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 떨고 있는 이들 있다
유부남 스타 엄태웅이 성범죄에 의혹에 휩싸여 충격을 주고 있다. 영화 ‘톱스타’ 스틸 컷.
경찰 수사라는 공식 라인을 통한 승부에서의 승자는 분명 남자 연예인이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과 성폭행을 한 가해자 남성의 구도로 시작된 싸움에서 대부분의 성범죄 연루 연예인이 승리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될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대부분 뒤집혔다. 경찰이 연루 연예인의 성폭행에 대해선 무혐의, 오히려 피해자이던 여성들을 무고와 협박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사례가 대부분이다.
아직 ‘성매매 의혹’에 휘말려 있긴 하지만 박유천은 모든 성폭행 혐의를 벗었으며 이진욱은 깔끔하게 성폭행 혐의를 벗었다. 그나마 성폭행 사건 자체는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난 이민기 사건의 경우 이민기에 대한 고소는 오해로 밝혀진 상황에서 그의 지인이 가해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고 있다. 과거 인기 방송인이 비슷한 상황에 내몰린 바 있지만 그가 아닌 매니저가 범인으로 밝혀지면서 그 방송인은 아무런 제약 없이 연예계 활동을 이어갔다. 이민기 역시 해프닝에 연루된 수준에 불과해 곧 연예계로 돌아올 전망이다.
문제는 박유천과 이진욱이다. 경찰 수사에선 승리했지만 여론 재판에선 아직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둘 다 성생활이라는 매우 내밀한 사생활이 대중에게 여과 없이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상처뿐인 영광’이다.
그나마 지금까진 총각이었기에 최악의 상황은 피해갈 수 있었지만 이번엔 유부남 엄태웅이 성범죄에 연루됐다. 박유천 이진욱 등과 엄태웅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 강제이건(성폭행) 합의이건(무고), 아니면 돈이 오간 것이든(성매매) 엄태웅은 기본적으로 외도를 한 게 된다. 아예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는 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엄태웅은 ‘외도’라는 단어만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성폭행 피소 내용이 무혐의로 밝혀질지라도 ‘영광’이 될 수 없고 단지 상처만 남을 뿐이다. 게다가 그를 둘러싼 여성 가족 구성원의 상당수가 유명인이다. 누나 엄정화는 이미 유명 스타인 데다 원래 유명인이었지만 결혼 이후 더 유명해진 배우자 윤혜진, 게다가 육아 프로그램 출연으로 딸 지온 양까지 유명인이다.
연예관계자들은 엄태웅 피소 사건이 지난 1월에 불거졌다는 점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조심만 해선 안 되며 이미 지난 일도 유심히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박유천은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아직 성매매 의혹에 휘말려 있다. 일요신문DB
문제는 제2, 제3의 엄태웅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벌써부터 연예계에는 각종 괴담과 루머가 나돌고 있다. 어느 남자 연예인도 그런 협박을 받고 있다느니, 또 누구는 벌써 수억 원을 주고 입막음을 해 놓았다느니 하는 소문들이다. 다음은 한 대형 연예기획사 임원의 얘기다.
“상황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남자 연예인과 잠자리를 가진 여성들은 매우 많을 터인데 그 가운데에는 돈이 급하거나, 이미 지나간 하룻밤을 잘 활용하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고 조언하는 지인을 가진 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연예인하고 자면 주위에 자랑을 많이 하거든요. 문제는 그들 역시 확실한 학습효과로 소송까지 하면 무고나 협박으로 걸릴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고소하겠다며 돈을 요구해도 남자 연예인 측이 협박 등으로 고소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고소하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지라도 연예인이 많이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것도 분명히 알게 됐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그런 뒷말이 무성해지고 있습니다. 성폭행이 아님을 명백히 알고 있음에도 돈을 주고 입막음을 하는 게 우선 매우 억울하고 기분 나쁜 일이며 자칫 하지도 않은 성폭행을 인정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응하지 않는 게 당연하지만 최근의 상황들을 보면 그러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한숨만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요.”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