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수(왼쪽), 정세균 | ||
지난 대통령선거 이후 이같은 속담에 빗댄 유행어가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서울법대 피하려다 고대법대 만났다’는 것이 그것. 대선기간 동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네거티브 캠페인에는 ‘KS(경기고-서울대)공화국이 될지 모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한 이회창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청와대는 물론 정계 관계 학계 등 사회 전분야에 걸쳐 KS출신이 판을 칠 것이란 우려였다.
민주당이 대선기간 동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에 제기한 이같은 ‘특정 학맥 싹쓸이’ 네거티브 캠페인은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노무현 당선자 주변과 민주당에 또다른 특정학맥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외형상 ‘고대법대 출신’ 인사들이 주요 포스트에 등장하면서 비롯됐다. 임채정 인수위원장, 신계륜 당선자 비서실장이 고대 법대 출신이고, 대선 이후 민주당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에 각각 임명된 이상수 정세균 의원도 모두 고대법대 출신 동문이다.
노무현 당선자 최측근과 민주당 주요 당직에 고대법대 출신 인사들이 포진한 셈이다. 물론 노 당선자측에선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고대법대’ 출신 인사들이 신주류로 급부상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 지난 2일 인수위 사무실에서 임채정 인수위원장과 신계륜 당선자 비서실장이 간사단 회의에 앞서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노 당선자도 “처분할 때도 이유가 있어야 하듯이 취소할 때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경위를 알아보라”고 지시했었다. 그러나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다만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신문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원천적으로 무효화시킨 것은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경위를 알아보라’는 노무현 당선자 지시와 달리 인수위가 ‘더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과정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과 임채정 위원장 간의 학연에서 이유를 찾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임채정 인수위원장이 고대법대 후배인 이남기 위원장의 설득으로 ‘더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것. 이와는 별도로 청와대도 공정위 발표를 둘러싸고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사 과징금 취소 결정이 박지원 비서실장의 주도로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것. 그러나 청와대 공보비서실 관계자는 “경제수석에 보고된 내용이 박지원 실장에 전달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실장에 드리워졌던 의구심은 해소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공정위 과징금 취소 과정에 특정학맥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 민주당의 한 고위인사는 “기존 권력이 소멸하고 새로운 권력이 태동하는 과정에 주도세력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특정지역, 특정학연이라는 구태정치가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새정치에 대한 열망이 지난 대선에 나타난 민심이었음을 각별히 주지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