즌을 맞아 관심을 끄는 부분은 4팀 사령탑들의 다양한 색깔들. SK 김성근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 한화 김인식 감독, 삼성 선동열 감독. 40대인 김경문 선동열 감독과 60대인 김성근 김인식 감독의 지휘스타일과 혈액형, 친소 관계 등을 분석해 포스트시즌 감독 4인방의 향방을 미리 점쳐본다.
▶O형과 A형의 대결
공교롭게도 40대 사령탑인 김경문 선동열 감독이 O형이다. 김경문 감독의 경우 ‘어지간하면 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신조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일. 매 시즌 약체라는 평가를 받는 전력을 이끌고 계속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이 같은 거침없는 성격 덕분이라는 얘기도 있다.
‘지키는 야구’를 추구하는 선동열 감독은 얼핏 보면 시원시원해야 할 O형보다 A형에 가까운 꼼꼼한 야구를 펼쳐왔다. 1회에도 희생번트를 지시하고 5회만 지나면 불펜 투수들을 동원해 1점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올해 타선이 워낙 부진해 예년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자 드디어 성격이 나왔다. 답답했던 선 감독은 최근 “올 겨울엔 쓸 만한 투수들을 내주고서라도 다른 팀에서 좋은 타자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90년대 중후반 OB와 두산을 거치며 ‘불펜’이라는 개념을 한국 프로야구에 정착시킨 김인식 감독이야말로 꼼꼼한 A형의 성격을 보여줬다. 한편으로는 마치 O형과도 같은 특징도 있다. 두산과 더불어 한화가 올해 8개 구단 가운데 희생번트가 가장 적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선수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다.
‘벌떼 야구’의 대명사인 김성근 감독의 혈액형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벌떼 야구’는 그날 그날의 선수 컨디션을 점검해 그야말로 타석마다 승부수를 던지는 꼼꼼한 스타일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김성근 감독은 어찌 보면 A형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3 대 1의 전쟁
포스트시즌 직전 삼성 선동열 감독이 뼈있는 농담을 꺼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와 맞붙는다는 점을 감안해 “한 팀 밀어주기를 하는 건 어떨까”라는 얘기를 꺼낸 것이다.
준플레이오프부터 3전 2승제를 시작하는 3, 4위 팀은 피곤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후 천신만고 끝에 플레이오프에서 2위 팀을 누른다 해도 전력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1위팀과 한국시리즈에서 상대해야 하는 불리함이 뒤따른다.
이를 감안해 선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첫 번째 경기를 이기는 팀에게 다음날도 연승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게 어떠냐”고 조크를 던진 것이다.
현실적으론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그야말로 농담이다. 하지만 이 같은 농담 속에는 어떤 팀이 됐든 1위 SK를 상대로 이길 가능성을 높여주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간단히 말해 SK가 우승하는 게 탐탁지 않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선동열 감독과 김인식 감독은 과거 해태 시절 사제관계였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대표팀 사령탑과 투수코치로 만나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과 선동열 감독은 고려대 재학 시절 4학년과 1학년으로 방장-방졸의 관계였다. 절친할 수밖에 없다. 김인식 감독이 OB와 두산에서 장기 집권할 때 김경문 감독은 코치였다. 사제 관계인 셈이다.
반면 김성근 감독과 나머지 3명의 이력서에는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친하다’라고 얘기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 올해 유독 SK가 다른 팀들과 빈볼시비, 사인 훔쳐보기 등 논란이 많았던 것도 이 같은 친소 관계와 전혀 무관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른 3개 팀이 SK를 협공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3 대 1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SK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있으니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야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만약 SK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꽤나 피곤했을 것이다.
▶우승 첫 도전 VS 경험자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본 적이 없다. 김경문 감독의 경우 2005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삼성에 패했다. 리오스와 랜들이라는 걸출한 원투 펀치를 갖춘 올해야말로 한국시리즈 첫 우승의 기회다. 물론 3, 4위 팀 간 승자와 플레이오프부터 거쳐야 하지만 말이다. 선발진 위력이 세기 때문에 SK 김성근 감독이 두산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소문도 있다.
김성근 감독도 한국시리즈와는 인연이 없었다. 정규시즌 1위 자체가 올해 처음이었다. 늘 ‘4강 조련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대권’을 향한 주요 길목에선 항상 무릎을 꿇었다는 점에서 이번 한국시리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올해 김성근 감독이 시즌 내내 뿌려둔 ‘밑밥’이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효과를 낼 지도 궁금해진다. 승차에서 크게 앞선 시즌 막판까지 “두산이 (정규시즌) 1위를 할 지도 몰라” 하면서 김경문 감독의 속을 긁었고, 두산 리오스의 투구 폼을 문제 삼기도 했었다. 삼성 한화와도 시즌 내내 빈볼 시비가 날 때마다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이에 반해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씩 우승한 경력이 있다.
김성근 감독은 ‘벌떼 야구’가 상징하듯 각종 데이터와 본인의 판단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선수들에겐 자극과 적절한 칭찬을 섞어 스스로의 장점을 발견하게끔 만드는 스타일이다. 김인식 감독은 사실상 자유방임 스타일이다. “내가 야구하나, 선수가 야구하지”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속에는 물론 적재적소에 전력을 배치하는 뛰어난 머리회전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김경문 감독은 침착하다. 신상필벌도 확실한 편이다.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쌓아놓은 카리스마 하나만으로도 선수들을 휘어잡는 능력이 있다.
4인 4색. 이들이 써내려갈 ‘가을 동화’는 과연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갈 지 왕창 궁금해진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