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아내에 마지막 메시지…부부싸움 관련 풍문만
초등교사 A 씨의 실종에 대해 경찰은 대대적 수색에 나섰지만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 이다. B 섬 파출소 전경.
A 씨가 실종된 B 섬은 9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A 씨는 아내인 C 씨와 함께 지난 3월 1일 섬에 들어와 섬에 있는 B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게 됐다. 육지에 주거지가 없던 부부는 학교 뒤편에 있는 관사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출장 등의 업무가 있지 않는 한 섬을 나가지 않았다.
A 씨가 실종되기 전 부부가 함께 근무하던 초등학교.
실종 전날인 5월 18일, B 섬에선 면 기관 친목대회가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행사가 끝난 뒤 복지관에서 저녁 식사까지 잘했다. 평소와 다른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부부는 저녁 시간에 말다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사건을 담당한 목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성백운 팀장은 “5월 18일 부부싸움을 했다”고 밝혔지만 어떤 이유였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문제기 때문에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일 경찰이 방죽 일대를 수색하는 모습.
실종 당일 6교시 도중 A 씨는 학생들에게 “몸이 좀 안 좋다. 쉬고 오겠다”면서 자습을 시킨 뒤 교실 밖을 나갔다. 교실 밖을 나와 컴퓨터실에 있던 아내 C 씨에게 “마지막 수업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전 날 부부 싸움에 대해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 그것이 A 씨의 마지막 모습었다. 그렇게 컴퓨터실을 떠나고 10분 뒤 A 씨는 아내에게 메신저로 “미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메시지를 보고 놀란 아내가 수차례 연락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질 않았다. 그렇게 A 씨는 사라졌다.
학교 관계자는 “5월 19일 밤 10시 40분경 A 씨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됐다. 11시까지 연락이 닿질 않으면 실종 신고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다음 날인 금요일 육지로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젊은 사람이니 으레 쉬고 있는 줄 알았다”면서 “실종 신고를 낸 뒤에도 당연히 주말 동안 쉬고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월요일에 출근을 하지 않아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실종 기간이 길어지자 6월 1일자로 A 씨는 공식적으로 직권 휴직된 상태다.
학교 관계자들은 A 씨의 실종에 대해 굉장히 의문스러워했다. “학교 생활에 열정적이었고 업무적으로 우수한 교사였다. 섬 생활에도 잘 적응했다”면서 “순천에 주택을 분양받아 분양 대금을 붓고 있었다. 그 정도로 다방면에 ‘열심’인 교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도 매우 답답하다. 꼭 돌아오길 바란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성 팀장은 “A 씨가 우울증 등 지병을 앓고 있진 않았다. 다만 부부싸움 과정에서 믿음이 깨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얘기했다.
B 섬 일대 지도. 경찰은 A 씨가 섬 서쪽이나 남쪽에서 실종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아내인 C 씨는 실종 신고를 낸 뒤 정신적 충격을 받아 학교에 병가를 내고 처가가 있는 고향으로 가 요양을 하고 있는 상태다. 성 팀장은 “부인이 남편을 걱정하고 있다. 섬에 있기 불편해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인은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A 씨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섬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북쪽 선착장과 동쪽 선착장에 드나드는 정기 여객선을 탑승하거나 일명 ‘통통배’로 불리는 선외기를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A 씨의 승선 기록이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성 팀장은 “A 씨는 신분증을 갖고 나가지도 않았다. 여객선 매표소와 여객선 내부 CCTV에도 잡히지 않았다”며 “선외기도 ‘모른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월 18일 부부싸움 뒤 A 씨는 섬 서쪽에서 한 시간가량 통화를 했다. 이때 통신 기지국 위치가 B 기지국과 D 기지국으로 잡혔다. 성 팀장은 “전파의 세기에 따라 기지국이 다르게 잡힌다”고 설명했다. 실종 당일인 5월 19일 16시 무렵에 전화기가 꺼졌는데 그 시점에는 최종적으로 D 기지국으로 잡혔다. 따라서 경찰은 정황 상 A 씨가 섬 서쪽 부근과 남쪽 부근에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일대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더구나 CCTV가 있는 섬 북쪽과 동쪽에서 A 씨의 모습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남편 실종 다음 날 육지로 나간 부인에 대해서도 마을 주민들은 의혹을 품고 있었다. 더구나 섬 주민들에게 젊은 외지인 초등교사 부부였기에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 주민은 “남편이 실종 상태인데 부인이 섬을 나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든 남편을 찾아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부부싸움의 원인이 “‘남편 A 씨’에게 있다”거나 “‘부인 C 씨’에게 있다”면서 다양한 얘기를 들려줬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선 부부싸움의 원인을 두고 상당히 구체적인 얘기들이 나돌고 있었다. 그렇지만 누구의 잘못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경찰은 실종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사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2일에도 헬기와 경비정 2대, 수색견 3마리가 A 섬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