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테면 때려봐 거미손맛 보여주마”
▲ 이선규 선수가 지난 12월 20일 프로통산 첫 300블로킹을 달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상우(김): 와, 내가 2004년 대표팀에 들어갔을 때 선규 넌 완전 ‘쫄’이었는데…. 벌써 중고참이라니 실감이 안 난다.
이선규(이): 지난 번 월드컵대표팀에선 제가 ‘짬밥’ 2순위였어요. 대부분 대학생 선수들이었으니까. 그런데 형님! 제가 평소 상우 형을 우상으로 생각했다는 거 아세요?
김: 그랬어? 진작에 얘기하지(웃음). 고맙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이: 아닙니다 형님. 형님은 현역 최고의 센터였고 제가 형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흉내도 내고 마인트컨트롤도 하고 그랬어요.
김: 서로 속 보이는 얘기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현대가 1라운드와는 달리 2라운드 들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잖아. 그 이유가 뭘까?
이: 1라운드에서 프로팀을 상대로 전패했잖아요. 그 부분이 우리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한 마디로 ‘뭐’ 팔렸으니까. 그래서 2라운드 들어선 선수들의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졌고 포메이션에 변화를 준 것도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아요.
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걱정된 부분이 있었다면?
이: 다른 팀은 용병들이 상향 평준화가 됐는데 우린 용병 없이 시작하니까 부담이 많이 됐어요. 시즌을 좀 무겁게 들어간 셈이죠.
김: 루니의 공백을 크게 느꼈겠네.
이: 그럼요. 루니가 있을 때는 자기 자리를 확실히 메워줬거든요. 공격이나 리시브, 블로킹 등 못하는 게 없었으니까.
김: 얼마전 선규가 300블로킹을 달성했잖아. 센터 출신인 내 입장에서도 정말 부러운 기록이야.
이: 센터가 자부심 느끼는 게 블로킹이잖아요. 그래서 시즌이 바뀔 때마다 목표하는 기록을 올릴 생각이에요. 400, 500 이렇게 가다보면 은퇴 전에 1000 블로킹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김: (방)신봉이가 옛날부터 ‘거미손’이란 별명을 달았잖아. 요즘엔 선규에게 ‘새로운 거미손’이란 별명이 붙여졌더라구. 선규만 알고 있는 블로킹의 비결이 뭐니?
이: 공격수들은 패턴들이 있잖아요. 빨리 때리거나 늦게 때리는 선수, 크로스로 때리거나 스트레이트로 때리는 선수 등등이요. 센터는 무조건 상대 공격수들을 많이 따라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눈치를 보면서) 괜찮을까요, 형님? 장광균(대한항공)은 빨리 때리는 선수이구요, 천천히 가면서 타점을 높게 때리는 선수는 신영수(대한항공), 그리고 크로스로 많이 때리는 선수는 (이)경수 형 같아요.
김: 김호철 감독님에게 굉장히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들었어. 왜 그럴까?
이: 제가 배구를 중3 때 시작했어요. 너무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실력이 향상되는데 한계가 있었죠. 그런데 김호철 감독님을 만나고서부턴 제 실력이 엄청 발전됐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은 세터 출신이면서도 센터의 역할과 스킬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시고 제대로 가르쳐주세요. 제가 여러 지도자들을 만났지만 김 감독님처럼 배구 이론이 정확한 분을 만나지 못했어요. 한 가지 흠이라면 훈련 중에 말씀이 너무 많으시다는 것^^. 4년을 같이 생활했는데 아직도 하실 말씀이 많으신 것 같아요(일동 폭소).
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이선규’란 이름을 치면 ‘여자친구 있느냐’는 질문들이 나온 걸 봤어. 여자친구 있지?
이: 네. 동갑내기 회사원이에요. 한 2년 정도 사귀었죠.
김: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야?
이: 내년이나 내후년쯤? 이변이 없는 한 서른 정도에 그 친구랑 결혼하고 싶어요.
김: 현역 여자 배구 선수 중 누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꼭 물어봐 달라고 하네. 담당 기자 분이(웃음).
이: 흥국생명 선수들이 예쁜 것 같아요. 그 중에서 (김)연경이는 선수로서 매력적이고 (전)민정이가 가장 예쁜 외모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형님, 이런 말 나가도 되는 거예요?
김: 이런 대답을 팬들이 원한다고 생각해 하하.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이: 슬슬 은퇴 후 진로 문제가 고민이 돼요. 은퇴하고 뭐 먹고 살까 싶어서. 형님은 전공을 살려서 해설도 하시고 이런 취재도 하시고, 잘 나가시잖아요.
김: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잘 나가긴 무슨. 미리 미리 준비하는 게 필요해. 막상 닥쳐서 뭘 하려고 하면 잘 안 되거든. 선수 생활도 중요하지만 은퇴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야.
우상이었던 선배와의 만남에 속마음을 많이 내비친 이선규. 2008년 새해 소망 세 가지를 말해달라는 주문에 ‘시즌 우승, 올림픽 출전, 연봉 대박’이라며 희망의 애드벌룬을 띄웠다. 그러면서 “배구선수들 연봉이 너무 적어요. 다른 종목처럼 FA가 생겼으면 좋겠어요”라는 간절한 바람도 덧붙였다.
정리=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