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엔 다양한 상업시설 연계입점 및 공공시설 설치, 지상부도 보행환경 획기적 개선
- 기존 12개 지하철역, 30개 대형빌딩 등 인프라 연결돼 4.5km 지하보행길 열려
- 민관협력이 핵심 동력… 내년 초, 도시환경정비계획 변경, 세부실행방안 마련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서울 도심 심장부인 시청 인근인 무교‧다동부터 세종대로까지 약 3만1천㎡ 규모의 지하도시가 생긴다.
서울시는 기존에 단절돼 있던 시청역~광화문역 구간에 지하보행로를 새롭게 만들어 연결하고, 구역 내 시청, 옛 국세청 별관, 프레스센터 등 5개 대형 건물의 지상까지 이어지도록 할 계획. 이렇게 되면 이 일대 지하‧지상의 상업‧문화‧휴게 공간이 통합적으로 연계되는 입체적 보행환경이 만들어진다.
▲ 개발 예시도
나아가 종각역~광화문역~시청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4.5Km가 디귿(ㄷ)자로 끊김 없이 연결되는 지하 보행길이 열린다. 이 구간과 이어지는 지상‧지하 인프라는 12개의 지하철역과 30개의 대형 빌딩, 시청 등이다.
시는 지하도시를 조성하는 데 민간과의 협력을 핵심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일대 민간 사업자인 프레스센터(서울신문사)와 코오롱‧SFC‧프리미어플레이스 빌딩(싱가포르 투자청(GIC))과 기본 구상안에 협의한 상태다. 추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특히, 대상지역은 도심 재개발이 완료된 지 25~35년이 경과한 지역으로, 기본 구상안 협의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들의 리모델링 및 재건축 제안을 수렴했으며, 추후 계획수립에도 적극 고려할 계획이다.
서울신문사는 최근 프레스센터 전면 주차장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바 있으며, 2020년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싱가포르 투자청은 건물 리모델링(SFC)과 재건축(코오롱, 프리미어플레이스 등)으로 무교동 일대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지하 보행로와 건물이 개별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들은 있었지만, 여러 개 대형 건물과 공공인프라가 도시계획적으로 민간협력을 통해 연결되는 것은 처음이다.
시는 지하 보행 네트워크가 강화되면 걷기 편한 도시가 되고, 경제, 문화 등 다양한 활력을 불어넣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세계적인 명소로도 주목받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상부 공간별 조성 예시도
서울시는 지난 5월 TF팀을 구성하고 총괄건축가 자문 등을 거쳐 마련한 이와 같은 내용의「세종대로 일대 보행활성화 기본구상(안)」을 22일(목) 발표했다.
사업 대상지는 시청역~광화문역 연결구간과 무교‧다동 도시환경정비구역 35개 지구 중 세종대로, 청계천, 무교로와 접하고 있는 5개(1,2,3,4,12) 지구다.
시의 기본 구상안에 따르면, 지하 공간에는 시민들이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상업시설을 보행로와 연계해 입점된다. 무교공원 지하에는 북카페 등 공공시설을 설치하고, 옛 국세청 남대문별관 지하에 ’18년 6월 완공 예정인 역사문화특화공간과 연계해 배움과 쉼이 공존하는 문화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상에도 세종대로, 청계천, 무교로 등 각 대로의 특성을 고려한 보행환경 개선사업으로 무교‧다동 일대를 활성화한다.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공연장 형태의 선큰(sunken) ▴세종대로, 청계천로, 무교로와 건물 전면 공간을 연계하는 시민 문화‧휴게 공간 ▴가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용도의 연도형 상가 ▴전망엘리베이터 및 전망대 설치가 핵심이다.
세종대로변 : 대로변 건물의 지상주차장 부지를 개선해 시민광장 등 휴식 공간을 만들고,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공연장 형태의 선큰을 조성, 입체보행공간을 확보
청계천변 : 청계천로 차 없는 거리와 연계, 효용성이 떨어지는 도로를 연도형 상가가 조성된 공공보행통로로 변화
무교로변 : 청계광장과 가까운 무교공원을 이벤트 광장으로 재조성
▲ 지하부 공간별 조성 예시도
시는 이러한 구상안에 더해 민간 사업자들의 구체적 사업계획을 추가로 수렴해 내년 상반기까지 무교‧다동 도시환경정비구역에 대한 정비계획을 변경할 예정이다.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돕는 대신, 건물과 연결된 지하보행통로(길이 400m, 폭 6m 이상)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민간 사업자의 개발이익을 고려한 충분한 공공기여를 하도록 할 계획.
또, 이 지역에는 일본 롯폰기힐즈를 성공으로 이끈 도시관리 방안인 타운매니지먼트와 같은 ‘서울형 타운매니지먼트’도 시범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타운매니지먼트는 도심재개발로 대형 업무빌딩 등 물리적 환경은 개선됐지만, 빌딩 주변은 주말이나 저녁시간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상업활동 등 도시기능은 오히려 활성화 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주변 지역과 공동상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문화 행사나 프로모션 등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통해 지역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식이다. 전문가와 공공은 상인 등 지역 주민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속적으로 지역 일대를 통합관리하게 된다.
시는 지난 6월 타운매니지먼트 추진과 관련해 ‘도심활성화를 위한 지구통합관리운영 기획’ 마련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바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박원순 시장은 지난 9월 초 북미 순방기간 중 미국 뉴욕의 로우라인 랩(Low Line Lab),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 (Underground City) 등 유사사례 현장을 연이어 방문해 서울형 지하도시의 효율적 보행환경과 접목할 방안을 모색한바 있다.
로우라인, 언더그라운드 시티뿐만 아니라, 캐나다 토론토의 패스(Path) 등 지하도시 조성이 세계적인 추세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광화문과 시청 일대를 중심으로 한 지하도시 조성 공간은 입체적 보행공간을 만들어 글로벌 명소화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시민과 관광객이 걷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물론, 이 일대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 건강과 경제와 지구환경을 살리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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