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간부들, 배임 혐의로 경찰조사...공제회 측 법적 대응 ‘맞불’ 예고
군인공제회 직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군인공제회관으로 출입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사건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소 시행사인 A 사는 이 당시 남양주 화도읍 녹촌리 부지를 토대로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군인공제회는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대주로 참여했다. 대출금액은 원금 850억 원에 이자를 포함한 원리금 약 1300억 원 규모였다. 시공은 대형건설사인 쌍용건설이 참여했으며, 대출원금에 대한 지급 보증은 쌍용건설이 서기로 했다.
그러던 중 2012년 말, 시공사인 쌍용건설이 경영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곧 사업은 중단됐다. A 사 측은 이 당시 토지계약금, 인허가 비용, 운영비를 비롯해 약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상황이었다. A 사 측은 대주인 군인공제회 측에 리파이낸싱 및 시공사 재선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군인공제회 측은 내부 논의 끝에 공매를 결정했다. 2015년 5월의 일이다. A 사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론적으로 해당 사업에서 배제시킨 셈이다. 중소 시행사에 불과한 A 사로서는 그 동안 적잖은 자금을 쏟아 부었기에 경영난에 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A 사 측은 법원에 군인공제회 측의 공매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공매과정에 별다른 하자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결국 해당 사업장은 1차 공매예정가인 1404억 원을 시작으로 8차례의 유찰 끝에 475억 원의 최저 낙찰가에 B 건설사로 넘어갔다. 군인공제회로서는 800여 억 원의 손해를 감수한 헐값 매각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본격화된다. A 사 측은 돌연 지난해 8월, 이상돈 군인공제회 이사장과 건설담당 C 이사를 비롯한 당시 사업장 공매 관련 간부들에 대해 배임 혐의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A 사 측이 경찰에 관련 간부들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배경의 핵심인물은 C 이사다. A 사 측은 특히 C 이사의 배임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그 주장의 맥락은 대략 이러하다.
지난해 5월 공매가 추진되기 전, A 사 측은 대한토지신탁의 한 간부로부터 이미 B 건설사가 공매에 참여해 낙찰 받게 될 것이라는 정보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자회사로서 앞서의 공매를 진행했다. 특히 A 사 측은 건설담당 C 이사와 B 건설사 대표가 이전 직장에서 동료관계였고, 애초 공매를 반대하던 C 이사는 (B건설사 대표와의 관계 탓에)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의혹을 진정서를 통해 제기했다.
A 사 측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앞서의 B건설사와 C 이사의 관계 및 공매 과정에 대해) 인과관계가 없으면 우리가 의심할 여지가 없지 않나”라며 “우리가 경찰에 진정서를 통해 제기하고 있는 배임 혐의는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진정서가 접수된 곳은 강남경찰서다. 취재결과 진정서에 언급된 군인공제회의 관련 간부들 중 일부가 실제 경찰로부터 출석을 요구받아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선 군인공제회 측 역시 “팀장 및 실무자급 인사 4명이 경찰 조사에 출석해 1~2회 정도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군인공제회 측은 진정서를 통해 C 이사를 비롯한 관련 간부들의 배임 혐의를 제기하고 있는 A 사 측의 주장에 대해 한 마디로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군인공제회 측은 지난해 5월 행한 해당 사업장의 공매 절차에 대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으며 법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다.
<일요신문>과 만난 군인공제회 측 관계자는 “물론 해당 사업장의 공매를 통한 매각으로 인해 우리가 손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 번에 사업장의 공매가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사업은 ‘담당부서보고->사업관리 실무위->이사회 선행보고->이사회 의결’이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사업추진’이냐 ‘공매’냐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오갔다. 결국 이 복잡하고 치열한 논의 끝에 해당 사업의 공매가 결정된 것이다. A 사 측이 지적한 바와 같이 C 이사가 입장을 단숨에 바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군인공제회 측은 B 건설사 대표와 C 이사의 관계에 대해서도 “B 건설사 대표와 C 이사는 같은 대형 건설사 출신이지만 잘 알지도 못 하는 사이다. 사전에 B 건설사가 공매를 통해 낙찰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전 정보를 받았다는 A 사 측의 주장은 제3자의 녹취록에서 기인하지만 실제 확인 결과 그런 내용은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라며 “손해를 본 A 사 측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몇몇의 약한 연결고리를 갖고 억지를 부리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군인공제회 측은 “A 사 측의 배임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애초 우린 공매를 통해 B 건설사가 낙찰을 받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앞서 8차례의 유찰이 있었다. 공매를 결정하는 복잡한 과정과 실제 공매 과정을 거쳐 B 건설사가 낙찰을 받게 하는 시나리오 자체가 나오기 어렵다”라며 “게다가 법률상 책임자들은 연대 책임이 적용된다. 한 마디로 A 사 측의 주장은 소설에 불과하며 우리는 이에 대해 무고죄 형사고소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맞대응을 예고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