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노무현 웃고 박근혜 정동영 울고
▲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 ||
북한 핵실험 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일단 이명박 전 서울시장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북핵 문제 직후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한반도 긴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 가운데 31.4%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19.8%), 고건 전 국무총리(12.6%)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전 시장은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34.1%를 기록, 22.6%에 그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11.5%포인트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북한 핵실험 같은 빅 이슈가 터지자 보수층에서 여성인 박 전 대표보다 남성인 이 전 시장에게 더 신뢰를 보내는 것 같다. 이 전 시장의 일관된 추진력을 높이 사 북핵 위기도 뚝심 있게 밀어붙여 해결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핵 위기는 내년 대선 때까지 이어질 큰 문제다. 박 전 대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경험이 있고 미국 보수정치집단의 신뢰도 받고 있기 때문에 대북 문제에 관한 한 이 전 시장보다는 콘텐츠가 훨씬 많다. 앞으로 박 전 대표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건 전 총리는 국정감사 뒤 일어날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동분서주하는 도중 북한 핵실험 ‘악재’를 만나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며 ‘조용히’ 지낼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는 갈 길 바쁜 고 전 총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여 그에게는 답답한 가을이 될 것이다.
이밖에 여권의 잠룡들은 북한 핵실험이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노 대통령이 포용정책 재검토를 언급하자 가장 먼저 제동을 걸고 나섰고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이며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하고 있다.
잠재적 대권주자 천정배 의원도 “포용정책에 현 사태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해 남북 간 신뢰 구축을 가로막았다”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독일 방문 뒤 절치부심하고 있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북핵 문제가 또 다른 악재다. 그가 통일부 장관으로서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을 상당부분 조율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책임론에도 휩싸일 가능성마저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의 최대 수혜자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역설적인 주장을 하기도 한다. 열린우리당 대권주자의 한 보좌진은 이에 대해 “여권 대권주자들은 어차피 ‘야인’들이다. 북한 핵실험에 관한 한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않다. 오히려 사태 대응을 총괄하고 국론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노 대통령에게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는 대권 주자들의 조기 부상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핵실험은 노 대통령에게 꼭 불리한 정국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