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깨지기 전에 ‘습관’ 돌아봐
▲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정상보다 많은 항진증 20~50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난다. 사진은 을지병원 진료모습. | ||
뇌하수체 조직이 괴사되어 제 기능을 못하는 질환으로, 뇌하수체가 분비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갑상선기능저하증, 부신피질기능저하증, 성장호르몬 결핍증 등이 두루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H씨의 경우에는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부족한 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해주면서 현재는 큰 불편 없이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수십 가지 호르몬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당장 그 증상이 나타난다. 매우 섬세하고 정교한 호르몬 분비체계는 그만큼 작은 자극에도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오염이나 불량식품 등에 함유된 환경호르몬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의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고, 또한 호르몬제를 과다 복용하거나 장기 복용하면 우리 몸 스스로 호르몬을 생산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내분비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호르몬 분비기능이 떨어진다. 여성호르몬이 급감해 폐경이 되거나 남성의 경우에는 남성호르몬의 감소로 여성처럼 갱년기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성장호르몬도 정상보다 낮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에 비해 동맥경화증 같은 성인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질병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 활력이 없고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는 “검사 결과 일부 호르몬이 심하게 부족할 때는 일정기간만 약물로 보충해주면 효과적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투여하면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 줄어드는 만큼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면서 적당한 운동을 병행해야 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진다”고 조언했다.
호르몬이 필요한 양보다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또는 반대로 너무 적게 분비되는 등 호르몬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당뇨병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못하는 당뇨에 시달리는 한국인은 대략 4백만~5백만 명에 이른다. 적게는 전체 국민의 7%에서 많게는 11.5%까지로 추정돼 국민 10명 중 1명은 당뇨환자인 셈이다.
하지만 자신이 당뇨라는 사실을 모르고 관리하지 않은 사이에 합병증이 찾아오면 이미 때는 늦다. 당뇨인데도 술·담배를 계속 하는 등 관리를 하지 않아 두 눈이 완전히 실명된 탤런트 홍성민씨(66)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씨는 현재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자살충동까지 느꼈던 우울증을 극복하며 자활훈련중이다.
당뇨를 예방하려면 평소 과식을 삼가고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특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인은 마른 체질이더라도 당뇨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당뇨 증세가 사라지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생활 개선을 게을리하거나 중단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꾸준히 신경 써야 한다.
갑상선질환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정상보다 많아지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된다. 20~30대 젊은 여성에게 흔하고 50대 여성에게도 나타난다. 대사 속도가 빨라 몸이 더워지고 땀이 잘 나며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면 의심해보는 게 좋다. 약물치료를 하는데 40% 정도는 재발한다. 이때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을 해도 재발하거나 기능저하증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으므로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후에 결정한다.
반대로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너무 적으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다. 대사 속도가 느려지므로 몸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탄다. 말이 느려지고 기억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많이 안 먹어도 얼굴, 손발이 붓고 체중이 늘어난다. 부족한 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해주면 된다. 일단 기능저하증이 되면 대부분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다.
뇌하수체 질환 성장호르몬을 생산하는 위치에 종양이 생겨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말단비대증’이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의 영화배우 브룩 실즈가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성장이 계속돼 말단비대증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신체의 말단인 손·발·코·턱이 서서히 비대해지고 혀나 입술은 두꺼워진다. 또 털이 많아지고 땀을 많이 흘린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라고 해서 성장호르몬이 너무 적게 만들어지는 병도 있다. 이때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정상 또는 그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이 가능하다. 보통 여자는 15~16세, 남자는 17~18세가 되면 성장판이 닫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뇌하수체에서 프로락틴 호르몬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여성에게는 생리가 없어지는 무월경, 남성에게는 발기부전이 생기기도 한다.
갱년기증후군 중년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이 갱년기증후군. 50세를 전후해 폐경이 되면서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가 하면 두통, 식욕부진, 탈모, 요실금, 골다공증 등의 증상에 시달린다.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해 수면장애, 우울증 등도 생기기 쉽다. 난소에서 에스트로겐을 생성하는 기능이 멈춰 1년 이상 생리가 나오지 않으면 폐경으로 진단한다.
갱년기 증상이 심할 때는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주는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안면홍조 같은 급성 증상이 사라지고 골다공증·협심증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등의 부작용이 보고돼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기피하기보다는 유방암 가족력 등 위험요인을 체크한 후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의해서 단기간만 쓰는 것은 안전하다.
폐경 후 미각의 기능이 떨어지면 짜거나 단 음식을 즐겨 비만이 되기 쉽다. 따라서 예전보다 싱겁게 먹는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고, 1주일에 3~5회 정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도록 한다. 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활력이 생기고 입맛도 좋아진다.
최근에는 남성 역시 갱년기 증상을 겪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이 조금씩 줄어들어 여성보다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4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피로와 무기력증이 심하고 기억력 감퇴, 우울증,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이 보이면 갱년기가 의심된다. 성욕이나 발기 강직도가 떨어지는 등 성기능 장애도 함께 찾아온다. 이런 경우에는 호르몬검사를 실시한 후에 부족한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주면 도움이 된다.
호르몬 관리 7 가지 수칙
평소 식사나 운동, 생활습관 등에 좀 더 신경을 쓰면 몸에 필요한 호르몬이 잘 분비되기 마련이다. 무조건 많은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몸에 필요한 양만 있으면 된다. 그 양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문제가 된다.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김수경 교수의 도움말로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기능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1.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성장호르몬이나 멜라토닌호르몬 등은 밤에 많이 분비된다.
2. 금연·금주를 한다. 술과 담배는 여성호르몬 분비를 줄여 뼈를 약하게 만든다.
3. 하루 세끼 식사를 모두 하면서, 식사량은 적정량을 지킨다.
4. 식사는 야채, 고기 등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 고른 영양 섭취가 어려울 때는 비타민, 미네랄제를 복용하면 좋다. 특히 미네랄이 부족하면 성장호르몬이나 성호르몬이 제 역할을 못한다.
5. 하루 30분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한다.
6. 가능하면 많이 웃어라. 웃음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엔도르핀 등 몸에 좋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고 한다.
7. 불필요한 약물 또는 건강보조식품의 남용을 피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김수경 교수,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