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대신할 사람 없어”…‘아베마리오’ 점프점프 도쿄올림픽까지 쭉?
사실 표면적으로는 아베 정권이 순항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지난해 9월, 자위대의 무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보 관련법을 강행처리하면서 시민단체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경제 정책도 신통치 않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라 불리는 엄청난 돈 풀기로 경기가 반짝했지만, 최근에는 엔화급등으로 물거품이 돼 버렸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노믹스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내각지지율 2년 만에 60% 돌파’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가장 큰 인기 비결은 아베 정권이 출범한 2012년 당시 정치적 상황에 있다.” 일본 매체 <닛칸다이슈>는 이렇게 언급했다. 2000년대 중반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이후 일본은 총리가 1년마다 바뀌는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불안정한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은 보수적 성향이 강해졌고, 이때 나타난 인물이 바로 2012년 총선에서 자민당을 대승으로 이끈 아베 신조였다.
그 무렵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이란 재해 앞에 국가 전체가 무기력한 상황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지지기반을 대폭 확대하는 소득을 거둔다. 강력한 지도자가 나오길 꿈꾸는 일본인들의 바람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의석수와 지지도를 등에 업은 아베 총리는 과감한 정책을 펼칠 수 있었고, 그 결과 ‘실행력 강한 내각’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얻게 된다.
무엇보다 아베 정권 하면 경기부양책을 빼놓을 수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 등 정책 이름이 모두 기억하기 쉽다는 점이다. <닛칸다이슈>는 “이것 역시 서민들이 아베 정권을 친근하게 느끼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요컨대 “아베 정권이 인상적인 주제를 제시함으로써 대중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다음 단계를 쉽게 설명하는 것에 상당히 능숙하다”는 평가다.
가령, 2012년 취임 직후 아베 총리는 “금융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른바 ‘3개의 화살’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누구나 알기 쉽게 향후 정책을 설명한 덕분에 ‘믿고 맡겨 볼까’ 하는 일본인들의 기대감이 한층 뜨겁게 고조된 게 사실이다.
아베 총리의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어 수가 53만 명을 넘겼다.
전략적인 수단은 이뿐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인터넷도 적극 활용한다. 홈페이지는 기본 중의 기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발신에도 열심이다. 2013년 참의원 선거 때에는 아베 총리가 주인공인 모바일 게임 ‘아베뿅’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민들에게 친근함을 어필하고, 젊은 층의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아베 총리의 트위터는 약 60만 명, 페이스북은 54만 명의 팔로어 수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꾸준한 지지를 얻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마땅히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툭 까놓고 말해서, 지금 일본 정치계는 야당의 존재감이 참으로 미미하다.
최대 야당인 민진당은 선거에서 대패한 후 내부 분열로, 연일 어수선한 분위기다. 한때 돌풍을 일으켰던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시장이 이끄는 유신회 역시 마찬가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공분까지 사고 있는 상태다. 가장 최근의 일례로, 가타야마 도라노스케 오사카유신회 공동대표는 구마모토 강진에 대해 “아주 좋은 타이밍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망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2013년 참의원 선거 때에는 아베 총리가 주인공인 모바일 게임 ‘아베뿅’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론도 부상 중이다. NHK뉴스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대승으로 아베 총리의 정치적 기반이 훨씬 공고해졌고, ‘그가 최대 9년간 집권할 길을 열어주자’는 의견이 자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여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는데, 3년 임기인 총리의 경우 한 사람이 연임할 수 있어 최대 6년간 집권할 수 있다. 이미 한 차례 연임한 아베 총리는 임기가 2018년 9월에 끝난다. 하지만 당칙을 개정해 아베 총리가 3선을 한다면, 변수가 없는 한 2021년 9월까지 총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이미 아베 총리가 밑밥을 던졌다”는 의견도 많다. 2016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 아베 총리가 게임 ‘슈퍼마리오’ 캐릭터로 깜짝 등장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가의 원수가 올림픽 폐회식에 등장하는 건 이례적인 일. 아베 총리는 “일본의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역시 아베 총리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총리직을 맡겠다는 장기집권의 야욕을 드러낸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여우처럼 영리한 아베 총리의 전략은 또 다시 통한 듯싶다. ‘아베 마리오’의 효과 때문인지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2년 만에 60%를 돌파한 것이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도 계속 총리직을 맡기 바란다”는 일본인의 응답도 59%에 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강조한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