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유리한 구도 속 후보 난립에 셈법 분주…친청계는 출마 미루고 ‘김민석 때리기’ 주력

이후 출사표를 던진 ‘친명’ 후보들은 정청래 전 대표의 당정 엇박자 논란을 강조했다. 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7월 7일 대장동 변호인단 출신인 이건태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며 “자기 정치 욕심으로 이재명 정부와 엇박자를 낸 지도부 교체는 당원들의 요구이자 이번 전당대회의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7월 8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눈부신 혁신 속도를 당의 입법 지원이 제때 뒷받침하지 못해 당원들과 국민들의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약으로는 △당정 일체 강조 △비례대표 당원 직선제 도입 △전 당원 1인 1표제를 넘어선 국회의원 공천 당원 평가 반영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출마 제한 △당무감사원 신설 등을 제시했다.

여성 후보로는 서미화 의원이 등판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2018년 선출직 최고위원에 여성 의원을 최소 1명 포함하도록 정했다. 당선권인 5위 안에 들지 않아도 여성 후보자 중 최고 득표자 1인이 자동으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이외에도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공취모)’ 상임대표를 맡은 박성준 의원도 곧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욱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친명계’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는 배경에는 승산이 높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전당대회와 달리 최근 여론조사에선 ‘친명’ 주자인 김민석 전 총리가 정 전 대표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SIT에 의뢰해 7월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민석·정청래 양자 대결에서 옛 광주는 김민석 52.8%·정청래 26.5%로, 옛 전남은 김민석 62.5%·정청래 20.9%로 집계됐다. ‘친청계’ 이원택 지사가 있는 전북에서도 김 전 총리가 59.8%로 정 전 대표(23.3%)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무선 ARS 조사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립 성향인 김영호 의원도 ‘반청’ 진영에 합류한 모습이다. 계파색이 옅은 김 의원까지 ‘반청’ 행보를 보이면서 친청계는 더 고립되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6월 25일 “정 전 대표는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다만 김 전 총리나 송영길 의원은 나에 대해 관심과 호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계파주의라서 (같이 한다기보다)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강력한 연대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후보자가 난립하자 친명 진영에서는 교통정리 가능성이 나온다. 표가 분산될 경우 친청계 후보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엔 ‘친청’ 공격수로 꼽히는 최민희 의원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명 의원들 사이에서는 상위 8명이 통과되는 7월 23일 예비 경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후보자 난립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말도 있다.
한 친명계 재선 의원은 “교통정리는 어렵다. 최고위원 출마자가 워낙 많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8명으로 줄이면) 정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용 집중’ 전략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면 꼬일 수 있다. (전 당원) 1인 1표가 복잡한 함수다. (당원들) 표가 어떻게 갈지 알겠나. 한쪽으로 다 몰아줄 수가 있나.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최종 컷오프가 되면 조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원외 친명계 인사는 “이번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친청계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니까. 일단 김용은 상수다. 원래 출마를 염두에 뒀던 (일부 인사는) 출마를 안 하기로 하면서 내부적으로 교통정리를 하기는 했다. 아직 100%가 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나머지는 의원실에서 움직이는 것이지 (친명) 조직 단위에서 결합한 것은 김용 외에는 없다”며 “(서로 조율해서) 선택의 폭을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계엄 해제 표결 불참’을 꺼내며 ‘김민석 때리기’에 가세했다. 이 최고위원은 7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총리의 감기약을 먹고 잠들었던 탓에 계엄 해제 표결에 제때 참여하지 못했다는 김 전 총리 설명에 대해 “그 감기약 성분이 무엇인가” “‘잠을 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자는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던데 그런가”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7월 7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 이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누가 얘기하나 생각했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얘기해서 걱정하고 있다”면서 “꼭 대장동 때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021년 전당대회 때 이재명 대통령과 맞붙었던 이낙연 전 총리 측이 대장동 의혹을 제기했던 것과 비유한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최 의원 의혹 제기에 대해선 7월 7일 기자들과 만나 “(최민희 의원 말이) 사실이면 저는 이번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등록하지 않겠다. 사실인 것처럼 문제 제기할 때는 그에 걸맞은 정도 각오를 하라”고 맞받았다.
정치권에선 ‘친청계’가 출마 시점 조율에 애를 먹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재명 선거 패배 발언’ ‘정청래 환송 불참 논란’ ‘명·문 회동’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친청계’는 수세에 몰렸다. 일단 전열을 가다듬은 뒤 정 전 대표와 함께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친청계’ 후보군으로는 정 전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한민수 의원과 최민희 의원이 거론된다. 이성윤 최고위원 이름도 거론된다. 하마평에 올랐던 문정복 최고위원은 일요신문에 “잔여 임기만 하겠다고 했다. 출마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원정책 실장을 맡은 임오경 의원도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친명계 재선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출마한다는 설하고 등록은 완전히 다르다. 등록했다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출마 결심을 하기는)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다른 의원들과 달리 정청래 쪽은 더 타격이 클 것이다. 다음이 어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측의 계파 갈등이 심화되자 여권 내부에서는 피로감이 표출되는 상황이다. 이는 제3지대 후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중립 성향 최고위원 후보로는 김형남 전 서울시장 후보가 있다. 그는 7월 3일 출마 선언에서 “모든 개혁 어젠다가 대통령에게서 시작돼 민주당 지도부 앞에서 멈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7월 7일에는 전당대회 출마자들에게 반도체 추가세수 미래대응기금 활용 방안에 관한 토론을 제안했다.
이학영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7월 7일 “당내 구성원 간 소모적인 비방이나 네거티브가 아닌 미래와 비전을 논의하는 건설적인 토론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서로를 향한 멸칭의 사용이나 당의 통합을 해치는 과도한 비방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당의 구성원들은 전당대회 기간 중 엄정한 중립 의무를 지켜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