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 한 사발이면 지친 간이 웃는다
▲ 사진=우먼센스 | ||
조개류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못해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의 보고. 타우린이나 베타인, 메티오닌 등의 여러 가지 필수아미노산이 숙취를 해소하고 지방간 고혈압 동맥경화 등을 예방한다. 아미노산 성분을 모두 섭취하려면 조개류를 조리할 때는 조갯살뿐만 아니라 국물까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또 칼슘이나 철분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술자리가 잦은 연말에는 불규칙한 식생활로 인해 미량영양소인 미네랄 섭취가 부족해지기 쉽다.
조개류에 많은 비타민은 조혈작용에 관여하는 비타민 B로, 비타민 A나 C는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쑥갓이나 미나리, 부추 등의 채소를 넣으면 부족한 영양을 채울 수 있고 시각적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물론 조개류가 간 건강에 아무리 좋다고 해도 간에 무리가 되는 습관 자체를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
“간 건강을 생각한다면 술을 멀리 하는 것이 첫째고, 휴식을 잘 취하면서 체력에 비해 무리한 활동이나 불필요한 약을 삼가는 것이 좋다. 술자리 약속이 많더라도 가능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운동과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의 조언이다.
▶▶지방간 막아주는 바지락
개펄에서 발에 밟히면 ‘바지락, 바지락’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바지락. 바지락에는 타우린, 메티오닌, 시스틴, 글리코겐 등의 필수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술과 담배로 약해진 간세포를 재생시키고 간 기능을 회복시킨다.
특히 타우린은 담즙산과 결합해서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미국 애리조나 의과대학의 허스터블 교수는 바지락에 들어있는 타우린이 간의 손상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타우린이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시키고 지방의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담즙산’이 잘 분비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타우린의 작용 때문에 술을 마실 때나 다음날 숙취를 해소할 때 바지락을 먹으면 과음으로 인한 지방간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허스터블 교수의 연구결과다.
베타인 역시 지방이 간에 쌓이는 것을 막아 지방간에 좋은 성분으로 꼽힌다. 콜레스테롤도 줄이고 혈액순환을 도와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비타민 B2·B12도 숙취 해소 효과가 있고, 바지락의 감칠맛은 음주로 떨어진 식욕을 증진시킨다.
또한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 뼈에 필요한 칼슘 등의 미네랄 함량이 높은 바지락은 여성들에게도 좋은 식품이다. 참고로 바지락 100g당 13.3mg의 철분이 들어 있어 같은 양의 소간에 들어 있는 10.1mg보다 철분 함량이 높다.
2~4월에 나는 바지락이 가장 맛이 좋은데 애호박, 파 등을 넣어 담백한 바지락탕으로 먹으면 좋다. 바지락 된장찌개로 먹어도 궁합이 잘 맞는다. 된장에 들어 있는 효소 때문에 바지락의 단백질이 더 맛이 좋다. 바지락 전문 음식점에서는 바지락회무침이나 바지락볶음, 바지락전골 같은 메뉴도 인기다. 다만 젓갈로 먹는 것은 삼간다. 짠맛이 강하고 밥을 많이 먹게 돼 섭취하는 칼로리가 늘어난다.
소금물에 하룻밤 담가서 해감시킨 바지락에 물을 붓고 달여 차처럼 마셔도 좋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올 때까지 서서히 끓인 다음 물이 반으로 줄면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식사 전에 4분의 1컵씩 마신다.
▶▶스태미나 증진시키는 굴
완전식품으로 꼽히는 우유처럼 영양이 풍부해 ‘바다의 우유’로 평가받는 굴은 바위에 붙어있는 모습이 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석화(石化)’라고도 불린다.
굴에는 라이신과 히스티딘처럼 곡류에 부족한 아미노산이 많고, 당질은 글리코겐 형태로 많이 들어 있어서 소화·흡수가 빠르다. 때문에 회복기 환자나 노인, 아이들이 먹어도 좋다.
다른 조개류처럼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간에 좋고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심장병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희대의 바람둥이인 카사노바가 하루에 50개의 굴을 먹었다고 할 정도로 스태미나 식품이다.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아연이 풍부하고,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를 유지하는 아르기닌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연은 장어나 게 새우 호박씨 콩 깨 등에도 많고 아르기닌은 전복, 마에도 많다.
뽀얀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도 굴만큼 좋은 식품이 드물다. 멜라닌 색소를 파괴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 굴에는 정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아연이 풍부하다. 사진은 굴밥. | ||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국에 넣거나 전을 지져 먹는다. 입맛이 없을 때는 밥을 지을 때 무를 채 썰어 넣고 뜸을 들일 때 굴을 넣어 간장양념으로 비벼 먹는 무굴밥으로 먹어도 좋다.
