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현미 속 항암물질 ‘듬뿍’
▲ 쌀알이 맑고 투명하며 모양이 균일하고 잡티가 묻지 않은 것이 좋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매일 먹는 밥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우선 좋은 쌀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밥맛은 밥 짓는 공식, 잡곡밥 짓는 요령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한다. 햅쌀의 출시와 함께 맛있는 밥짓기를 위한 모든 비결을 알아보았다.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50~90%의 열량원을 차지하는 주식이 쌀. 흔히 하는 말처럼 정말 밥이 보약일까. 우선 밀이나 보리 등의 다른 곡류보다 소화가 잘 되는 편이고, 주성분인 탄수화물 외에도 단백질이나 비타민 A·B, 칼슘, 철, 칼륨, 마그네슘 등도 고루 들어 있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쌀겨와 쌀눈에는 항암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다만 항암작용을 기대하려면 여러 번 도정한 백미밥이 아니라 현미밥을 먹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미식을 하면 혈관질환이나 당뇨병, 간질환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백미와 현미의 영양소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탄수화물은 75~76%로 비슷하게 들어 있지만 현미는 백미보다 섬유질은 17배, 비타민 B1·B2는 각각 3배 정도, 비타민 E도 4배 정도 많다.
예를 들어 섬유질의 경우 소화 속도를 늦춰 혈당을 서서히 올리므로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배변이 원활해짐으로써 대장암 걱정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미가 들어가면 백미밥보다 거칠고 충분히 씹지 않으면 소화가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충분히 씹어서 삼키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오히려 위장질환이 좋아진다.
사실 시판되는 쌀 브랜드가 많아도 너무 많다 보니 어떤 쌀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진다. 이럴 때는 입맛에 맞는 쌀을 고를 때까지 여러 가지 브랜드의 쌀을 조금씩 사서 먹어 보고 맛을 꼼꼼하게 비교해 보면 확실하다.
쌀을 고를 땐 주의 깊게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맛있는 쌀은 충분히 건조된 상태이면서 쌀알에 윤기가 돌고 묵직하다. 또 쌀알이 맑고 투명하며 모양이 균일하고 잡티나 싸라기 같은 것이 묻지 않고 깨끗한 것이 좋다. 쌀알 한쪽에 하얀 것이 끼어 있거나 금이 간 것은 늦게 수확했거나 건조 과정에서 비를 맞은 것이므로 피한다.
또 ‘도정 날짜도 반드시 확인하라’는 것이 요리연구가 이양지 씨의 조언이다. 도정한 지 3일만 지나도 쌀의 지방산이 증가해 냄새가 나고 밥맛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때문에 조금 번거롭더라도 길어도 10일 안에 먹을 수 있는 양의 쌀을 조금씩 사먹는 것이 좋다. 요즘 나오는 것은 햅쌀이 많지만 수확 시기가 지나면 14~15℃에서 보관했다가 갓 도정한 것을 고르도록 한다.
겉포장에 표시된 단백질 함량은 ‘6% 이하’로 표시된 쌀이 가장 좋은 품질이다. 쌀은 단백질이 많을수록 밥의 찰기와 질감이 떨어진다.
품종 순도는 높을수록 좋다. 서로 다른 품종을 많이 섞어 벼를 키우면 품종별로 익는 시기와 기간이 달라 한꺼번에 수확할 경우 쌀의 품질이 고르지 않다.
꼼꼼하게 맛있는 쌀을 고르더라도 보관을 잘못하면 맛없는 쌀이 될 수 있다. 햇볕이 드는 곳에 쌀을 두는 것은 금물이다. 햇볕이 있는 곳에 두면 수분이 날아가 금이 가고, 그 사이로 전분이 나와 변질되기 쉽다. 햇빛이 없고 습하지 않으면서 공기가 잘 통하는 쪽의 베란다에 두는 게 좋다. 쌀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쌀통에 마늘이나 말린 붉은 고추를 넣어두면 효과가 있다.
같은 쌀과 같은 밥솥으로 밥을 해도 왜 할 때마다 밥맛이 다르고, 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달라질까. 이유는 쌀을 씻는 방법이나 불리는 시간, 밥물의 양, 불 조절 등에서 미세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① 쌀을 씻은 첫물 빨리 버린다
무엇보다 쌀을 씻은 첫물은 쌀겨 냄새가 쌀에 흡수되지 않도록 재빨리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쌀이 비칠 정도로 헹굼물이 맑아질 때까지 비벼 씻고 헹구기를 4~5회 반복한다.
