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도 태극마크 달면 일당 4만원
상당수 축구팬이 이런 궁금증을 품는다. 몇 경기 출전수당만 모아도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챙길 수 있는 스타 선수가 대표팀에 뽑힐 경우 ‘적자’를 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게 있다. 지난 2004년 7월 2일에 개정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규정 제17조(수당 및 실비의 지급)다. 이 규정에 따르면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올림픽대표는 2만원
한 경기 출전수당이 몇천만 원이나 되는 ‘귀족선수’든 1년 연봉이 1200만 원밖에 안 되는 ‘영세 선수’든 일단 태극마크를 달면 공평한 대접을 받는다. 대한축구협회는 운영규정 제17조 1항에 근거해 국가대표 선수의 일비를 4만 원, 올림픽대표팀 선수의 일비를 2만 원으로 못 박았다.
축구협회 총무부 임혜숙 과장은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선수든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힌 선수든 일단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무조건 4만 원의 일비를 받는다. 예외는 없다”라며 규정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음을 알렸다. 또 임 과장은 “일비에 숙박비나 식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선수단 숙소에서 잠자리와 하루 세끼를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1년 연봉이 52억 원(세금 포함)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태극마크를 달면 하루에 4만 원밖에 못 버는 셈이다.
일비는 대표소집이 끝난 뒤 선수가 원하는 계좌번호로 소집일수를 따져 한 번에 입금된다. 예를 들어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6일 소집훈련을 하고 하루 A매치를 치를 경우 A매치 종료 후 며칠 안에 28만 원(4만 원×7일)이 본인이 원하는 통장으로 들어간다.
#차등 지급되는 교통비
대표팀은 보통 경기도 파주의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나 서울 홍은동의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소집된다. 이럴 경우 선수들은 각자의 집이나 소속팀 숙소에서 파주나 홍은동으로 이동해야 한다.
축구협회는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에게 교통비를 준다. 대표팀 소집이 끝난 뒤 일비와 함께 통장에 넣어준다. 다만 일비와 달리 교통비는 차등 지급한다. 먼 지역에서 오는 선수에게 가까운 곳에서 오는 선수보다 더 주는 식. 서울 및 수도권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의 선수들에게는 4만 원의 교통비가 주어진다. 충청도에 있는 프로팀 선수들에게는 8만 원, 전라도와 경상도 프로팀에 몸담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16만 원이 지급된다. 이 금액은 전부 왕복 비행기 티켓 값이다. 다만 이 규정을 만들었을 때 제주 유나이티드가 창단되지 않은 만큼 제주 출신 선수들은 원칙대로 교통비가 지급될 경우 금전적으로 약간 손해를 본다.
대부분의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할 때 에이전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오느라 협회가 주는 교통비에 목매지 않는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딕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초반에 택시를 타고 소집 장소에 나타난 선수들은 교통비를 고맙게 생각했다는 후문이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은 비즈니스석 티켓을 교통비 명목으로 받는다. 원래는 이코노미석 티켓이었는데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업그레이드’됐다. 해당 선수가 일찌감치 국가의 부름을 받을 경우 대표팀 주무가 e-티켓을 끊어 선수가 현지에서 편하게 수속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갑자기 뽑히게 되면 일단 선수가 자비로 티켓을 구입한 뒤 나중에 실비정산을 해준다.
남자 국가대표팀을 제외한 각급 대표선수들은 여전히 이코노미석 티켓을 받는다. 물론 국가대표 출신으로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로 뽑힌 선수는 ‘예우차원’에서 비즈니스석 티켓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려금은 300만 원 수준
K리그 팀들은 활약 정도를 따져 보통 250만~500만 원 정도의 승리수당을 소속 선수들에게 차등 지급한다. 이에 반해 축구협회는 승리수당이나 출전수당을 주지 않는다. 다만 제17조 6항에 의거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특별격려금을 지급한다. A매치의 경우 대략 300만 원 정도를 모든 대표선수들에게 일괄 지급한다. 상대가 네팔 같은 약체든 네덜란드 같은 강호든 일단 이사회 의결만 나면 똑같이 준다.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같은 국제대회 때도 특별격려금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에는 차등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한 경기만 치르고 마는 A매치가 아니라 최소 세 경기 이상을 치러야 하는 토너먼트 대회라 경기 수와 출전시간에 따라 다른 액수의 격려금이 각 선수의 통장으로 들어간다.
선수단이 일치된 목소리를 낼 경우 국제대회라도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액수의 격려금을 받을 수 있다. 한·일 월드컵 직후 당시 주장이던 홍명보 등의 요구로 대표선수들은 같은 액수의 격려금을 받았다.
#수술비는 축구협회 부담
축구협회는 대표선수가 훈련이나 경기 중 다쳤을 때 보험금과 협회 예산을 통해 치료경비를 지불한다. 협회는 보험회사(현대해상)에 연간보험을 들었는데 선수가 수술이 필요한 부상을 입을 경우 200만 원을 보험회사로부터 받는다. 수술비용이 200만 원 미만일 경우 보험금으로 선수의 수술비용을 대고 영수증 처리해 보험회사에 제출한다.
200만 원을 넘을 경우에는 200만 원까지는 보험금으로, 그 이상은 협회 돈으로 계산한다. 다만 대표선수의 부상이 소속팀 경기나 훈련 중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엔 치료 및 수술비용을 대지 않는다.
협회는 수술비용 일체를 지불하지만 재활비용은 다르다. 재활 기간 산정이나 방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일단 해당 선수 및 소속팀과 상의한 뒤 상황에 맞게 일정 금액만 보조하는 게 협회의 기본 방침이다.
전광열 스포츠칸 축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