▶▶바다의 비아그라 전복
‘조개류의 황제’로 불리는 전복은 다른 조개류보다 가격이 비싸기는 해도 맛과 효능이 뛰어나다.
우선 다른 조개류보다 단백질의 함량은 비슷하면서 지방이 적게 들어 있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심장병 등을 예방하는 데 좋다. 중년 이후의 건강식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백질의 질도 우수해서 피로 회복에 좋은 메티오닌, 간에 좋은 타우린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바다의 비아그라’로 불릴 정도로 발기에 도움을 주는 아르기닌도 풍부하다. 몸이 허약한 사람이 전복을 먹으면 기운이 나고, 소변도 잘 나오게 된다.
또 하나, 시신경의 피로를 푸는 등 눈을 건강하게 만드는 식품으로도 좋다. 한의학 서적인 <명의별록> 등에서는 ‘몸을 가볍게 하고 눈을 밝게 만드는 식품’으로 기록돼 있다. 전복의 껍질을 ‘석결명’이라고 해서 결막염, 백내장 등을 치료하는 데 쓰기도 한다. 간 기능을 강화시키고 고혈압을 개선시키는 데도 좋다.
주로 회나 죽, 조림 등으로 많이 먹는데 전복의 내장으로 만든 게우젓도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해조류를 먹고 자라는 전복은 내장도 영양이 풍부하고 독특한 풍미가 있어 초고추장에 찍어 미역, 상추 등으로 싸먹는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복은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으면 가장 좋다”는 기록이 있다.
▶▶여성한테 더 좋은 대합
대합 역시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이 풍부해 알코올 분해를 도와 간을 보호한다. 글리코겐 성분은 피로 회복에 좋아 술 마신 다음날 대합요리를 먹으면 몸이 한결 개운해진다.
한방에서는 대합 하면 열이 많은 체질에 특히 좋은 식품으로 본다. 열이 많으면 얼굴이 잘 붉어지고 눈이 충혈되기 쉽다. 또 두통이나 어깨 결림이 심하고 여드름이 유난히 잘 난다. 화병으로 고생하거나 대하증, 하혈 등이 있는 여성들에게도 대합이 좋다.
대합을 생으로 먹을 때는 신선한 것을 잘 고르는 것이 좋다. 대합을 양손에 쥐고 서로 부딪쳐서 투명한 소리가 나는 것이 신선한 대합이다. 오래됐거나 죽은 대합은 탁하고 둔한 소리가 난다.
술 마신 다음날 대합탕을 끓일 때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아 숙취 해소에 좋은 콩나물을 한 줌 넣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고춧가루와 청량고추를 조금 넣어 매운맛을 더하면 속이 확 풀린다.
▶▶속풀이 책임지는 재첩
맑은 물에서만 자라는 무공해 식품이 재첩. 크기는 작아도 다른 조개류에 뒤지지 않는 영양을 자랑한다.
타우린을 비롯해 베타인, 메티오닌 등의 필수아미노산이 간의 해독작용을 높이고 숙취를 빨리 풀어준다.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 고혈압, 동맥경화 등도 예방한다. 때문에 재첩국이나 엑기스 등을 판매하는 곳들이 많다.
‘재첩은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도 전혀 부작용이 없고 눈을 맑게 하며 피로를 풀어준다. 특히 간 기능을 개선하고 황달을 치유한다. 위장을 맑게 하고 소변을 맑게 하며 당을 조절한다. 몸의 열을 내리고 기를 북돋아주는 효능도 있다”는 내용이 <동의보감>에 있다.
▶▶체내 독소 빼내는 다슬기
올갱이 또는 대사리로 불리는 다슬기는 전문 음식점이 생겨날 정도로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인터넷쇼핑몰 등에는 다슬기 엑기스나 다슬기 기름 등을 판매하는 곳들도 많다.
간과 위장을 튼튼하게 만들고 체내의 독소를 배설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슬기로 국을 끓이면 국물이 푸른색을 띤다. 사람의 간 색소와 비슷한 청색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 다슬기의 암록색은 녹색소로 이뤄진 간의 조직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
정주화 원장에 따르면 다슬기를 먹을 때는 약간의 찬 성질 때문에 몸이 차거나 소화기가 약할 때는 주의해서 먹는 것이 좋다. 날것보다는 익히거나 달여서 먹는 것이 낫다.
된장이나 들깨가루를 넣어 국을 끓이면 구수한 맛이 그만이다. 술을 담가 마시기도 한다. 다슬기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앤 다음 고량주에 1주일 정도 담가 두었다가 체에 걸러 마신다. 시판하는 다슬기 엑기스나 다슬기 기름 등을 구입할 때는 믿을 만한 제품인지 잘 확인하고, 판매하는 곳에 따라 가격차가 2~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율한의원 정주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