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환 합참의장 | ||
예비역 장성 출신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3월 군 정기 인사 때 노무현 새 정부는 육사 25기 동기생인 김종환 남재준 두 사람을 나란히 군 서열 1, 2위 자리인 합참의장과 참모총장 자리에 앉혔다”면서 “이는 서열이 엄격해야 하는, 그것도 특히 최상위 서열에서는 더욱 엄격해야 할 군 위계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파문으로 떠도는 여러 가지 구설수 가운데 한 가지가 윤 국방과 남 총장의 ‘갈등설’인데, 그 저변에는 김 의장도 포함된 이른바 삼각구도의 갈등 관계가 깔려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장성 진급 때 대개 국방장관 합참의장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3인의 의사가 균등하게 반영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평소 인사 투명성을 강조해온 남 총장이 자신의 관리하에 확고한 인사 체계를 잡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의견을 외부 입김의 잘못된 관례로 치부하고 원천적으로 봉쇄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반대로 참모총장이 혼자 인사를 독점하려 한다는 불만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11월29일자 보도에서 ‘지난달 당시 육군이 올린 준장 진급 추천자 52명 중 육군본부는 14명이었던 반면, 국방부는 2명, 합참은 5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과 김 의장은 불만과 우려를 표출했으나, 남 총장이 배수진을 쳐 청와대에는 육군 안이 그대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해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항상 육사 25기 동기생 가운데 1인자를 달려왔던 김 의장측 입장에서는, 최근 들어 남 총장이 육군 내에서 신망을 부쩍 높이며 한때 국방장관 후보로까지 거론되자 다소 뒤로 처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두 사람은 성격이나 스타일 면에서 여러모로 상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총장이 원칙에 충실하고 골프나 술을 별로 즐기지 않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선비 기질의 정적인 스타일이라면, 김 의장은 선이 굵고 호탕한 전형적인 무인 기질의 동적인 스타일이라는 것.
동기생인 두 사람이 최고의 별 자리를 놓고 숙명적인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J 정권이 들어서면서 군은 엄청난 변화의 상황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핍박받았던 호남 군맥이 약진하기 시작한 것.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서울 출신의 남 총장과 강원 출신의 김 의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DJ정부 출범 직후 첫 인사에서 나란히 중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함께 진급한 선영제 9군단장과 더불어 이들은 일약 육사 25기의 선두주자 3인방으로 부각했다.
2000년 4월 정기인사에서 남 총장은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김 의장은 국방부 정책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김 의장이 조금씩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국방부 정책보좌관은 ‘별 넷’이 보장되는 핵심보직으로 통하기 때문. 아무튼 두 사람은 이 시기에 각각 국방부와 합참에서 최고의 작전통으로 서로 경쟁을 하게 된다.
2001년 10월의 정기인사에서 육사 25기 출신 두 명의 대장 진급자가 나왔다. 당연히 1, 2위를 다투는 김 의장과 남 총장이 그 대상이 되어야 했으나, 당시엔 호남 출신을 무시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지역안배’라는 명분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장 승진은 김 의장과 함께 호남 출신의 서종표 3군사령관이 했다. 결국 남 총장은 김 의장에게 밀린 셈이 됐고, 더군다나 자신보다 중장 진급이 1년이나 늦었던 서 사령관에게도 뒤처졌다.
당시 주변에서는 남 총장이 아까운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장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02년 4월 또 한 차례 진급 기회가 있었지만 이 역시도 호남 출신인 선영제 육군 참모차장이 이미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당초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선 차장을 제치고 남 총장이 동기생 가운데 세 번째로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갔던 것.
그후 노무현 정권의 출범과 더불어 다시 한번 김 의장과 남 총장은 ‘군 최고’의 자리를 놓고 숙명의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초 노 대통령은 합참의장을 공군몫으로 한다는 방침하에 ‘김대욱 합참의장(당시 공군참모총장)-김종환 육참총장’ 카드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조영길 국방장관은 ‘김종환 합참의장-남재준 육참총장’ 카드를 강력히 주장했고, 동기생이 나란히 맡는다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통 끝에 이를 관철시켰다. 군 일각에서 “여권에서는 당시 김-김 카드를 끝까지 고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히 아쉬워하는 것 같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듯하다.
[감]