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막통증후군 환자가 물리치료사로부터 전기치료장비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을지대학병원 | ||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의 사무직은 물론 단순업무를 반복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을 괴롭히는 근막통증후군은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에게도 나타난다.
만지면 신음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통증이 심해도 그대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만성이 되면 섬유근통 증후군이 되어 온몸 곳곳에 근육통이 생겨 고생한다며 이때는 치료가 더 어렵고 쉬 피로하며 불면, 우울증이 따라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근막통증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치료하여 악화되거나 만성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컴퓨터 그래픽디자이너 정윤아씨(여·28)는 작업을 하고 나면 목 뒤와 어깨가 뻐근해지곤 한다. 최근에는 증상이 점점 심해져 집중력이 떨어지고 아파서 잠도 깊이 자지 못한다. 병원을 찾아 몇 가지 검사를 받은 다음 근막통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주로 서서 하는 일이 많은 한진규씨(34)도 1년 전부터 쉽게 피로하고 목과 어깨가 자주 뻐근하다. 만지면 움찔할 정도로 심하게 아프지만 근육이 뭉쳐서 그런 것이려니 하고 넘기곤 했다. 주변에서 목이 구부정하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무슨 이상인가 싶어 병원을 찾았더니 통증과 구부정한 목이 모두 근막통증후군의 한 증상이라고 했다. TV브라운관을 보정하는 생산직 근로자 이민희씨(여·31)도 단순노동을 반복해 근막통증후군 진단을 받은 사례.
최근 이처럼 근막통증후군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근막통증후군으로 진단, 건강보험이 청구된 경우는 2001년 22만7천 건에서 2002년 35만4천 건, 2003년 41만5천 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6월까지만 이미 22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김용석 교수는 “많게는 만성 통증의 50~80% 정도가 근막통증후군이라는 보고도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근막통증후군은 흔하게 발견되고 있지만 대부분 환자들은 흔히 디스크 질환과 혼동하고 있다.
근막통증후군인 경우 아픈 곳의 근육을 만져보면 딱딱한 덩어리가 느껴지며 누르면 심한 통증을 느낀다. 이 부위가 통증 유발점이다.
아파서 어깨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그대로 두면 아픈 근육 때문에 몸 전체의 자세가 나빠져, 처음 뭉친 근육과는 관련이 없는 다른 부위의 근육에도 통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깨주변이 아프다가 차츰 허리, 다리까지 뻗칠 수 있다.
“잦은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근막통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자율신경 기능이 떨어져 두통이나 초조감 긴장 피로 무기력증 현기증 이명 불면증 등 다른 증상도 함께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오건세 교수는 설명한다.
근막통증후군이 오래되면 다리의 길이가 차이나고 척추측만증, 골반의 불균형 등도 생길 수 있다. 근육이 굳어 있으면 유연성이 떨어지므로 작은 사고에도 부상을 입기 쉽다.
근막통증후군은 장시간 같은 자세에서 반복된 작업을 하는 경우에 가장 많이 생긴다. 주로 30~50대 직장인에게 흔하고, 가사노동 자녀교육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가정주부에게도 많다.
특히 하루종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프로그래머 그래픽디자이너 등의 사무직 노동자나 게이머도 고위험군. 컴퓨터를 오랜 시간 사용하는 사람들과 과도하게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 중 20%가 근육 경련, 수면 부족, 어깨 결림 등의 증세를 나타냈다는 보고도 있다. 같은 자세, 같은 동작을 오래 유지하는 직업도 요주의 대상이다.
과도하고 갑작스러운 육체노동 외상 지나친 스트레스도 원인이 될수 있다.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스트레스나 불안증, 우울증이 원인이 되어 근막통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오건세 교수는 말한다. 내장이나 관절의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치료는 먼저 주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아 제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와 함께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물리치료를 하는데, 온습포나 심층부까지 열을 전달하는 초음파치료 등이 사용된다. 굳은 근육에 열을 가하면 서서히 이완되면서 통증이 사라지고 탄력성이 살아난다.
TPI(통증유발점 주사요법)라고 해서 통증을 만드는 부위의 근육긴장을 풀어주는 국소마취제 주사를 놓는 신경과적인 방법도 많이 쓰인다.
대부분 진통제, 근육이완제, 항우울제가 들어가는 약물치료를 같이 한다. 웬 항우울제인가 싶지만 진통, 항우울작용과 함께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약 심리적인 원인이 클 때는 정신과 진료나 심리치료사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평소의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 근육의 부담을 줄여주는 자세, 스트레칭 등을 익혀 틈틈이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근육의 신축성과 유연성을 빨리 되찾을 수 있다.
한방치료는 약침과 한약 처방을 기본으로, 스트레스 불안 등에 대한 감정조절,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 등의 운동에 온습포나 초음파 마사지, 전기자극 등 물리치료로 이루어진다. 급성인 경우는 2~6주, 만성인 경우는 3~6개월 정도 치료를 받게 된다.
바쁘다고 근육이 쉴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 무리해서 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근육을 압박하는 무거운 배낭 끈, 조이는 속옷, 양말, 목의 칼라나 넥타이, 허리띠 등도 피하도록 한다. 굽 높은 신발도 근육을 긴장시킨다. 전화기를 목과 어깨 사이에 끼고 통화하는 습관, 한쪽 발로 서서 치마나 바지를 입는 습관 등도 나쁘다.
꾸준하게 유산소 운동, 근력을 키우는 운동 외에 요가, 필라테스 등도 권할 만하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김용석 교수,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오건세 교수 재활의학과 이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