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드라마 뒤에 눈물이 한가득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프랑스를 꺾고 은메달을 확보하는 순간. 오성옥(10번)과 문지기 오영란(맨오른쪽)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선수단 최고령은 44세 핸드볼 오영란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 204명 가운데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맏언니’ 오영란이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로 나타났다. 오영란은 리우올림픽이 생애 5번째 올림픽 출전으로 최다 출전자이기도 하다. 여자 기계최조 이고임(16세)과는 무려 28세의 나이 차이가 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덴마크와 결승전에서 승부던지기 끝에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순간에도 오영란은 한국의 골문을 지키고 있었다. 투혼, 집념으로 축약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주역이기도 하다.
오영란은 2008년 베이징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임영철 감독의 간곡한 요청으로 8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영란은 처음 임 감독이 자신에게 다시 대표팀으로 들어오라는 얘기를 건넸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고. ‘오죽했으면’ 마흔 살 넘은 자신에게 SOS를 쳤을까 싶어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임 감독의 부탁을 받아들였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구기 종목 중 효자 종목으로 꼽혔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은 러시아(2위), 프랑스(9위), 네덜란드(14위), 스웨덴(19위), 아르헨티나(29위)와 함께 B조에 묶였다. 조별리그부터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역도 부부’의 올림픽 역사
원정식(26·고양시청)과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부부 역사’란 타이틀을 달고 리우올림픽에 동반 출전한다. 남자 69kg급과 여자 53kg에 나서는 두 부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윤진희)과 2012년 런던 올림픽(원정식)에 각각 출전한 경험이 있다. 윤진희는 2012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원정식과 결혼, 현재 두 아이의 엄마다. 그동안 전업주부로 지내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8년 만의 올림픽 무대로의 복귀다.
윤진희가 대표팀 복귀를 고민하게 된 계기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남편이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부터였다. 재활하는 과정에서 남편 원정식이 아내에게 같이 훈련을 시작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윤진희는 미디어데이에서 “남편이 아시안게임에서 부상당하지 않았더라면 복귀를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2년 넘은 선수 생활 공백으로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정말 많았다”고 호소했다.
윤진희는 2015년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 인상 92㎏·용상 112㎏·합계 204㎏을 들어 3관왕에 오르며 서서히 기량 회복에 나섰다(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인상 94㎏·용상 119㎏·합계 213㎏으로 은메달 획득). 원정식은 수술 후 1년여 동안 치료와 재활에 몰두했다. 지금도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에 비해 가늘다. 어려운 난관을 부부가 함께 극복해가며 태극마크를 달고 리우행 비행기에 오르는 ‘부부 역사’. 베이징과 런던올림픽에서 어긋났던 두 사람의 ‘드라마’가 리우에서 완성되길 바란다.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와 아들 안병훈. 안재형은 탁구 코치로, 안병훈은 골프 대표로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다. 연합뉴스
“아빠 엄마가 이루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다.” 한국 선수단의 유일한 부자(父子) 출전이 성사됐다. 탁구 대표팀 안재형 코치(51)와 그의 아들이자 남자골프 대표인 안병훈(25)이 동시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한다. 어머니 자오즈민까지 떠올린다면 안병훈은 종목은 다르지만 부모의 뒤를 이어 올림픽에 출전하는 셈이다. 이 가족은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재회할 예정이다.
지난해 유럽투어 신인상을 수상한 안병훈은 지난 5월 무대를 미국으로 옮긴 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을 거두는 등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7월 11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31위에 오른 안병훈은 김경태(30·41위)의 올림픽 불참으로 올해 유럽투어 2승을 거둔 후배 왕정훈(21·76위)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올림픽 남자 골프는 세계 1위 제이슨 데이(호주)부터 더스틴 존슨(2위), 조던 스피스(3위·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4위·북아일랜드)와 애덤 스콧(8위·호주) 등이 모두 국제올림픽연맹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올림픽의 치안 문제와 지카 바이러스 등 질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출전을 포기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리우올림픽 골프의 남자부는 세계랭킹 1~4위가 모두 불참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상위 랭커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한국 남자 대표팀(코치 최경주)의 안병훈과 왕정훈의 메달 가능성도 다소 높아지게 됐다. 안병훈은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부모님은 올림픽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땄다. 나는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축구대표팀의 올림픽 성적은 과연?
지난 18일 브라질 상파울루로 출국한 올림픽축구대표팀은 현재 적응 훈련이 한창이다. 16개팀이 4개의 조로 나뉘어 경쟁을 벌이는 올림픽 축구에서 한국은 피지, 멕시코, 독일과 함께 C조에 속해 있다. 피지와의 1차전은 오는 8월 5일 폰테노바아레나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피지는 올림픽 출전국 중 최약체 팀으로 꼽힌다. 오세아니아 최강자인 뉴질랜드가 예선전에 부정 선수를 출전시켰다가 몰수패당하는 바람에 피지가 어부지리로 기회를 잡았다.
