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은 그대로 대표자만 변경... 돈에 눈 멀어 영세 화훼업자 ‘나 몰라라’
1일 복수의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오구플라워, 49플라워 등을 운영하던 부산소재 ‘A’ 플라워의 대표 김 아무개 씨가 명의를 바꾸고 회사를 새로운 명의자인 ‘B’ 씨에게 인수인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A’ 플라워와 거래 중이던 화훼업체 관계자들은 “몇개월 이상 씩 미수금 등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고의적으로 부도를 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A’ 플라워 관계자는 “화훼업자들의 말대로 부도가 아닌 주주다툼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업체대표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고의 부도가 아닌 제3자 승계”라고 해명했다.
또한, 피해가 발생한 화훼업자들의 보상에 대해서는 “채무승계 등의 보상은 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일일이 법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보상 책임은 전 대표에게 떠넘기고 있는 분위기다.
‘A’ 플라워는 피해 업체 수가 전국적으로 300군데에 금액도 많을 것으론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훼업자들은 피해업체 수가 1000여 개에 피해액은 수 십억대에 다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속이 타는 건 오구플라워 등에 물품(꽃과 화환 등)을 납품했던 영세 화훼업자나 중간유통업자들이다. 이들은 정보가 없어 정확한 채무 액수를 산정하는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A’ 플라워의 체인 중 하나인 ‘P’ 플라워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A’ 플라워가 영세화원들과의 계약에서 제품이나 서비스크레임에 대한 명목으로 예치금 30만 원씩을 모든 거래업체들에게 받아낸 사실이다. 이 예치금에 대한 내용은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채 사실상 ‘갑’질 횡포를 벌이는 정황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한 화원 관계자는 “YTN 등의 방송에서 TV광고를 하고 전국 대규모 체인을 거느리는 등 미수금이 있어도 회사를 믿고 거래를 해왔다”면서 “운영할 때는 ‘갑’과 ‘을’의 관계로 사사건건 요구사항이 많다가 대표자를 바꿨는데도 일언조차 없이 피하고 있다. 피해액을 떠나 회사 이름은 그대로 둔 채 영세업자들에게 알아서 전 회사나 전 대표를 상대로 해결하라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A’ 플라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꽃배달 업체들이 전국체인 업체 등을 통해 영세화원과 거래하는 등 사실상 ‘갑’의 관계로 거느리고 있어 채무문제나 피해보상 문제가 발생해도 소상공인 등 영세민만 심각한 손해를 보는 등 꽃배달 유통 전반에 대한 보완과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