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오어 낫싱’ 상처부위 헤집고 쑤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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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CD 사건으로 양쪽 캠프가 네거티브 공방으로 점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에는 두 주자의 사생활 등 민감한 문제가 터질 경우 상대방도 마찬가지 대응을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선뜻 꺼내들지 못했지만 경선 정국이 가까워 오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이 경선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네거티브 공방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양측이 ‘죽기 살기 식’으로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다가는 결국 두 주자 모두 ‘죽는’ 최악의 상황도 올 수 있다는 점이 한나라당의 대선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을 엄습하고 있는 네거티브 공방의 초점을 추적해보았다.
지난 4월 9일 한나라당 소속 대부분의 의원실에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흰 봉투 안에는 A4 용지 1장짜리 유인물과 CD가 들어있었다. 발신지는 ‘긴급조치피해자가족협의회’로 돼 있으며,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으나 해당 전화번호는 일반 가정집인 것으로 확인돼 그 출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세력이 박 전 대표를 음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돌린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
박 전 대표 측은 명시적으로 누구인지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 CD를 이 전 시장 측에서 ‘흘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이정현 공보특보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잔인하고도 구태스러운 흑색선전이다. 이번 CD 유포는 기획적이고 계획적이며 조직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 군데밖에 의심할 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CD를 본 적도 없고 아는 바도 없다. 과거 실명으로 된 ‘박근혜 비방 괴문서’가 국회에 유포됐을 때도 박 전 대표 측에선 근거 없이 우리를 물고 늘어졌었다. 이번 건 역시 늘 하는 상투적 주장으로 보인다”고 반박하고 있다.
CD 문제로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그 출처를 밝혀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으로 양측의 감정싸움은 이미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버렸다. 특히 그동안 후보 검증에 관한 한 수세적 입장에 있던 이 전 시장 측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박 전 대표 측이 계속 ‘깨끗한 후보론’을 내세우며 이 전 시장 측을 압박하자 이 전 시장 측도 그에 대한 반박 논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이 전 시장 측은 후보 검증에 관한 한 혹독할 정도로 ‘고생’을 했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이 전 시장도 사석에서 근거 없는 무차별식 후보검증 공방에 굉장히 답답해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최근 들어 ‘어디 박 전 대표는 허물이 없느냐’라며 반발할 움직임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실 이 전 시장 측으로서는 그동안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에 변화 움직임이 보이면서 캠프에도 서서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후보 검증에 관한 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 전 시장 측으로서는 지지율 침체의 돌파구로 후보검증 맞불작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사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충성심 강한 지지층은 그를 일종의 ‘여신’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사심 없이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는 일종의 신성불가침적이고 종교적인 믿음이 강하게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박 전 대표에 관한 민감한 비밀들이 드러나게 되면 그에 대한 신성한 이미지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깨끗한 이미지를 고수해왔기 때문에 후보 검증 과정에서 의외의 돌발변수가 발생하면 오히려 이 전 시장보다 더 빨리 무너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로서도 후보 검증 전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오히려 이전투구의 전쟁을 반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2위 입장에서는 지지율을 역전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후보검증과 관련된 네거티브 공방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으로서는 일단 이 전 시장을 후보등록 시켜놓아 튀어나가지 못하게 한 뒤 여러 가지 후보검증 공격으로 이 전 시장의 팔을 꺾어놓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 측은 왜 그렇게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이 있을까. 먼저 박 전 대표 주변에는 박정희 시대 때 경제관료를 지낸 인사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이 전 시장의 현대그룹 재직 때의 알려지지 않은 여러 가지 비화들을 전부 꿰고 있을 정도로 자료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이 전 시장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 에리카 김과 그를 둘러싼 사건을 두고 그의 동생 김경준 씨가 범죄인 인도 협정에 따라 한국에 돌아올 경우 그것도 상당한 폭발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이 전 시장의 가족관계와 재산 문제도 그 폭발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의 재산은 알려진 것과 달리 천문학적인 액수일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는 상태이고 그것 때문에 이 전 시장을 지원하는 것을 망설이는 유력 인사들도 많다고 한다.
이렇듯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은 이미 그 폭발점을 넘어 극단적인 전쟁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양측은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경선에서 어떻게든 승리하려고 죽기살기식 대결을 벌일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표의 경우 그동안 터지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로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올 오어 낫싱’의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선거여론 전문가는 이에 대해 “정치권에는 ‘귀족 정치인’들이 몇 명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는 단일화를 이루고 정권의 지분을 보장받았지만 자존심 때문에 굴러 들어온 복을 걷어차 버렸다. 권력에 대한 치열한 쟁투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들의 과감한 선택 아니겠는가. 박 전 대표는 이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그도 예전에 퍼스트레이디 생활을 하며 권력 엘리트로 성장한 사람이다. 그가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려 패배했다고 생각하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이는 곧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으로서도 그동안 대세론을 유지하다가 네거티브 공방에 걸려 패배한다면 그 후유증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이 전 시장을 지지했던 의원들은 이념상 쉽게 코드를 공유할 수 없는 박 전 대표에게 투항할 가능성도 적다.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들 가운데 “경선에서 지면 미련 없이 대선 정국을 떠날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시장도 생각하기 싫겠지만 경선에서 지면 정계 은퇴를 포함한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두 유력주자가 경선에 올인해 승부를 보려고 할 경우 대선에서 어느 한쪽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네거티브 공세를 견디고 경선에서 이겼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대선에서의 승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것이 두 주자의 합친 지지율이 70%를 넘고 있는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