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거사 ‘JJ플랜’ 김근태 ‘노 밟기’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DY와 GT는 자신들의 거취문제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DY는 탈당쪽에 GT는 잔류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DY 주변에선 3월 말 거사설이 꽤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반면 GT는 잠시 주춤했던 대권행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대권을 향한 꿈을 접지 못하고 있는 DY와 GT가 어떤 선택을 하든 가야할 바다는 거칠기만 하다. 또다시 해체 위기에 몰린 열린우리당의 운명과 맞물린 두 사람의 대권전략을 살펴봤다.
“DY가 탈당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
15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A 의원이 익명을 전제로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친DY계로 분류되고 있는 A 의원은 “정세균 의장 체제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나고 있지만 통합신당 추진 작업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지 않느냐”며 “DY도 새 지도부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당에 미련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탈당 시기와 규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A 의원은 “시기와 명분을 놓고 최종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빠르면 3월 말 늦어도 민주당 전당대회(4월 3일)를 지켜본 뒤 중순경에는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정확한 탈당 인원을 밝힐 순 없지만 10여 명이 동참할 것으로 안다”며 “상황에 따라선 5~6명의 의원들이 먼저 탈당을 감행한 후 DY가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 의원의 말처럼 DY의 탈당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세균호가 출항한지 한 달이 지나면서 또다시 추가 탈당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DY의 거취는 열린우리당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15일 초선의원 6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해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은 대규모 추가 탈당을 예고하는 선전포고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선도파(23명)의 대규모 탈당 결행 이후 곧 무너질 것 같았던 열린우리당은 2·14 전대를 명분으로 간신히 좌초 위기를 넘겼지만 이는 한시적인 봉합책에 불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탈당 명분을 찾지 못해 결행을 미루고 있는 잔류파 의원들이 언제 다시 뛰쳐나갈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당 내부를 감싸고 있었다. 새 지도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데 제 계파의 견해가 모아지면서 ‘3·15 거사설’이 나돌기도 했다. 범 여권 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한 새 지도부에 전권을 위임하고 한 달 정도 성과를 지켜본 뒤 여의치 않을 경우 탈당 등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는 게 통합파 의원들의 계산이었다.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지 꼭 한 달째인 15일 소장파 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당 해체를 들고 나온 것은 탈당 수순을 밞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정치권 관계자들은 당 해체론을 주도하고 있는 문학진·정봉주 의원 등이 선도탈당파 그룹과 통합신당 문제에 대해 물밑 교감을 나눠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과 선도탈당 그룹 내 초선들이 의기투합해 통합신당 작업을 주도하는 이른바 ‘초선 연대’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 해체’ 서명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잠재적 탈당그룹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3·15 서명 작업에 동참했던 의원들은 당초 30~40명에 달했으나 지도부의 간곡한 만류로 서명 명부에서 이름이 뺀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시 탈당 둑이 무너질 경우 1차 탈당보다 규모가 큰 대규모 탈당 쓰나미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난 2월 14일 팬클럽의 생일선물인 활 시위를 당겨보는 김근태 전 의장. | ||
양측 관계자들과 정가 소식통들이 전하는 얘기를 종합해 볼 때 DY는 탈당쪽에 GT는 잔류쪽에 거취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DY는 지난호(774호)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떠한 시련에 직면하더라도 꿋꿋하게 대망론을 펼쳐나가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바 있다.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도 “통합신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탈당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탈 여의도 정치’를 표방하면서 민생 행보에 주력하고 있는 DY가 15일 “지난 한 달의 경과가 실망스럽다”며 새 지도부가 주도하고 있는 통합신당 추진에 불만을 토로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DY가 정세균호의 통합 논의 미진을 명분으로 탈당 결심을 굳힌 게 아니냐며 조만간 정동영발 탈당 쓰나미가 열린우리당 붕괴를 촉발시킬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부 DY계 주변에서는 DY의 탈당 후 대권 로드맵이 나돌고 있다. 구체적인 대권 로드맵은 아니지만 DY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DY 대통령 만들기’ 플랜이 물밑 가동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친 DY계로 통합신당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한길·강봉균 의원과 조기에 합류해 통합신당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고 또 다른 측근들은 2차 탈당 기류 등 급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상황을 지켜본 후 통합신당 모임에 합류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든 후자든 DY 측근들은 DY의 탈당을 전제로 한 대권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DY의 거사는 대권을 위해서라면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앞으로 범여권의 폭풍을 예견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행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DY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연대를 매개로 한 이른바 ‘J-J 대권 플랜설’이 꽤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호남과 충청 출신인 DY와 정 전 총장이 연말 대선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할 경우 신 DJP연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통일과 경제 분야 전문가인 두 사람의 조합은 한나라당 ‘빅3’의 경쟁력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란 게 ‘J-J 대권 플랜’의 골자다.
DY 측은 정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놓고 물밑 접촉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주당 전대 결과를 지켜본 뒤 민주당과의 통합 방안도 적극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Y가 탈당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 공중분해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또다른 핵심 당사자인 GT는 당 잔류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다. 탈당 명분이 부족할 뿐더러 열린우리당을 이탈해도 기댈 버팀목이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걸로 풀이된다. 여기에 자신의 대권 라이벌인 DY의 탈당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DY의 탈당이 현실화 될 경우 열린우리당에 남아 대권행보를 걷는 게 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GT는 비록 몸은 당에 남는다고 해도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차별화를 적극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16일 당 의장 퇴임 후 한 달여 만에 기자간담회를 가진 GT가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참여정부가 낡은 방식으로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비판한 것도 이러한 전략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로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재가동한 GT는 FTA 협상 문제와 남북관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며 대권주자로서 위상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또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 한반도 평화포럼’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부산, 대구, 경북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등 외연 확대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열린우리당 내 최대 주주인 DY와 GT가 최종 선택을 달리할 경우 범여권 통합신당 주도권 싸움 및 대권경쟁은 서바이벌 게임을 방불케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창당 동지로 전직 당 의장으로 대권 경쟁을 펼쳐온 두 사람이 마침내 외나무다리에서의 결투를 준비해야할 시점이 가까워 오고 있는 것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