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5월 ‘이별전쟁’ 시작된다
▲ 정동영 전 의장(왼쪽)과 김근태 전 의장이 5월 중순께 탈당할 것으로 보여 열린우리당의 분열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 ||
범여권이 빅뱅 먹구름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DY와 GT가 빅뱅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자 당 의장 출신인 두 사람이 탈당을 결행할 경우 그 후폭풍은 범여권은 물론 정치권 전체를 강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최대 주주로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두 사람이 당을 뛰쳐나갈 경우 40~50명의 의원들이 그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열린우리당 경선 불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 DY는 자신의 출판기념회가 예정돼 있는 22일을 전후해 탈당을 결행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DY 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3일 기자와 만나 “DY가 탈당 결심을 굳힌 건 사실”이라며 “다만 시기와 관련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과 출판기념회(22일) 등을 놓고 내부 조율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30여 명의 의원들과 함께 동반 탈당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며 “GT와의 동반 탈당 여부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DY의 핵심 측근인 이재경 공보특보는 4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탈당은 부차적인 문제다. DY는 나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대통합신당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에게 2·14 전대 결의 사항을 이행하라는 취지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탈당 시사’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추측”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GT도 사실상 탈당 의사를 굳혔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GT는 “5월 말까지 실무적으로 대통합신당을 위한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 사실상 5월 말을 ‘탈당 D-데이’로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GT 역시 탈당을 결행할 경우 민평련 등 계보의원 20여 명이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DY와 GT의 탈당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향후 범여권은 친노그룹 대 반노·비노그룹 간의 대결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또 DY와 GT가 탈당 후 범여권 통합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추진 중인 정대철 고문이 대통합신당 산파 역할을 맡아 DY와 GT, 손학규 전 지사, 민생정치 모임을 이끌고 있는 천정배 의원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 간의 연대와 협력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꽤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선주자 진영에서는 이념과 정책이 맞는 파트너와 연대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T계로 분류되고 있는 열린우리당내 민평련 소속 의원들과 탈당파인 민생모임은 GT와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 결집에 의기투합하고 있고 GT는 5·18 기념식 때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공동 참배를 한 뒤 연석회의를 갖자고 제안한 상태다. DY와 손 전 지사는 7일 조영남 콘서트장에서 자연스런 만남을 가진 후 지속적으로 대화 창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DY와 GT도 탈당을 결행한 뒤 6월 항쟁 20주년 기념일인 6월 10일쯤 손 전 지사와 통합신당모임, 시민사회세력 등과 연대해 대통합 신당 창당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통합파와 민주당, 통합신당모임, 민생정치준비모임 등 범여권 4개 정파 소속 의원 8명도 4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제3지대 통합신당 창당 방안과 대선주자 연석회의 등 통합 방안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운찬 전 총장 퇴장 이후 위기의식에 공감하고 있는 DY와 GT가 손 전 지사와 연대해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의 전방위 공세에 대비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 유시민 장관 (왼쪽), 정대철 고문 | ||
열린우리당 분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옴에 따라 친노그룹도 독자 생존 플랜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DY와 GT가 떠나고 당 해체파 의원들까지 2차 탈당 대열에 합류할 경우 열린우리당은 말 그대로 소수 정예의 친노그룹만 남게 되는 이른바 ‘노무현 당’으로 전락하는 시나리오도 심심찮게 상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친노그룹은 소수 정예만 남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끝까지 사수하면서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는 ‘열린우리당 사수’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의지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강철 정무특보와 장영달 원내대표가 탈당을 시사한 DY와 GT를 겨냥해 “조용히 혼자서 당을 떠나라”고 비판한 배경에는 그들의 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친노그룹이 전열을 가다듬으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친노그룹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이 2차 분화 과정을 거치면서 친노 소수 정당으로 남게 되더라도 참여정부 각료와 청와대 출신이 주축이 된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주축으로 조직을 재정비해 ‘노무현 신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주자 중 한 사람인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조기 당 복귀론도 이러한 주장과 그 맥을 같이한다. 5월 빅뱅설과 열린우리당 와해설이 현실화 될 조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친노그룹을 재정비하고 범여권 빅뱅 기류에 탄력있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진력 있는 유 장관이 서둘러 당에 복귀해야 한다는 논리다. 유 장관도 청와대와 복귀 시점을 조율하면서 친노세력 대표주자로 자신의 대망론을 적극 전개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DY와 GT의 탈당 결행이 임박하면서 범여권은 바야흐로 빅뱅 정국으로 접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연말 대선을 7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빅뱅 소용돌이에 휘말린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어떠한 승부카드로 혼란한 정국을 돌파해 나갈지 또 본격화되고 있는 범여권 대권경쟁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