물도 중요하다. 밥물을 부을 때뿐만 아니라 쌀을 씻을 때도 깨끗하게 정수된 물을 사용하는 게 좋다. 특히 마른 쌀에 첫물이 들어가면 흡수 속도가 빠르므로 좋은 물을 쓰도록 한다.
이때 너무 심하게 문지를 필요는 없다. 요즘은 도정 상태가 좋아 쌀에 쌀겨나 쌀가루가 많이 섞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너무 박박 씻으면 쌀알이 부서지고 고소한 맛이 덜하다. 특히 햅쌀은 박박 문지르지 않고 손으로 저어가며 살살 씻어도 된다.
② 30분가량 불린다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쌀에 수분이 충분히 스며들도록 불리는 게 좋다. 보통 30분가량 담그면 된다. 겨울에도 실내는 따뜻하므로 더 불릴 필요가 없다. 불릴 시간이 부족할 때는 미지근한 물에 10분만 불리거나 압력밥솥일 때는 불리는 과정을 생략해도 된다. 다만 현미나 보리 등은 1시간 정도로 오래 불려야 부드럽다. 불린 쌀은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밥솥에 안친다.
③ 밥물은 정확하게
밥물의 양이 정확해야 한결같은 밥맛을 낼 수 있다. 보통 손등으로 물을 재지만 계량컵이 더 정확하다. 30분가량 불린 쌀의 경우 전기밥솥이나 뚝배기, 냄비, 가마솥 모두 쌀과 물의 비율을 1:1로 잡으면 적당하다. 생쌀은 1:1.2로 하고, 묵은쌀이나 잡곡밥은 1:1.3~1.5가 적당하다. 압력밥솥이라면 물의 양을 더 적게 잡는다. 불린 쌀은 1:0.75로, 생쌀은 1:0.8로 하면 알맞다.
늘 새로 지은 것처럼 고슬고슬한 밥을 먹고 싶다면 밥을 지을 때 청주나 식초를 1~2작은술 넣는 게 요령.
④ 불 조절도 중요하다
압력밥솥은 불 조절이 어렵지 않지만 냄비에 밥을 지을 때는 불 조절이 밥맛을 좌우한다. 센 불에서 시작해서 밥물이 끓으면 약한 불로 3~5분 두었다가 불을 끄고 15분가량 뜸을 들인다.
몸에 좋은 잡곡밥을 지을 때는 기호에 맞게 섞어 먹으면 되는데, 쌀보다 잡곡이 많아지지 않도록 쌀 1컵에 잡곡이 한 줌 정도 들어가면 적당하다. 잡곡밥을 처음 먹는다면 백미:잡곡의 비율을 8:2 정도로 했다가 조금씩 잡곡의 비율을 늘려가면 된다.
구수한 보리밥이 좋은 사람은 일반 보리와 찰보리를 적당히 섞어야 겉도는 느낌이 덜하고, 전기밥솥보다는 압력솥에 해야 더 맛있다. 현미밥이 까칠까칠해서 먹기 힘든 경우에는 조금만 신경 쓰면 부드러운 밥을 지을 수 있다. 현미보다 현미찹쌀을 조금 더 많이 넣고 압력솥에 짓는다. 싹을 틔운 발아현미로 밥을 해도 그냥 현미보다 맛이 부드럽다.
팥, 율무는 하룻밤 물에 불렸다가 사용해야 잘 퍼진다. 이때 천연소금을 1작은술 넣고 지으면 밥맛이 훨씬 좋아진다. 콩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가지 콩만 넣기보다는 색과 크기가 다른 여러 가지 콩을 함께 넣으면 한결 먹음직스럽다.
자신의 증상별로 맞는 잡곡을 고르면 더욱 좋다. 비만이나 부기, 열이 많은 사람은 팥이 좋고 율무는 피로를 풀고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잡곡이다. 당뇨로 고생하는 사람은 백미에 현미와 콩, 팥, 보리, 조, 수수 등의 다양한 잡곡을 넣어 먹는다. 다만 소화기관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는 너무 여러 가지 잡곡을 섞어 먹지 않는 게 낫다.
잡곡을 씻을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조나 기장처럼 크기가 작은 잡곡은 떠내려가지 않도록 고운 체에 넣고 흐르는 물에서 여러 번 씻으면 편하다. 생콩은 냉장실에 보관하면 쉽게 상하므로 삶아서 냉동보관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요리연구가 이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