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없는 맨유’ 너무 잘나가도 고민
▲ 박지성이 지난달 20일 맨체스터시티와의 홈경기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모습. AP/뉴시스 | ||
이번 여름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팔아버렸다. 이적료만 자그마치 8000만 파운드(약 1600억 원)를 챙겼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강력한 슈퍼 스타급 선수인 호날두의 잔류가 필요했지만 돈 앞에서 맨유 구단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체자를 찾기에 고심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위건의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선택했다. 발렌시아는 1600만 파운드(약 320억 원)에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2005년 박지성을 영입하며 사용한 이적료보다도 4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2006년 여름 위건에 임대되어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던 그는 사실 그동안 크게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무명에 가까운 그에게 거액을 쏟아 부었다. 투자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퍼거슨 감독은 ‘먹튀’ 선수를 샀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발렌시아는 첼시와의 커뮤니티 쉴드를 시작으로 이번 시즌 총 13경기에 출전했다. 지난달 치른 토트넘전을 제외하고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의 팀 리치 기자는 “발렌시아의 중용은 당연한 것이다. 거액의 이적료로 영입됐을 뿐 아니라 그의 능력을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12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넘어가기 전 경기를 통해 발렌시아의 경기력 향상과 그의 능력을 만인 앞에서 입증시키겠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깊은 뜻이라는 것. 곁들여 이미 능력이 검증된 박지성보다는 경기력 기복이 심하고 지난 시즌 벤치에서 머물던 나니와 발렌시아의 새로운 공격 조합에 대한 하나의 테스트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박지성의 공격력 부족을 꼬집는 이도 있다. 일부 영국 축구 전문가들은 “박지성은 수비에 강하다. 공격적 측면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못해 주고 있는 점이 퍼거슨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아스널, 첼시(커뮤니티 쉴드) 경기 등에는 선발로 나선 반면 중하위권팀들과의 다득점 경기에서 제외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측면 미드필더인 박지성이 공격에서 제 역할을 해 주지 못할 경우 남은 시즌도 확실한 보장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다.
박지성의 결장이 이어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흔히 ‘박빠’(박지성 옹호)와 ‘박까(’박지성 안티)로 대변되는 이들은 맨유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댓글로 전쟁을 치른다. 박지성은 지난 9월, 3년 재계약에 공식 서명했다. 2005년 입단해 4시즌을 무난히 소화했고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에 대한 적절한 대우를 받았다는 평이다. 재계약에 대한 가능성은 이미 지난 5월 영국 언론들이 먼저 보도했다. 영국 언론 <뉴스오브 더월드>, <더선>, <더타임스 > 등은 맨유가 박지성과 4년 정도의 재계약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언론들이 나서 박지성의 재계약을 낙관한 것. 그만큼 맨유 내에서 박지성이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로 볼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은 재계약 합의 후 맨유 홈페이지를 통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라며 “박지성은 정말 가치 있는 선수”라고 치켜세우며 재계약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재계약 합의 이후 박지성의 출전 경기 수가 줄어들자, 일부 네티즌들은 마케팅용 재계약이었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특히 퍼거슨 감독의 멘트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 네티즌들 중 일부는 박지성에게 경기에 나서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선택하라는 따끔한 충고도 서슴지 않았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결장 탓에 위기설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박지성의 무릎에도 탈이 났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1일 맨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의 부상을 상세히 언급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한국 대표팀 경기를 치르면서 무릎에 이상이 생겼고 앞으로 2주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2년 전 수술을 받았던 무릎에 물이 차고 붓는 염증 증세가 있어 지난 17일 볼턴전에 결장했다. 이어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치러진 CSKA모스크바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는 아예 원정 명단에서 제외됐다. 박지성은 내달 1일 홈에서 치르는 블랙번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도 연속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
원정단에도 합류하지 못한 박지성의 부상은 심각한 것일까? 박지성 측근은 그의 부상이 우려할 만큼 큰 부상이 아니라고 일축한다. 측근은 “부상은 심각한 것이 아니다”고 전하며 “현재 개인 훈련은 물론 팀 훈련도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무릎의 붓기도 가라앉았고 선발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경기 출전이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버풀 존 무어 대학의 정태석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무릎에 물이 차고 부어 오르는 상태가 가라앉았고 이미 구단에서 2주 정도의 진단을 받았기에 그 안에 경기에 나서기는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지성의 무릎 이상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릎 연골 수술이 완벽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염증이 재발할 가능성은 앞으로도 많다”며 자칫 관리가 허술할 경우 염증과 후유증으로 인한 장기 경기 결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런던=조한복 축구전문리포터 chb040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