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콜라·무알코올 맥주 등 히트상품 제조기 …“타인의 얘기가 내 아이디어뱅크”
사토의 히트상품들과 이치로가 출연한 기린맥주 광고. 출처=기린
그에게는 ‘전설의 마케터’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그도 그럴 것이 상식을 뒤집는 콘셉트로 수많은 히트상품을 낳았기 때문이다. 콜라를 단순한 청량음료가 아닌 건강음료로 탈바꿈시킨 ‘메츠콜라’를 비롯해 캔커피 ‘파이어’, 기능성음료 ‘아미노서플리’, 무알코올 맥주 ‘기린프리’ 등의 인기상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말하자면 맥주·음료업계의 미다스의 손인 셈이다.
원래 사토는 맥주회사 기린의 영업사원이었다.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강한 추진력으로 입사하자마자 전국 ‘톱글래스’ 영업사원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1987년 경쟁업체인 아사히맥주가 공전의 히트작 ‘슈퍼드라이’를 출시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발로 뛰며 개척한 거래처가 순식간에 돌아서는 걸 보고 ‘상품력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이후 사토는 자진해서 상품개발팀으로 부서이동을 요청한다. 27세 때의 일이었다.
당시 겁 없고 혈기왕성하던 사토는 ‘강력한 히트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신상품을 세상에 선보이기는커녕 상사의 결재조차 통과하기 어려웠다. 초조함으로 인해 출근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3년 후 상품개발부서에서 쫓겨나 마케팅부서로 인사발령을 받는다.
의기소침해 있던 사토에게 직속 상사는 “독일의 맥주공장이라도 견학하고 오라”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이 시찰을 기점으로 사토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독일로 떠난 사토는 뮌헨에서 한스 보르핀거라는 유명한 맥주장인을 만난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죠?”라고 묻는 사토에게 한스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사토 아키라 전 기린베버리지 사장. 출처=기린
그 말을 듣는 순간 사토의 머릿속에 ‘이거다!’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전까지 사토는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신이 중심이 아니라 비로소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이후 사토는 ‘팀의 힘’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는 차례차례 히트작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그 비결에 대해 사토는 “중요한 건 애정을 가지고 시장을 관찰하는 일”이라며 “나의 일 방식은 정해져 있다. 고객의 불만을 철저하게 듣고, 해결책을 어떻게 상품에 투영하느냐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계곡이 깊을수록 산이 높다. 부지가 넓을수록 높은 빌딩이 들어설 수 있다. 마찬가지로 “폭넓은 흥미를 가지고 타인의 말을 새겨들으면, 세상이 원하는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사토가 선보인 히트상품 중 ‘솔티 라이치’라는 음료가 있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고, 문득 ‘염분이 들어간 음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티 라이치 상품기획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사토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애정을 가지고, 관심의 저변을 넓혔더니 히트상품이 탄생했다. 이를테면 ‘세상’이라는 효모가 더 발효될 수 있게끔 어우러져서 노력했을 뿐이다.
그리고 2014년. 다수의 히트상품을 낳은 사토는 기린 베버리지 사장에 취임한다. 영업맨에서 상품기획자로, 마케팅 부장을 거쳐 마침내 정상의 자리까지 꿰찼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기획은 놀라움이 없으면 실패한다” 사토 아키라의 성공비결 넷 “성격은 파워풀하고 긍정적. 캔커피 ‘파이어’의 CF를 성사시키기 위해 스티비 원더에게 자필 편지를 보낼 만큼 열의를 지닌 경영자.” 일본 <주간겐다이>는 사토 아키라 사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토 사장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밝힌다. 팀원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사토 아키라의 모습. 출처=NHK 방송 캡처 # 뇌 자극 사토는 자신이 활기찬 이유에 대해 “날마다 사람들과 만남으로써 자극을 받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의 철학은 “사람은 결코 자신의 힘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100명과 1시간씩 말하는 것보다 ‘어, 이 사람은!’처럼 느낌이 오는 사람과 100시간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스포츠 “멘탈을 단련하는 데는 스포츠가 제일”이라고 말하는 사토 사장.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일이 생기면 행동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떨쳐내고 싶다면 몸을 움직여라. 특히 사토는 “골프가 정신력 고양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바둑도 좋아한다. 바둑은 대국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초반에 잘나간다고 해도 중반 이후 형세가 뒤집힌다. #서프라이즈 사토는 상품개발팀 후배들에게 “퀄리티 위드 서프라이즈(Quality with Surprise)”라고 조언한다. 기획은 놀라움이 없으면 실패로 끝나고 만다. 소비자는 서프라이즈가 없으면 상품을 의식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상품을 본 순간 “어라?” “거짓말 같긴 해도 재미있네?”와 같이 신선함을 느껴야 물건을 산다. #양극화 히트 상품에는 반드시 시대의 트렌드가 반영된다. 대표적으로 사토 사장은 ‘벳가쿠(別格)’라는 고급 음료브랜드를 출시한 바 있다. 가격은 2500원 정도로 최고급 품질을 고집한 것이 특징이다. 녹차의 경우 다른 음료보다 찻잎을 2.5배나 사용했다. 발상의 원점이 된 배경은 ‘소비의 양극화’였다. 비싸도 정말 좋은 물건을 원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