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정세균 국회의장으로 부르지 않을 것” 국회일정 중단 등 강력 대응 시사
야권 “새누리당 적반하장 몽니” 청와대 ‘불수용’ 방침 정한 듯···국회파행 국정감사 무력화 주장도
6번째 해임건의안 의결 법적 강제성 없지만···한나라당 시절 두 차례 해임건의안에 두 장관 자진 사퇴 이번엔?
‘김재수 해임건의안 국회 통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사진=연합뉴스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김재수 농림축산 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 건의안이 통과됐다.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6번째로 재석의원 170명 가운데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 기준인 151표를 넘겼다.
앞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장관 등 국무위원들의 답변시간을 늘리는 이른바 국무위원 필리버스터 방법으로 회의를 지연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야간 고성이 오가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날 대정부질문 도중 자정이 가까워오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 차수 변경을 선언해 새누리당의 본회의 지연을 강제 종료시켰다. 이러자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의장석으로 몰려나와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해임건의안 상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자,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에 다가가 “야!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외친 뒤 동료 의원들을 데리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결국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정 의장은 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장관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건 지난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13년 만이다. 박근혜 정부출범 이후 김 장관을 제외하고 네 명의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안이 제출됐지만, 당시 여대야소로 번번히 통과되지 못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된 후 이번에 처음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의 독재로 국회와 민주주의에 심한 오점을 남겼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해임 건의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며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정현 대표가 격려하는 등 당의 재신임을 받아 원내대표직을 이어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일정을 포함해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정 의장의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이번 사태를 통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반면, 야권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관련 국무위원 필리버스터와 의사진행 방해로 얼룩진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의결의 효력을 부정하고 국회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몽니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난했다.
또한,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는 고장 난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민의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 역시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의결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일단 수용 불가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소야대 정국과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과의 정면승부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해임건의안에 대한 법적강제성이 없으며, 여소야대 정국으로 집권말기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야권 관계자는 우병우 사태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야권의 파상공세를 국회파행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하고 있다.
김재수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야권인사들이 국회본회의장에서 서로 논의하고 있다.일요신문DB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최근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은 모두 새누리당의 전신인 과거 한나라당으로 2001년 당시 한나라당은 8·15 민간 방북단의 친북 활동 등을 문제 삼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실패를 추궁했고, 그 책임자였던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역시 한나라당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 시위 관련 책임을 물어 김 장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에도 이번처럼 해임 건의안 가결에 따른 강제 해임 규정(1987년 개정)이 삭제된 후여서 법적 강제성은 없었지만 당시 임 장관과 김 장관은 청와대의 만류에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