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길 뚫으려면 ‘대통합호’에 올라타라
▲ 인물 중심의 대권주자 연대론이 힘을 얻으면서 손학규 전 지사, 정운찬 전 총장, 정동영 전 의장(왼쪽부터)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 ||
초점은 정파간 지분 경쟁을 배제하고 인물 중심의 대권주자간 연대론에 방점을 두고 대통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 범여권 주변에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유력 주자들이 손을 잡아야 중도·개혁·민주·평화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대통합을 견인할 수 있고 12월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이른바 ‘J(정동영)-S(손학규)-J(정운찬) 드림팀’ 플랜이 꽤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J-S-J 드림팀’ 플랜의 실체 및 그 실현 가능성을 진단해 봤다.
“정동영 손학규 정운찬 세 사람은 결국 범여권 통합을 명분으로 제3지대에서 모이게 될 것이다.”
12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열린우리당 중진 A 의원이 던진 일성이다. 열린우리당 소속이지만 당 해체 후 제3지대 대통합론을 주장하고 있는 A 의원은 “지금처럼 사분오열된 통합신당론은 분열과 공멸을 재촉할 뿐”이라며 “범여권 내 제 세력들을 통합시키고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정파간 이해관계를 떠나 인물 중심의 후보간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간 연대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차기주자를 중심으로 한 제 계파들이 통합신당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기싸움일 뿐 어떤 길을 선택해야 서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교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제3지대에서 인물 중심의 대통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범여권에 다양한 주자군이 있는데 왜 정동영-손학규-정운찬 연대를 드림팀으로 규정하고 있는지와 이들 후보간 연대가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를 묻자 A 의원은 “세 사람은 중도개혁 성향이라는 공통분모가 형성돼 있고 12월 대선정국에서 핵심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통일(정동영) 경제(손학규) 교육(정운찬) 전문가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이러한 세 사람이 힘을 합칠 경우 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은 이들 세 사람이 각자 독자적인 행보를 걷고 있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뜻을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범여권 중진들과 사회각계각층의 지도층 인사들이 중도개혁 세력 대통합을 위해 이들 세 사람과 물밑 접촉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교감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손학규 정운찬 연대론이 아직 수면 위로 떠올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범여권 진영의 발빠른 통합 움직임과 이들 세 사람의 심상찮은 최근 행보에 비춰볼 때 연대론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두 달여간의 민심탐방·평화대장정 행보를 마무리하고 여의도 정치로 복귀한 정 전 의장은 지난 1월 자신이 제안했던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 성사를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등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평화대장정 해단식을 가진 정 전 의장은 “통합신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것”이라며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폭넓게 만나 충분히 의견을 듣고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의 또다른 측근은 “지금처럼 범여권이 사분오열되면 모두가 죽는다는 판단 하에 유력 후보간 연대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범여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정동영 손학규 정운찬 연대론’이 현실화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운찬 전 총장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그동안 정치인 접촉을 꺼려 왔던 그가 11일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을 자청해서 만나는가 하면 비록 취소되긴 했지만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 일부 의원들과 오찬 회동(12일)을 잡기도 했다. 이미 대권출마 결심을 굳히고 최종 결단을 내리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유력 정치인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전 총장이 신당을 창당해 독자적인 대권행보를 걸을 것이란 보다 진전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 전 총장 측은 ‘정치 참여 결단설’에 대해서는 일정 부문 수긍하고 있으나 ‘독자신당 창당설‘에 대해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 전 총장의 측근인 K 씨는 11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정 전 총장이 대권에 출마할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5월 초 쯤으로 예정된 출판기념회와 5·18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식 때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출정식을 갖는 방안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권출마를 선언할 경우 어떤 형태로 현실정치에 뛰어들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K 씨는 “정 전 총장이 결단을 미루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조직과 기반이 약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권 일각에서 독자신당 창당설이 나돌고 있는데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범여권 내 제 정파들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제3지대 대통합론’에 합의가 도출될 경우 자연스럽게 참여할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정동영 전 의장이 추진하고 있는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득권 포기가 담보된다면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후보간 연대론에도 참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탈당 후폭풍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손학규 전 지사도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다. 손 전 지사는 경북 동양대 특강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특강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는 12일 동양대 특강에서 “‘선진평화연대’에 인재를 끌어 모아 번영과 통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와 함께 “선진평화세력은 수구보수나 무능좌파가 아닌 선진사회를 책임질 미래 주류 세력으로 앞으로 정치적 연대 형태로 뭉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여권을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 창당 움직임에 동참할지 여부에 대해선 “새로운 정치 틀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범여권과 일정 거리를 두려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손 전 지사 역시 범여권 통합세력이 주도하는 후보 연대론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손 전 지사는 당분간 지방 강연 투어로 정치적 소신과 비전을 알리는 데 주력하면서 6월 중순께 선진평화연대를 발족시켜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설 계획”이라며 “독자적인 대권행보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인 후 대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간 연대론이 무르익을 경우 그때 가서 참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홀로서기로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린 후 범여권 주자들과 연대 내지는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동참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세 사람이 처한 어려운 정치상황과 위축된 대권 입지를 감안하면 범여권 대통합이란 대의명분으로 손을 맞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은 내놓고 있다. 범여권도 각개전투로 공멸을 자처하는 것보다 후보간 연대로 범여권 대통합을 이끌어 낸 후 공정한 룰에 따라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윈윈게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