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발단은 ‘응원 팔찌’ 때문이었다. 통상 구단 응원단 관계자들은 입장료 없이 야구장에 입장할 수 있다. 응원 팔찌는 응원단 관계자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증표다. 그러나 이날 기아의 응원단 가운데 일부는 응원 팔찌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을 쳤고 경호원들이 이를 포착했다. 경호팀은 팔찌를 미착용한 응원단에게 응원석에서 내려올 것을 요구했다.
또한 고수 옆에 앉아있었던 일부 관객에게도 퇴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응원단이 있는 관람석 바로 앞은 티켓 판매를 하지 않고 응원단의 자리로 남겨둔다. 그러나 응원석에 앉은 사람은 팔찌를 차지 않고 있었다. 응원단이 이에 응하지 않자 경호팀은 북채를 뺐고 강제퇴장 조치를 취하려고 했다. 이에 항의한 기아 팬들이 항의하며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싸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 영상에는 한 기아 팬이 경호원을 플라스틱 바구니로 내려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폭행 장면 뿐 아니라 ‘x발’ 등 욕설을 하는 장면까지 잡혔다. 영상에서 기아 측 응원단장은 “흥분하지 말고 경기가 끝난 다음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며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다.
한 기아팬이 경호원을 바구니로 내려치는 장면. 사진출처=유튜브 캡쳐.
경찰은 경호팀장을 비롯해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기아팬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한 온라인 유저는 네이버 기아 팬 카페에서 “팔찌가 잘못이라면 수비할 때 오거나 응원단장이 있다가 얘기하자고 했을 때 기다렸어야 한다”며 “응원 잘하고 있는 팬들 북이랑 앰프를 꺼가면서 입 막고 찬물 끼얹고 강제 집행하듯 우르르 몰려와서 제제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야구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서 기아팬임을 밝힌 다른 유저는 “기아가 원정팀인데 원정 룰을 안 지킨 것은 잘못”이라고 전했다.
잠실야구장 운영본부 관계자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경호원 한명이 병원으로 실려가 몇 바늘 꿰맨 상태”라며 “일단 가해자들에 대해 경찰에 신고한 상태지만 여기서 사건을 더 키울 생각은 없고 원만하게 해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주병으로 내려쳤다는 목격담도 올라왔으나 앞서의 잠실야구장 관계자는 “바구니로 내려친 건 사실이지만 소주병으로 내려친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