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보다 ‘골골’한 20대 많다
하지만 오로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대부분 뼈 건강에 대해 무관심하다.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중년처럼 식습관이나 운동에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최근 을지대병원 영상의학과 양승오 교수팀은 전국 8개 대학병원에서 골다공증이 없는 여성 22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골밀도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20대부터 70대까지 10년 단위로 30~50명씩이었다.
그 결과, ‘루나’라는 골밀도 측정기구를 쓰는 5개 대학병원에서는 20대의 평균 골밀도(BMD)가 1.135g/cm²로, 30대 1.176, 40대 1.147보다 낮게 나왔다. ‘홀로직’이라는 측정기구를 쓰는 3개 대학병원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20대의 평균 골밀도가 0.957로 30대의 0.980보다 낮았다.
루나로 측정할 때 골밀도가 100%인 수치는 1.176, 홀로직은 0.980이다. 두 가지 측정기구를 사용한 그룹에서 모두 30대 여성의 평균 골밀도는 100%인 반면 20대 여성은 이에 못 미친 것이다.
원래 의학적으로 여성의 골밀도는 출생 직후부터 증가해 20대 초반에 1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40대 초반까지 100%에 가까운 수치를 유지하다가 폐경을 겪는 40대 후반~50대 초반 이후 1년에 3~5%씩 빠른 속도로 골밀도가 감소한다. 폐경 5년 뒤부터는 1년에 약 1%씩 골밀도가 줄어든다.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골밀도가 100%에 도달하는 시기가 20대 초반이 아니라 이보다 5~10년 늦다는 점이 밝혀져 주목을 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10대 때부터 다이어트를 반복하고 햇빛을 쐬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골 형성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청소년기에 탄산음료나 패스트푸드에 많이 노출되는 경우에도 최대 골량이 낮아진다. 또한 유전적인 영향도 커서 부모에게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병력이 있으면 자녀 역시 나중에 중년 이후에 골다공증이나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의 위험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골 형성이 늦어지면 한참 활동량이 많은 20대에 골절 등의 위험에 노출되고 폐경 이후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도 더 크다는 점이다.
뼈에 관해서는 남성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젊은 남성들도 흡연을 빨리 시작하거나 지나친 음주,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뼈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의 설명이다.
한 예로 건국대병원 조희경 교수팀이 40~70세까지의 남성 150여 명의 허벅지 뼈 골밀도를 측정하고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를 조사했더니, 매주 소주 2병 이상을 마시는 그룹은 허벅지 뼈의 골밀도가 평균 이하로 낮았다. 일주일에 3회 이상, 한 번에 소주 한두 병 이상 과음하는 경우에는 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다.
젊어서부터 뼈 건강을 챙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알아보자.
◇술·담배부터 멀리한다=가장 중요한 것이 금연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다시 시도해 보자. 흡연은 뼈를 만드는 세포의 기능 자체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이 높아지면서 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것을 증명한다.
연말을 앞두고 각종 모임이 많아지는데, 지나친 음주도 마찬가지 이유로 삼가야 한다. 알코올 성분은 뼈를 만드는 칼슘과 비타민 D의 결핍을 초래해 골밀도를 감소시킨다.
◇패스트푸드·탄산음료는 적게=지나치게 짠 음식은 소변으로 칼슘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인이 많은 음식도 마찬가지다. 최희정 교수는 “모르고 먹지만 짜면서 인이 많은 음식으로는 햄버거나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 등이 대표적”이라며 “이들 식품에는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칼슘이나 마그네슘, 비타민 B·C·D 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 가지, 검사에서 ‘골밀도가 낮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골을 푹 고아 먹는 이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사골 국물에는 칼슘 못지않게 인이 많이 들어 있어 오히려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 가끔 먹는 정도는 괜찮지만, 뼈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집중적으로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칼슘 섭취를 늘린다=뼈가 가장 좋아하는 영양소는 칼슘이다. 칼슘 섭취를 위해서는 뼈째 먹는 생선이나 채소, 두부, 콩 등을 자주 먹고 저지방 고칼슘 우유를 마시는 것도 좋다. 참고로 여성은 우유를 섭취하면 골다공증이나 대장암, 유방암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중년 이후 남성은 전립선암 위험이 높아지므로 하루에 1컵 미만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
◇하루 20분이라도 햇볕을 쬔다=칼슘과 함께 뼈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비타민 D.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칼슘을 섭취해도 흡수율이 반 이상 감소된다.
그런데 비타민 D를 충분히 공급하려면 햇볕과 친해져야 한다. 가능하면 해가 좋은 낮 시간(오전 10시~오후 3시)을 이용해 20~30분가량 야외 활동을 하자. 팔, 다리 피부를 노출한 상태에서 햇볕을 쬐면 더 좋다. 햇볕을 쬐면 피부에서 비타민 D가 합성돼 뼈 건강에 좋은 것은 물론 우울증, 정신분열증 발생 위험을 낮추는 등 정신건강에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햇볕을 쬐기 어려운 겨울철에는 식품을 통해 비타민 D를 적극적으로 섭취한다. 주로 고등어, 연어 같은 기름진 생선이나 달걀, 유제품 등에 많다. 표고버섯, 무말랭이, 말린 나물 등에도 비타민 D가 많다. 하지만 식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타민 D는 전체 필요량의 10~20%에 불과하다. 때문에 필요량을 섭취하기 힘들다면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한다=과체중이나 비만도 골밀도를 낮추지만 젊을 때는 저체중, 근육량 부족으로 인해 뼈가 약해지는 경우에 더 주의해야 한다. 신경 써서 건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주변의 근육이 부족하면 뼈가 튼튼해질 수 없다.
저체중이거나 근육량이 부족한 경우, 하루 종일 실내에 앉아서 생활하는 직장인이라면 체중을 부하시키는 줄넘기, 걷기, 달리기, 등산, 계단 오르내리기 등 운동으로 뼈에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또한 뼈 건강을 위해서는 걷거나 서 있는 시간이 하루 4시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럴 경우 골밀도 위험신호
원래 골밀도 검사는 폐경 이후 여성이나 65세 이상 남성들이 검사 대상이다. 하지만 나이가 젊다고 방심하지 않고 남들보다 2~3배 뼈 건강을 잘 챙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유전적인 영향이나 질환,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해 골밀도가 낮은 경우다. 이때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정기적으로 뼈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부모 중에 대퇴골 골절 병력이 있다.
□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하지 않는다.
□ 저체중에 속한다.
□ 천식, 피부질환 등으로 뼈 건강에 영향을 주는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을 복용 중이다.
□ 위나 장 수술을 했거나 염증성 장질환 등으로 위장관 흡수 장애가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