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지카 예방 콘돔’ 어째 반응은 갸우뚱
리우 올림픽 테니스 경기장을 관리하는 노동자가 ‘지카 바이러스 퇴치’ 슬로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려왔던 많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최근까지도 “리우 올림픽이 취소 혹은 연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오타와대학의 아미르 아타란 교수는 “리우데자이네루는 지카 바이러스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지다”라고 말하면서 올림픽을 연기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브라질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리우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는 2만 6000여 명으로, 이는 브라질 내에서도 최고 수치다.
하지만 이와 다른 의견을 피력한 전문가들도 많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질병관리본부(CDC)는 지카 바이러스가 올림픽 기간 동안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올림픽이 열리는 8월은 브라질의 겨울이기 때문에 모기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 이유였다. 남반구의 겨울은 건조하고 선선하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뎅기열,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등 모기로 전파되는 대부분의 전염병도 그렇다고 말했다.
실제 겨울에 접어들면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2월 7000여 건에서 5월에는 700여 건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혹시 반대로 다른 지카 전염 위험국에서 오는 선수들의 경우는 어떨까. 이에 대해 CDC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206개국 가운데 지극히 적은 비율인 4개국만이 그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드, 지부티, 에리트레아, 예멘 등이 바로 그런 나라들이다. 이들 4개국에서 출전하는 선수는 총 19명, 그리고 코칭 스태프 등은 60명이다. 이는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했는가,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서식하는 곳인가, 현재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계절인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 지역을 얼마나 많이 여행했는가 등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이에 WHO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일단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모기에 가능한 물리지 않는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방침을 제시했다. 가령 긴소매 및 긴바지 입기, 밝은 색상의 옷 입기, 모기장이나 방충제 사용하기 등이 그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가능한 몸을 가리고 방충제(모기 퇴치 스프레이 등)를 사용할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불안과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 이에 마냥 안심할 수 없는 각국의 선수들은 저마다의 자구책을 강구해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요컨대 ‘공포는 발명의 어머니’인 셈인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으며, 오히려 어떤 방법은 되레 해로울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더스틴 존슨(위), 로리 맥길로이(아래) 등 세계 최정상급 골프선수들이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때문에 대거 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CDC는 <슬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콘돔에 비해 지카를 예방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입증된 바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콘돔은 제대로만 착용하면 사실상 성관계로 전염되는 대부분의 감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SPL7013이 다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매우 비슷한 성분인 살정제(Nonoxynol-9)의 경우 최근 연구 결과 되레 HIV 감염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CDC가 임신부를 위해 추천한 모기장, 모기 퇴치 스프레이, 콘돔 등으로 이뤄져 있는 ‘지카 예방 키트’를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일부 국가들은 개별 제작한 키트를 선수단에 제공하기도 했다. 대만이 대표적인 경우다.
<타이베이 타임스>는 대만 조직위가 자체 제작한 키트 총 200개를 대만 선수단에게 공급했으며, 여기에는 체온계, 안면 마스크, 알코올 솜, 항균 손세정제, 살충제 등이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매일 체온을 잴 것’,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 등과 같은 행동 지침도 배포했다고 전했다.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지카 바이러스에 왠 마스크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독감과 같이 공기로 전파되는 다른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영국 선수단의 경우에는 선수들의 숙소를 전부 3층 이상의 높이로 배정했다. 이는 사람을 무는 모기들의 경우, 대부분 높이 약 7.6m 미만에서 활동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따라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높은 곳에 묵는 것이라고 판단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모든 방에 에어컨을 풀가동할 예정이며, 올림픽이 끝나고 귀국한 후 8주 동안은 반드시 콘돔을 착용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된 특별자문기관이 꾸려져 지난 3월부터 선수들에게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모기에 물리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한편, 귀국 후에도 최대 6개월간 콘돔을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방충 소재로 제작한 우리나라 선수단의 유니폼은 어떨까. 원단 표면에 모기가 기피하는 유칼립투스 잎에서 추출한 ‘피레트린’ 성분을 처리한 유니폼을 입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단복은 여기에 더해 가능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소매와 긴바지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련되긴 했지만 효과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WHO의 윌리엄 페레아는 “지카 예방 유니폼이라는 의미는 아마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소매 옷을 입는다는 것뿐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어차피 경기에 출전할 때는 반팔을 입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런가 하면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일찌감치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선수들도 속출했다. 야외 스포츠인 골프 선수들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미 세계 랭킹 1위인 제이슨 데이(호주)를 비롯해 더스틴 존슨(2위. 미국), 조던 스피스(3위. 미국), 로리 맥길로이(4위. 아일랜드) 등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했다. 이밖에도 애덤 스콧(호주), 브랜든 그레이스(남아공), 루이스 우스투이젠(남아공), 찰 슈워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그래엄 맥도웰(영국), 마크 레시먼(호주), 셰인 로리(아일랜드) 등의 선수들도 올림픽에 오지 않았다.
테니스도 사정이 비슷하다. 밀로스 라오니치(몬테네그로),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알렉산드르 돌고폴로프(우크라이나), 브라이언 형제(미국), 시모나 할렙(루마니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 등이 불참을 선언했다.
이밖에 미국의 사이클 선수인 티제이 반 가데렌은 임신한 아내를 위해 올림픽에 나가지 않는다면서 출전을 포기했으며, 미국의 여자축구선수인 호프 솔로는 “어쩔 수 없이 참가는 하지만 연습이나 경기 외에는 숙소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영국의 멀리뛰기 선수이자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레그 러더포드는 올림픽에 참가는 하되 독특한 방법으로 위험을 대비했다. 바로 정자를 냉동시켜 놓는 방법이 그것이었다. 현재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그는 “앞으로 자녀를 더 낳을 계획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역대 가장 문란한 올림픽 될 것” 선수 한명당 42개 ‘콘돔 배포수’ 신기록 리우 올림픽 참가자를 위해 역대 최대인 45만 개의 콘돔이 준비돼 있다. 사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배포된 콘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올림픽 번외 기록도 하나 경신될 전망이다. 바로 ‘콘돔 배포수’ 기록이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역대 최대인 45만 개의 콘돔이 준비됐으며, 윤활제는 17만 5000개가 배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배포된 15만 개의 무려 세 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남자 선수들에게는 35만 개, 여자 선수들에게는 10만 개가 배포될 예정이며, 이는 선수 한 명당 42개꼴인 셈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17일 동안 매일 2~3회 사용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이에 영국의 <가디언>은 “리우 올림픽이 역대 가장 문란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림픽 선수촌에 제공되는 콘돔의 개수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였다. 서울 올림픽 당시 배포된 콘돔은 8500개였다. 그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9000개로 늘어났으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1만 5000개로 급증하는가 싶더니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그야말로 폭증했다. 당초 준비했던 7만 개가 올림픽 일정이 절반 정도 시점에서 모두 동이 나자 2만 개를 추가 주문했던 것. 미국의 사격 선수였던 조시 라카토스는 “내 평생 그렇게 문란한 곳은 처음 봤다. 선수촌 아파트 전체가 마치 하나의 매음굴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콘돔 제조사인 ‘듀렉스’가 13만 개를 협찬했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10만 개가 배포됐다. 당시 콘돔 포장지에는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라는 올림픽 표어가 새겨져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