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도 없이 30세에 전임교수 합격
새누리당 김희옥 위원장.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부친인 김 위원장이 총장을 지낸 동국대학교에서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 경찰행정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한 A 씨는 지난 2010년 8월 B 전문학교 경찰행정학과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당시 A 씨 나이는 만 30세였고 박사과정만 수료했을 뿐 논문이 통과되지 않아 학위조차 없었다. 전문학교는 정식 대학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직업훈련 학교로, 졸업하면 학사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시간강사도 아닌 전임교수를 임용하는데 박사 학위가 없는 만 30세의 A 씨가 채용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 대학교수는 “전문학교라고 해도 전임교수를 모집하면 정말 대단한 스펙의 지원자들이 몰려든다. 요즘은 시간강사 채용공고만 올려도 지원자 대부분이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박사학위가 있어도 시간강사조차 탈락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해당 분야에서 엄청난 업적을 쌓은 인물이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저 나이에 박사학위 없이 전임교수에 임용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B 전문학교는 최근 교수 채용공고를 내면서 교수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취득자나 석사학위 취득자의 경우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가진 자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B 전문학교는 직업학교인 만큼 실무경력자를 대우해주는 것이다. 6년 전 A 씨를 채용할 당시에도 해당 자격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 자격요건을 적용한다면 A 씨의 경우 박사학위는 물론 실무경력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임용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B 전문학교 측은 “A 씨가 당시 시간강사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강사 경력을 실무경력으로 취급한 것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당시 A 씨의 시간강사 경력도 채 3년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전문학교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전문학교는 일종의 직업학교이기 때문에 보통 현장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교수로 채용하기 위해 실무경력을 명시한다. 경찰행정학과에서는 경찰 출신들을 교수로 채용하는 식”이라며 “시간강사 경력을 실무경력에 포함시킨다는 말은 처음 들어 봤다”고 말했다.
한편 A 씨는 B 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동시에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해 2011년 1학기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한 것 치고는 빠른 속도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A 씨가 박사학위를 취득할 당시 동국대학교의 총장은 김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 장남도 김 위원장이 동국대 총장 재직 시 동국대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시일에 박사학위를 취득, 학내에서 뒷말이 무성했었다. 특히 <일요신문> 취재결과 김 위원장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장남의 박사학위 담당교수에게 전화를 하는 등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A 씨는 B 전문학교 전임교수로 임용된 지 1년 만에 4년제 대학교인 C 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전임교수 모집에 지원해 합격한다. 당시 C 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역사상 최연소 전임교수 임용이었다. A 씨는 임용 과정에서 전체 7명의 경쟁자 중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C 대학교 측은 A 씨를 임용한 이유에 대해 “A 씨가 전국규모학술지에 논문을 7편이나 게재했고, 학술세미나 발표 7건, 연구보고서 4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으로 촉망받는 인재였다”며 “교육자로서의 자질, 연구능력, 장래 발전 가능성 등을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판단해 임용한 것으로 나이는 평가기준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C 대학교 측은 “만 31세에 전임교수로 임용된 것은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라며 “A 씨 이전에도 다른 학과에는 31세 이하 임용자가 있었고 이후에도 30세 이하 교수들이 2~3명 정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 대학교수는 “국제학술지에 논문이 실린 것도 아니고, 학술세미나 발표나 연구보고서 등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 아니냐”며 “해당학과 최연소 교수 임용자의 스펙이라고 보기엔 객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C 대학교의 전임교원으로 임용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고, 교육과 연구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최소 조건이 있었다. A 씨는 박사학위를 취득하자마자 해당 대학교 전임교수로 임용되었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을 충족했는지도 의문이다.
C 대학교 측은 “A 씨가 시간강사 경력도 있고 석사 2년과 박사 3년 과정을 마친 것이 모두 연구경력에 해당돼 이미 조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박사학위만 있으면 누구나 연구경력 조건을 충족하는 것인데 왜 굳이 연구경력 3년 이상을 따로 요구한 것이냐고 묻자 C 대학교 측은 “교육부의 방침을 따른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김 위원장은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A 씨 측도 “B 전문학교는 대학도 아니라 전임교수로 임용된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나머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