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거푸 불거지고 있는 연예인 성범죄에 대한 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성범죄에서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면서 합의가 갖는 의미는 크게 축소됐다. 성범죄가 친고죄이던 시절에는 고소인이 소를 취하하면 사건이 자동 종결됐다. 어떻게든 고소인과 합의가 이뤄진다면 바로 사건이 종결되는 만큼 합의가 ‘절대반지’로 여겨질 정도였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등 고소인과 폭로전까지 불사했던 박시후 사건 역시 돌연 고소인이 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이 갑자기 종결됐다. 합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갑작스런 고소 취하를 두고 다양한 의혹이 불거졌었다. 그렇지만 사건이 종결됨에 따라 그런 의혹과 논란도 곧 사그라졌다.
비록 친고죄 조항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성범죄에서 합의는 큰 의미를 갖는다. 기본적으로 합의가 이뤄져 고소인이 합의서 등을 제출하면 법원에서 판결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 결정적인 부분은 경찰이나 검찰의 고소인 진술 과정의 진술 번복이다. 성범죄에서 고소인의 진술은 중요한 증거가 되는데 진술이 번복될 경우 수사기관이 성범죄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박유천
박유천의 첫 번째 고소인이 대표적인 경우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뒤 다시 진술을 바꿔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한 것. 경찰은 이런 고소인의 진술 번복을 기반으로 박유천의 성폭행에 대해서 무혐의라는 수사 결과는 이끌어 냈으며 오히려 고소인이 무고죄로 기소될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고소인 측이 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 공갈 협박 혐의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기의 사례도 유사하다. 애초 고소인은 이민기를 포함한 그의 일행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진술을 바꿔 이민기에게는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당일 벌어진 상황에 대해 고소 여성이 오해를 했었던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민기는 조기에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됐다. 결국 이민기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대신 그의 일행 가운데 한 명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수사에서 이민기는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추가적인 증거나 고소인의 진술 번복 등이 없을 경우 검찰 역시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벌어진 유상무 사건에 대해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수사 결과는 유상무의 혐의가 입증됐다는 의미다.
최근 불거진 이진욱 사건은 다소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피해 여성의 고소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자 이진욱은 피고소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출두하며 상대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관련 증거의 분석을 의뢰해 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진욱 사건은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진욱과 고소 여성의 관계와 만남의 과정, 그날 밤 이진욱이 고소 여성의 집에 가게 된 계기와 여성의 거주지 공동 현관의 비밀번호를 이진욱이 알게 된 과정 등을 두고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 물론 이보다 훨씬 심각하게 폭로전을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고소 여성의 실명까지 공개되는 상황까지 갔던 박시후 사건이 갑작스런 고소 여성의 소 취하로 마무리된 사례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상황은 그렇게 정리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고소 여성은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돈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 물론 합의금을 원치 않을지라도 증거 불충분이나 강제성 입증이 어려워지는 등의 상황으로 인해 진술을 번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고소 여성은 진술을 번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진욱 측이 이미 무고죄로 고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이런 설명을 했다.
이진욱
“박유천 사건의 경우처럼 이진욱의 성폭행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고소 여성이 무고죄로 기소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물론 무고죄로 기소될지라도 성관계 자체가 존재하는 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그리 크진 않지만 상당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유상무, 박유천, 이주노, 이민기, 이진욱으로 이어진 일련의 연예인 성범죄 피소 사건에 대해 경찰 수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는 상황이다. 유상무와 이주노는 각각 강간 미수와 성추행 혐의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는데 둘 다 기소 의견이다. 반면 박유천과 이민기는 둘 다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유천의 경우 성매매 혐의에선 기소 의견으로 사건 송치가 이뤄졌지만 성폭행 혐의에선 모두 경찰에서 무혐의 결과가 나왔다. 피해 여성의 진술 번복이 이뤄진 박유천과 이민기가 무혐의가 된 데 반해 진술 번복이 없었던 유상무와 이주노는 경찰이 혐의를 인정해 기소 의견을 냈다. 가장 마지막에 불거진 이진욱 사건은 아직 경찰 수사 중으로 고소 여성의 진술 번복이 이뤄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아직까진 경찰 수사 결과일 뿐이다. 과연 검찰이 기소할지 여부가 다음 과정이며 기소가 이뤄질지라도 법원의 유무죄 판결을 거쳐야 하며 항소가 이뤄질 경우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 이들의 유무죄가 명확히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