독일과의 2차전(8월 8일, 1차전과 동일 장소)부턴 제대로 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분데스리가 주전급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고, 덕분에 가장 강력한 팀으로 손꼽힌다. 3차전 상대인 멕시코는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디펜딩 챔피언’이다. 4년 전에 비해 전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결코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은 출국 전 “어떻게 보면 우리 조가 죽음의 조가 될 수도 있다”면서 “피지는 어느 팀이든 다 접고 갈 것이고, 나머지가 물리고 물릴 경우 2승1패가 돼도 탈락할 수가 있다. 그래서 독일전인 2차전에 올인해야 한다. 2승1무만 해도 무조건 올라간다고 본다면 2차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신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석현준(FC포르투),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장현수(광저우 프리)를 선발했다. 석현준은 이미 대표팀에 합류했고, 장현수, 손흥민은 순차적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석현준과 손흥민이 합류한 공격 라인은 신태용호의 가장 큰 장점. 유럽에서의 많은 경험을 토대로 올림픽대표팀의 주축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이번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화려했던 런던 올림픽 멤버들에 비해 역대 최약체, ‘골짜기 세대’로 불린다. ‘골짜기 세대’가 ‘황금 세대’로 가기 위해선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이 가장 중요하다.
17일 리우 올림픽 마무리훈련을 위해 출국하는 박태환이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태환의 반전, 메달까지 이어질까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었다. 남자수영 국가대표 박태환(27·팀GMP) 얘기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비롯해 각종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금지약물 복용으로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목에 걸었던 메달도 모두 박탈됐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던 박태환의 수영 인생은 다시 점을 찍고 날아올랐다. 자격 징계가 해제된 이후 출전한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서 자유형 100m·200m·400m·1500m를 모두 석권했고, 국가대표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 기록을 모두 통과했다.
이후 대한체육회가 ‘도핑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맞서며 박태환의 대표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박태환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중재 신청을 냈고, 우여곡절 끝에 CAS가 지난 7월 8일 박태환의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하면서 박태환은 리우행 막차에 승선할 수 있었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박태환은 어느덧 4번째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셈이다. 그는 지난 17일 미국 올랜도로 전지훈련을 떠났고, 이후 결전지인 브라질로 향할 예정이다. 출국 전 박태환은 기자들 앞에서 “돌아올 때 목에 뭐 하나라도 걸고 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메달에 대한 의지를 대변했다.
우여곡절을 끝내고 드디어 리우로 향하는 박태환이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오랜 공백으로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고, 20대 후반의 나이도 부담이 되는 건 사실. 그러나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에 모든 걸 걸었다. 22년 수영 인생의 명예를 회복하느냐, 아니면 분란만 일으키다 올림픽에서 소득 없이 돌아오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여러 부침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더욱 단단해진 박태환은 8월 6일 자유형 400m 예선을 시작으로 자신의 드라마를 완성해나갈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축구 이영표 vs 안정환, 골프 김미현 vs 박지은 ‘해설전쟁’ 벌어진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방송사간 해설위원 섭외 전쟁이 펼쳐진다. 특히 골프가 새롭게 포함되면서 방송사마다 골프 해설위원 영입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선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해설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송사들. 그 면면을 살펴본다. 먼저 축구 해설위원으론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인공인 이영표와 안정환이 각각 KBS, MBC의 대표 해설위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박지성도 SBS 해설위원으로 적극 거론되고 있지만 미확정 상태. 이 중 이영표는 이미 여러 대회를 통해 가장 안정적인 해설로 팬 층이 두터운 편이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타 방송사 해설위원인 안정환, 박지성에 대해 느낀 점을 솔직히 표현했다. 안정환은 자신이 듣기에도 상당히 편하게 해설하지만 박지성은 특유의 말투를 빼야 중계가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김미현(왼쪽)과 박지은이 리우 올림픽에서 나란히 해설위원으로 맞대결을 펼찬다. 사진은 2005년 10월 나인브릿지 대회에 참가한 두 선수가 연습 도중 최신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스포츠투데이 영입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골프 해설위원들도 살펴본다. KBS가 가장 먼저 ‘바람의 아들’ 양용은을 올림픽 골프 해설위원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PGA챔피언십서 우승하며 아시아 유일의 PGA 메이저 챔피언에 이름을 올린 양용은이 방송 해설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 여자 골프에는 김미현이 나섰다. 김미현은 감독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박세리와의 인연을 거론하며 해설을 통해 대표팀을 응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BS는 이미 KLPGA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지은을 낙점했다. 박지은은 차분하면서도 꼼꼼한 해설이 특징이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이가 최나연(29·SK텔레콤)의 해설위원 변신이다. 현역 선수가 올림픽 무대가 아닌 해설자로 나서는 건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박인비, 김세영, 양희영, 전인지와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고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김미현, 박지은과는 확연히 다른 해설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국에서 살림만 하고 있던 배드민턴 금메달리스 방수현도 브라질로 향한다. 방수현은 MBC 해설위원으로 활약할 예정인데 워낙 국제대회 해설 경험이 많은 터라 방수현을 향한 기대가 굉장히 크다. SBS에선 올림픽 금메달 2관왕 김동문 원광대 교수를 내세웠다. ‘부부 해설’도 눈에 띈다. SBS가 양궁 종목에 ‘명궁 커플’ 박경모-박성현 부부를 배치했다. 이외에 현정화(탁구), 김수녕(양궁), 전기영(유도), 임오경(핸드볼) 등 한국 스포츠를 빛낸 전설들도 TV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